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는 사람은 쩨쩨하다?

“아직 가계부를 쓰지도 않았는데 50만원을 아끼게 되었어요.”

“지금 쓰시려고 준비를 하시면서 무슨 말씀이세요?”

“이제부터 가계부를 쓰면서 잘 관리를 해야지 라고 마음을 먹으니까 며칠 전에 인터넷으로 구매를 했던 XXX가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금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다시 생각을 해봤더니 없어도 충분할 것 같아 취소를 했어요. 소비하지 않아도 될 돈을 아낀 셈이니 결과적으로 돈을 번 것이나 마찬가지죠!”

가계부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막 사용하려는 한 고객이 해준 얘기였습니다. 가계부를 쓰겠다는 마음 즉 절약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에서부터 이미 알뜰살림이 시작된 것입니다.

가계부를 쓰는 사람들을 보고 ‘콩나물 값 100원 200원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되려고 ~’라는 말로 가볍게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간 쩨쩨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어느 날 갑자기 기분 좋은 일이 생긴 두 집이 있습니다. 한집은 기분 좋은 상황을 만끽하려고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해서 20만원을 썼고 다른 한집은 정육점에 가서 삼겹살을 사다가 가족들이 모여 앉아 고기를 구워먹으며 기분 좋은 상황을 5만원으로 만끽을 하였습니다.

첫 번째 집은 비용 보다는 기분 좋은 상황이 더 커 보였고 두 번째 집은 기분 좋은 상황은 같았지만 이번 달 외식비 예산을 초과하게 되는 가계부가 더 커 보였기에 조금 힘은 들지만 집에서 삼겹살 파티로 만족한 것입니다. 물론 좋은 식당에서 편안하게 외식을 한 것과 집에서 상을 차리고 먹고 난 후의 설거지 등의 귀찮음이 똑 같을 수는 없지만 소비를 한 것과 절약을 한 것을 따져본다면 편안한 외식이 결코 편안한 결과를 준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안 먹고 써야 될 돈을 안 쓰면서 부자가 되는 것을 좋다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거나 절약할 수 있는 것을 절약하지 않으면서 정작 필요할 때 돈이 부족한 궁핍한 결과는 옳지 않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 가계부

그렇다면 언제는 써야 한 돈이고 언제는 절약해야 할 돈일까요?

그에 대한 대답이 가계부에 있습니다. 가계부는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고 미래를 내다보는 거울 입니다. 계획과 실천 그리고 반성과 반복되지 않는 실수를 위해서는 가계부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습니다.

계획을 가지고 관리를 해 나가는 것과 그렇지 않고 되는대로 상황에 따라 살아가는 것에서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원동력은 가계부 자체 보다는 가계부를 쓰려는 마음가짐에 있습니다.

매년 연초가 되면 ‘올해는 꼭 가계부를 써야지~’라고 다짐을 하게 됩니다. 만약 년 말에 가계부 결산을 하고 계신다면 정말 훌륭하시고 성공하신 것입니다. 만약 3개월간 쓰시다가 멀리 하셨다면 3개월만큼 훌륭하신 것입니다. 만약 작심삼일 하셨다 해도 고개 숙이지 마세요. 3일만큼이라도 훌륭하신 것 입니다. 마음도 먹지 않은 것보다는 잘 하신 것입니다.

“일을 해서 돈이 생긴다 해도 그걸 생산적으로 쓰려고 하기 보다는 또 다시 술을 사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문제는 결국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걸 알게 됐죠”

<희망의 집>이라는 노숙인 생활 터에서 10년 째 노숙인의 자립을 돕는 김수재 사무국장은 노숙 인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다시 시작하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되는 것은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마음가짐이 더 큰 문제였다고 말 합니다. (오마이뉴스 권지은 기자님의 취재 글 중에서)

가계부를 쓰는 그 자체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가계부를 써야겠다는 마음가짐 입니다. 부자가 되려면 먼저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부터 가지십시오. 그리고 가계부를 쓰겠다는 마음가짐부터 새롭게 하십시오. 모든 일의 시작은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 됩니다.

지금 마음 저 속에서 ‘가계부를 써야지’라고 우러나오는 당신은 분명 앞으로 가계를 잘 관리하시어 부자가 되실 분 입니다. 지금 당장 증명해 보여 드릴 수는 없지만 10년, 20년 후에는 분명 증명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은 포도재무설계에서 발행하는 월간지 [셈틀] 1월호에 기고한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