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는 어머니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마침 아내가 밖에 나가고 어머니 혼자 점심을 드시게 되어 제가 모시고 밖으로 나왔죠.
돌솥 비빔밥을 먹었는데 어머니가 참 좋아하시더군요.
오랜만에 명란젓을 먹어보신다면서 비빔밥 한 그릇을 다 비우셨습니다.
명란젓을 이렇게 좋아하실 줄 알았으면 더 일찍 해 드릴걸......
오늘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명란젓을 알아볼게요.
명란젓은 "명태의 알을 소금에 절여 담근 젓."입니다.
明卵에 젓이 붙어서 된 낱말입니다.
卵이 알 란 자 이므로 明卵은 '명란'이 맞습니다.
만약 이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오면 두음법칙에 따라 '란'이 아니라 '난'이 되겠죠.
난포, 난막, 난상 따위 입니다.
어쨌든 명태 알로 담근 젓은 '명란젓'입니다.
창난젓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 창난젓이 (명태의) 창자(창)와 알(卵, 란)로 만든 젓이라면
창란젓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卵 자가 낱말 맨 앞에 온 게 아니니 '란'이라고 해야겠죠.
그러나
창난젓은 창자와 알로 만듯 젓이 아닙니다.
"명태의 창자."를 '창난'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것으로 만든 젓입니다. 순 우리말입니다.
'창자와 알'과는 상관없습니다.
순 우리말 '창난'으로 만든 젓이니 당연히 '창란젓'이 아니라 '창난젓'이죠.
정리하면,
명란젓은 명태의 알로 담은 젓이니 '명란젓'이 맞고,
창난젓은 명태의 창자인 '창난'으로 담은 젓이니 '창난젓'이 맞습니다.
그나저나,
명란젓과 창난젓 중 어떤 게 더 맛있어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운명을 달리하다/유명을 달리하다]
안녕하세요.
휴가 중 쌓인 편지 중에,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편지가 있네요.
제가 잘 아는 분인데,
이번에 지병으로 돌아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OOO가 운명을 달리하셨습니다’라는 이 전자우편의 제목은 잘못되었습니다.
‘운명(殞命)’은,
“사람의 목숨이 끊어짐”을 뜻합니다.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목숨이 끊어진 것을 달리했다’는 말인데,
좀 이상하잖아요.
운명을 달리한 게 아니라,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 합니다.
‘유명(幽明)은,
“어둠과 밝음을 아울러 이르는 말” 또는,
“저승과 이승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누군가 돌아가시면,
당연히,
‘유명을 달리했다’고 해야지,
‘운명을 달리했다’고 하면 안 됩니다.
굳이 ‘운명’을 쓰고 싶으면,
‘운명했다’고 하시면 됩니다.
그 선배님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