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6] 우리말) 허접 쓰레기? 허섭스레기

조회 수 5322 추천 수 90 2006.09.26 10:24:58
안녕하세요.

저는 아침을 꼭 먹는데,
요즘은 아침을 먹으면서 텔레비전 드라마를 봅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아침 드라마인데
가난한 양반집 규수가 무식쟁이 부잣집으로 시집가서 겪는 아픔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거기에서 무식한 시어머니가 혼수를 트집 잡아 며느리를 구박하면서,
"날 뭐로 보고 이런 허접 쓰레기 같은 걸 혼수라고 해 왔느냐?"라고 호통을 칩니다.
말도 안 되는 트집에다 하는 말도 틀렸네요.
행여 혼수가 별볼일없더라도 '허접 쓰레기'는 아닙니다.
아마도 그 시어머니는
"헛치레나 쓰레기 같은 혼수"를 말하고 싶어 '허접 쓰레기'라고 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말은 없습니다.
다만, '허섭스레기'라는 단어는 있습니다.
허섭스레기는 "좋은 것은 빠지고 남은 허름하고 잡스런 것"라는 뜻의 명사입니다.

좋은 것은 빠지고 남은 허름한 것이라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허접 쓰레기'라고 했겠지만 그런 단어는 없습니다.

허섭스레기라는 말 듣지 않으려면 오늘도 열심히 살아봅시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야후국어사전에는
"...보통 허접쓰레기 장수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라고 '허접쓰레기'를 썼으나
이는 틀린 겁니다.

2.
'날 뭘로 보고'가 아니라 '날 뭐로 보고'입니다.
그 까닭은
'무엇을'의 준말이 '뭘'이기 때문입니다.

3.
'허접'이라는 단어는
"도망친 죄수나 노비 등을 숨기어 묵게 하던 일"로 여기에 쓰일 멜이 없습니다.

4.
'멜'은 전라도 지방의 사투리로 '까닭'이라는 뜻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호도과자]

어제 오후에는 익산에 다녀왔습니다.
장맛비가 그친 후에 내리쬐는 햇살 때문에 무척 후텁지근하더군요.
별 수 없이 휴게소마다 들러 쉬면서 다녀왔죠.

돌아오는 길에도 여기저기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한곳에서는 딸내미 좋아하는 호두과자도 사고...

근데 그 과자 상자에 보니,
‘호도과자’라고 인쇄되어 있더군요.

‘호두’는 본래
오랑캐 호(胡) 자와 복숭아나무 도(桃) 자를 쓰는데요.
원래는 ‘호도’였다가 지금은 ‘호두’가 표준어입니다.

우리말에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모음조화 규칙이 있는데,
요즘은 이 규칙이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모음 ‘ㅗ’가 ‘ㅜ’로 변해버린 거죠.

이에 따라
호도(胡桃)가 호두가 되고,
장고(杖鼓)가 장구가 되며,
자도(紫桃)가 자두가 된 거죠.
이런 경우 혼란을 막기 위해 어느 한 말을 표준어로 정하고 있는데
모두 뒤에 오는 단어를 표준어로 했습니다.
그래서 호두, 장구, 자두가 표준어 입니다.

어젯밤에 딸내미가 호두를 참 잘 먹더군요.

오늘도 좋은 일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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