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2] 우리말) 줄행랑

조회 수 6218 추천 수 0 2015.07.02 12:56:02

'행랑'앞에 '줄'이 붙으면 전혀 다른 뜻이 하나 더 들어가게 됩니다.
'줄행랑'은 '대문의 좌우로 죽 벌여 있는 종의 방'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망'을 속되게 이를 때도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무척 더울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일은 많고요. ^^*

우리말에 '행랑'이 있습니다.
대문간에 붙어 있는 방이나, 
예전에, 대문 안에 죽 벌여서 지어 주로 하인이 거처하던 방을 이릅니다.
'행랑 빌리면 안방까지 든다'나 '행랑이 몸채 노릇 한다'처럼 씁니다.

'행랑'앞에 '줄'이 붙으면 전혀 다른 뜻이 하나 더 들어가게 됩니다.
'줄행랑'은 '대문의 좌우로 죽 벌여 있는 종의 방'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망'을 속되게 이를 때도 씁니다.
'줄행랑치다, 줄행랑 놓다'처럼 씁니다.

대문 안쪽에 있는 방과 도망치는 것은 별다른 상관이 없는 것 같은데,
왜 그런 뜻이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행랑에 있던 하인들이 자주 도망을 가서 그런 뜻이 되었을까요? ^^*

어떤 분은 
줄행랑의 말뿌리를 달리다는 뜻의 '주행'에서  찾기도 하지만,
행랑이 行廊인 것을 보면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구, 줄행랑이 왜 그런 뜻을 지니게 되었는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8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어리눅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저녁에 일터 동료와 소주를 한잔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한 자리였습니다.
어제도 느낀 거지만, 저는 복이 참 많습니다. 제 동료는 다들 겸손하고 착하거든요.
흙과 함께 사니 다들 이렇게 마음씨가 곱고 바르나 봅니다.

오늘은 겸손 이야기를 해 볼게요.
우리 선조는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겸양을 미덕으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잘난 척하고 으스대는 사람이 오히려 바보취급 당하기 일쑤였죠.

우리말에 '어리눅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일부러 어리석은 체하다."는 뜻입니다.
실은 잘났으면서도 짐짓 못난 체하는 것이죠.
제 동료가 다 그렇습니다.
살아 있는 풀과 나무를 다루고, 말 못하는 숨탄것과 같이 살다 보면 다 그렇게 되나 봅니다.
(숨탄것 : 숨을 받은 것이라는 뜻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가진 사람이 가진 티 안 내고 어려운 사람과 함께 나누고,
똑똑한 사람이 너무 잘난 체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얼굴과 마음이 모두 아름답지만 남 앞에서 너무 뽐내지 않는 게 좋다고 봅니다.

아무리 제 잘난 맛에 산다고 하지만 스스로 자기가 잘났다고 으스대는 것은 어리석다고 봅니다.
사람은 때에 따라 어리눅게 움직이거나 말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그러면 진짜로 어리석은 사람 취급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죠. ^^*


어제 중국에서 귀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무역을 하고 계시는 분인데,
허리 보호대 100개를 보내셨네요.
이웃 어르신께 드리거나 우리말 편지에서 선물을 드릴 때 쓰라면서요.

그 선물을 나눠드리고자 내일 문제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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