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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렸던 우리말편지입니다.
[숫놈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
오늘은 논에 가서 피사리하는 날입니다.
다행히 날씨가 별로 더울 것 같지 않네요.
돌아오는 길에,
논에서 고둥 몇 마리 잡고, 도랑에서 미나리 한 줌 뜯어다가,
잘박잘박하게 된장 풀어 국이나 해 먹어야겠네요.
어제는 책을 좀 찾느라 인터넷 서점을 뒤졌습니다.
이것저것 찾고 있는데, 도발적인 제목이 보이더군요.
‘숫놈들은 왜 바람을 피울까’라는...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지만,
제목이 좀 거시기 하네요...
더군다나 제목에 틀린 낱말까지 있습니다.
‘숫놈’이라는 낱말은 우리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짐승의 수컷’은 ‘숫놈’이 아니라 ‘수놈’입니다.
현재 국어 맞춤법에서,
짐승의 수컷은,
‘숫양, 숫염소, 숫쥐’ 이 세 개 만
‘숫’을 쓰고,
나머지는 모두 ‘수’로 쓰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숫사자’가 아니라 ‘수사자’이며,
‘숫놈’이 아니라 ‘수놈’입니다.
거기에,
9개의 낱말(수캉아지, 수캐, 수컷, 수키와, 수탉, 수탕나귀, 수톨쩌귀, 수퇘지, 수평아리)은
거센소리를 인정합니다.
즉, 개의 수컷은, ‘숫개’도 아니요, ‘수개’도 아닌, ‘수캐’가 맞습니다.
좀 그렇죠?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이 좋은 날씨만큼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귀감은 본보기로...]
오늘은 날씨가 무척 무더울 거라네요.
서로 조심하면서 짜증내지 말고 잘 보내자고요.
저는 남들이 쓴 글을 검토해달라는 부탁을 가끔 받습니다.
가능하면 기쁜 마음으로 봐 드립니다. 그게 다 제 공부니까요.
지난주에 어떤 내용을 검토해서 일부분을 고친 후 보내드렸더니,
어제, 그 내용을 한 번 더 검토해 달라고 저에게 다시 보냈더군요.
거기에 보니,
제가 고친 내용을 지우고 다시 돌려놓은 게 보였습니다.
제가 바꾼 것은,
‘장점/단점’을 ‘좋음/나쁨’ 또는 ‘좋은
점/나쁜 점’ 으로 고치라는 것과
‘귀감이 되는 행동’과 ‘모범을 보여’를 ‘본보기’로 바꾸라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한자를 쓰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말이 훨씬 정감 있게 보이는데...
꼭 한자를 쓰고 어떤 포장을 해야만 그 속에 든 내용이 좋게 보이는 것은 아닌데...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살가운 말을 쓰면 더 좋을 것 같은데...
오늘 하루 많이 웃으시고,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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