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06] 우리말) 군포시, 고맙습니다

조회 수 5740 추천 수 64 2006.11.07 10:49:34
안녕하세요.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네요.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토요일에 군포시 시민체육광장에서 열린 '2006 경기과학축전'에 다녀왔습니다.
아침에 아내가 군포시 시민체육광장에 가자고 해서 저는 카메라부터 챙겼습니다.
실은 이태 전에 장애인 배구를 그곳에서 할 때 가봤는데,
'군포시실내체육관'이라는 큼지막한 글자가 체육관에 써져 있었거든요.

'실내체육관'은 말이 안 됩니다.
체육관에서 관(館)이 객사 관 자 잖아요. 곧 건물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체육관 앞에 굳이 '실내'를 붙일 까닭이 없습니다.
'체육관'은
"실내에서 여러 가지 운동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추어 놓은 건물"로
'실내'에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한 '건물'이잖아요.
관 앞에는 실내를 붙이면 안 됩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잠실체육관도 몇 해 전까지는 '잠실실내체육관'이었는데,
지금은 '잠실체육관'이라고 합니다.
http://stadium.seoul.go.kr/guidance/guide_01_04.html

그러나 실내수영장이나 실내야구장은 말이 됩니다.
여기에 쓴 장(場)은 마당 장 자로 실내나 건물이라는 뜻이 없잖아요.
수영장과 야구장은 밖에도 있고, 안에도 있을 수 있으므로,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고자 실내수영장, 실내야구장이라고 쓰는 것은 말이 됩니다.

어쨌든, 이런 까닭에,
아내가 마침 군포시 시민체육관에 가자고 하니 저는 카메라부터 챙긴 거죠.
증거를 잡아서 군포시를 전국적으로 망신 좀 주려고...

근데 아뿔싸,
그 체육관에 가보니 체육관 이름이 바뀐겁니다.
아래 사진처럼...



그래도 자세히 보니 예전 글자 자국이 있긴 있더군요.
아래 사진처럼...







군포시에서 참 잘하신 겁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찾아 비꼴 생각으로 눈이 벌게서 찾아간 제가 민망하더군요.

그리고 하나 더 잘하신 게 있습니다.
이번 행사 이름이 '2006 경기과학축전'입니다.
'과학축제'라고 하지 않고 '과학축전'이라고 하신 것도 참 잘하신 겁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축제'는 일본식 표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축제를 잔치나 축전으로 다듬는다고 나와있습니다.

http://www.korean.go.kr/uw/dispatcher/bbs/search/dictionary/dic_sear_detail.appl?att1=%EC%B6%95%EC%A0%9C&count=0&pcount=0&attr_oid=@83964|2|4&old_in=0

잔치라고 하지 않은 게 서운하긴 하지만,
축제라고 하지 않은 것만도 참 다행입니다.

군포시!
참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쉽상이다 >> 십상이다]

새로운 한 주가 밝았습니다.
저는 지난주에 어머니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어제 늦게 올라왔습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가 갑자기 편찮으셔서
제가 혼 좀 났었죠.

어머니가 혼자 계시다 보니 드시는 것도 부실하고,
갑자기 태풍이 몰려온다고 해서 이 일 저 일 좀 무리를 하셨었나 봅니다.
그러다 보면 탈이 나기 십상이죠.

날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드리지만,
그래도 부족하더군요.
자칫 깜빡하면 어머니 건강을 놓치기 십상입니다.
오늘, 아니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 드리는 것은 어때요?

흔히,
“-하기 아주 쉬운 일이나 상태”를 두고,
‘-하기 쉽상’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쉽상’이 아니고 ‘십상’입니다.

‘십상’은,
十常八九에서 온 말입니다.
열 가운데 여덟이나 아홉 정도로 거의 대부분이거나 거의 틀림없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하기 쉽다고 해서 ‘쉽상’이 아닙니다.

벌써 가을입니다.
곧 한가위이고...
이렇게 게으름 피우다가는
올 농사 망치기 십상인데, 이래저래 걱정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일이 많이 생기시길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263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347
2336 [2014/08/18] 우리말) 우리 머니북 2014-08-19 6072
2335 [2016/01/13] 우리말) 대갚음/되갚음 머니북 2016-01-14 6066
2334 [2006/10/11] 우리말) 배추 뿌리, 배추꼬랑이 id: moneyplan 2006-10-11 6065
2333 [2010/03/08] 우리말) sunglass는 선글라스 id: moneyplan 2010-03-08 6064
2332 [2010/09/16] 우리말) 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09-16 6061
2331 [2015/01/27] 우리말) 국회 상징, 한자에서 한글로 머니북 2015-01-27 6057
2330 [2013/03/22] 우리말) 약 머니북 2013-03-25 6053
2329 [2006/12/18] 우리말) 살찌다와 살지다 id: moneyplan 2006-12-18 6053
2328 [2006/09/24] 우리말) 산문 모음집 id: moneyplan 2006-09-25 6053
2327 [2015/07/02] 우리말) 줄행랑 머니북 2015-07-02 6051
2326 [2012/03/12] 우리말) 꽃샘과 잎샘 머니북 2012-03-12 6051
2325 [2014/07/30] 우리말) 발맘발맘 머니북 2014-07-30 6043
2324 [2014/07/21] 우리말) 누가 '전기세'를 걷나? 머니북 2014-07-21 6041
2323 [2010/11/25] 우리말) 새다와 새우다 moneybook 2010-11-25 6040
2322 [2010/11/18] 우리말) 마루 moneybook 2010-11-18 6040
2321 [2008/12/04] 우리말) 호주머니 id: moneyplan 2008-12-04 6036
2320 [2006/10/10] 우리말) 밥먹고 삽시다 id: moneyplan 2006-10-10 6034
2319 [2016/09/28] 우리말) 더이페이 -> 도르리 머니북 2016-11-01 6030
2318 [2015/11/11] 우리말) 빼빼로 데이 머니북 2015-11-12 6025
2317 [2013/12/09] 우리말) '사리'와 '개비' 머니북 2013-12-09 6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