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도 어제 받은 편지 하나를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말을 풀이할 때 한자를 쓰지 말았으면 하고 거듭 부탁합니다.
왜냐하면, 한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제 신문에, <도전 골든벨>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민주시민'이라는
말을 한자로 쓰지 못해 39명 가운데 18명이 무더기로 탈락했다는 기사가 있습디다.
한자 가운데서도 아주 쉬운 글자인데 50퍼센트 가까운 학생이 쓰지 못했습니다.
사정이 이렇습니다. (저는 나머지 학생들이 썼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만....)
님은 어쩌다 한자를 배워 '우리말 편지'에 한자를 섞어 쓸 만한 실력을 갖추었겠지만,
이 땅의 많은 사람은 한자를 배우지 않아 한자 까막눈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들도 우리말을 잘 쓸 권리가 있습니다. 그들도 이 '우리말 편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라면 이렇게 풀이하겠습니다.
"'명란'의 '명'은 '명태'에서 '명'만 떼어 줄인 말이고, '란'은 우리말 '알'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이제부터라도 '명태알젓'이라고 쓰면 좋겠습니다.
게 알로 담근 젓은 게알젓, 숭어 알로 담근 젓은 숭어알젓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오늘은 어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갖고 명란젓을 알아볼게요."
'마음을 갖는다'는 표현은 영어 번역투지요.
영어의 'have'를 덮어놓고 '갖다'로 뒤치던 버릇 때문에 이런 말을 예사로 쓰게 되었습니다그려.
도대체 마음을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조금만 생각하면 이 말이 잘못임을 알 수 있지요.
(님이 쓰신 이 월을 꼼꼼히 읽어 보면, 무슨 말인지 헷갈립니다. 그래서 그저
'뭔가 죄송한가 보다' 하고 생각하고 흐리멍텅한 채로 넘어가 버리게 됩니다.)
우리말 배우기보다 영어 배우기에 더욱 애를 쓰다 보니, 우리 마음과 생각을 제대로
밝고 옳게 드러낼 수 있는 연장인 우리말을 조금씩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그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꼼꼼하게 읽고 잘못을 꼬집어 주시니 제가 맘 편하게 우리말편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시쳇말로 정말 죽을 맛입니다.
국정감사가 며칠 남지 않다 보니
여기저기서 닦달하는 게 보통이 아니네요.
제발 빨리 끝나길 빌면서 오늘은 '닦달'을 알아볼게요.
닦달[닥딸]은
다 아시는 것처럼 "남을 단단히 윽박질러서 혼을 냄."이라는 뜻입니다.
저 무자비한 것들의 표독스러운 닦달에 입을 벌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고...,
돈을 어서 갚으라고 닦달을 하다처럼 씁니다.
이것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뜻이고
닦달에는 이것 말고 다른 뜻도 있습니다.
"물건을 손질하고 매만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이 가구가 그래도 닦달만 잘하면 다시 새것처럼 깨끗해질 것 일세처럼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갈고 닦아서 다듬는 일"을 '닦달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집 안을 깨끗이 치우는 일"은 '집안닦달'입니다.
설마 그런 낱말이 진짜 있느냐고요?
사전 찾아 보세요. 있습니다. ^^*
집안-닦달
또,
"음식물로 쓸 것을 요리하기 좋게 다듬음."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꿩과 닭의 닦달은 아저씨에게 맡기고, 너는 어서 아궁이에 불을 지펴라처럼 쓸 수 있죠.
제가 고향에 가면 가끔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저기 달기새끼 한 마리 잡아서 닦달해놔라, 저녁에 삶아 먹자!"
닦달이 들어간 낱말 중,
'몸닦달'이라는 게 있습니다.
"몸을 튼튼하게 단련하기 위하여 견디기 어려운 것을 참아 가며 받는 몸의 훈련"을 말합니다.
'닦달'이 여러 가지 뜻이 있고, 그중에는 좋은 뜻도 있지만,
저는 '닦달'이 싫습니다.
제가 닦달 당하기도 싫고, 남을 닦아세우기도 싫고...
제발 오늘은 닦달 당하지 않고 잘 넘어가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달기새끼'는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달기'는 닭의 사투리인데,
저희 어머니는 꼭 '달기새끼'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어머니 생각에 저도 한번 써 봤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뒤치닥거리 >> 뒤치다꺼리]
저는 지금 울진에 있습니다.
지난 수요일부터 이번 주말까지 있어야 합니다.
친환경농업 국제학술대회에 준비차 왔는데,
일하다 보니 제가 쫄따구(졸개의 전라도 방언)라서...할 일이 많네요.
이것저것 뒤치다꺼리도 해야 하고...
흔히,
뒤에서 일을 보살펴서 도와주는 일이나
뒷바라지를
‘뒤치닥거리’라고 하는데,
이것은 틀린말입니다.
‘뒤치다꺼리’가 맞습니다.
애들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사람이 많으니 뒤치다꺼리도 힘들다.
뒤치다꺼리를 하려고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처럼 씁니다.
이런 일도 이제 힘드네요.
저도 불혹이 몇 달 남지 않아서...ㅋㅋㅋ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보태기)
명사 뒤에 붙거나 어미 '-을' 뒤에 쓰여, “내용이 될 만한 재료”를 뜻하는 ‘거리’는,
국거리/논문거리/반찬거리/비웃음거리/일거리/이야깃거리처럼 쓰이는데,
‘꺼리’로 쓰이는 경우는,
뒤치다꺼리, 입치다꺼리, 치다꺼리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