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짜집기]
어제 한 잡지사에서 글을 좀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화한 기자 말로는,
새로 쓸 것까지는 없고, 그동안 써 놓은 글을 독자 수준에 맞게 짜집기해 달라더군요.
시간 많이 들일 필요 없이 그냥 짜집기해 달라고...
“직물의 찢어진 곳을 그 감의 올을 살려 본디대로 흠집 없이 짜서 깁는 일”이나,
“기존의 글이나 영화 따위를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일”을
말하는 단어는,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입니다.
“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에 다른 조각을 대거나 또는 그대로 꿰매다”라는 뜻의 단어는
‘깁다’이지 ‘집다’가 아니잖아요.
당연히, ‘짜집기’가 아니라 ‘짜깁기’로 써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