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9] 우리말) 이걸 처먹으라고?

조회 수 5120 추천 수 100 2006.09.29 09:25:20
안녕하세요.

어제는 밖에 나가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제 배가 해장국을 애타게 찾더군요. ^^*
추어탕을 먹었는데요.
추어탕을 내오고, 그 옆에 들깨 가루가 있는데,
그걸 쳐 먹으면 좋다고 하더군요.

"손님, 들깨 가루를 쳐 먹는[처멍는] 것이 좋습니다."
"뭐라고요? 처먹으라고요?"
"아니, 그게 아니라, 이걸 쳐 드시라고..."
"처먹으나 처드시나... 이런..."

오늘은 '처먹다'와 '쳐 먹다'를 갈라보겠습니다.

먼저,
'처먹다'는
"욕심 사납게 마구 먹다."는 뜻입니다.
또, '먹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하죠.
발음은 [처먹어, 처먹으니, 처멍는]입니다.
여기에 쓴 '처'는
'함부로, 마구, 심히'의 뜻이 있습니다.

이와 달리,
'쳐 먹다'는 두 개의 동사로 만들어진 구입니다.
여기에 쓴 '쳐'는
"적은 분량의 액체를 따르거나 가루 따위를 뿌려서 넣다"는 뜻의 '치다'에서 온 말입니다.
곧, '쳐'는 '치-'의 활용형인 '치어'의 준말입니다.

따라서,
'들깨 가루를 쳐 먹다'는
'들깨 가루를 추어탕에 뿌려서(또는 넣어서) 먹다'는 뜻이고,
'들깨 가루를 처먹다'는
들깨 가루 먹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것입니다.

문제는,
'쳐 먹다'와 '처먹다'의 발음이 같다는 것입니다.
이건 뭐 어떻게 풀 방법이 없네요.
어른 앞에서는 조심스럽게 쓰는 수 밖에...^^*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경우가 바르다 >> 경위가 바르다]

안녕하세요.
지난 주말에는 정읍, 광주, 나주를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월요일 저녁 늦게야 돌아왔습니다.
혼자 싸돌아다니니까 좀 심심하더군요.

지난 주말에 오랜만에 예의가 바른 젊은 친구를 만났습니다.
하긴, 저도 아직까지는 30대 끄트머리를 힘겹게 잡고 있는 젊은 사람입니다만...

주말에 만난 친구는 20대 초반인데,
어르신들을 모시는 예의가 참 바르더군요.

옆에 계시는 분들도,
“저 친구 참 경우 바르군”하면서 칭찬이 자자했습니다.
덩달아 저도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흔히,
사리에 옳고 그름과 시비의 분간이 뚜렷한 사람을,
‘경우가 바른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경위’를 잘못 쓴 겁니다.

경우(境遇)는
“(어떤 조건이 있는) 특별한 형편이나 사정”이라는 뜻으로,
‘만일 비가 올 경우에는 가지 않겠다.’처럼 씁니다.

경위(涇渭)는  
“사리의 옳고 그름과 시비의 분간”이라는 뜻으로,
‘경위 없이 행동하지 마라.’처럼 씁니다.

본래 경위는
중국 황하의 지류인 ‘경수(涇水)’와 ‘위수(渭水)’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말입니다.
이 두 물은 서안 부근에서 만나 합쳐지는데,
경수는 항상 흐리고, 위수는 항상 맑아
두 물이 섞여 흐르는 동안에도 구별이 분명하다 해서 그런 뜻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경우가 바르다’의 반대말은 무엇일까요?
당연히 ‘경우가 바르지 않다’도 맞죠.
보통은,  
‘경위가 그르다’라고 하는데,
실은 ‘경위가 없다’라고 해야 맞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경위 바르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보태기)

경위(涇渭)와 발음이 같은 경위(經緯)는,
"일이 진행되어 온 과정"을 뜻하고 날 경(經) 자, 씨 위(緯) 자를 씁니다.
‘날’은 “천, 돗자리, 짚신 따위를 짤 때 세로로 놓는 실”을 말하고,
‘씨’는 “천, 돗자리, 짚신 따위를 짤 때 가로로 놓는 실”을 말합니다.

곧, “직물(織物)의 날과 씨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 경위인데요.
마치 날실과 씨실을 엇갈리게 해서 쫀쫀한 베를 짜듯이 “일이 진행되어 온 과정”을 ‘경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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