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 제 아내가 집에 있는 묵은 쌀로 떡을 만들어서 일터로 가져온다네요.
가까이 계시면 세 시쯤 저희 사무실로 오세요. ^^*
오늘은 떡 이야깁니다.
'떡'은
"곡식 가루를 찌거나, 그 찐 것을 치거나 빚어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아는 떡 그대로입니다.
이 떡은
무엇으로 어떻게 만드는가에 따라 아주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멥쌀로 긴 원통형으로 뽑아 만든 가래떡,
쌀가루를 시루에 쪄서 만든 시루떡,
찹쌀로 만든 찹쌀떡 따위죠.
오늘 아내가 만들어 온다는 떡은 바람떡입니다.
"흰떡, 쑥떡, 송기떡을 얇게 밀어 콩가루나 팥으로 소를 넣고 오목한 그릇 같은 것으로 반달 모양으로 찍어 만든 떡."으로
만든 뒤에 서로 붙지 않도록 참기름을 바른 떡 있잖아요.
개피떡
이 떡은 안에 공기가 들어 부품하게 보인다고 해서 바람떡이라고 하는데요.
실은 이 '바람떡'은 강원도 지방의 사투리입니다.
표준어는 '개피떡'입니다.
저에게 편지를 주시는 분 중에,
자주 쓰는 말은 받아들여야지 굳이 맞춤법이라는 틀에 끼워 맞춰서 우리말의 쓰임새를 좁힐 필요는 없지 않으냐는 말씀을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시면서 언어는 살아 있으므로 사람이 많이 쓰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하십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강남에서 온 콩인 '강남콩'을 발음하기 좋게 '강낭콩'으로 바꿔 표준어로 한 겁니다.
표준어규정 23항에 보면,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는 게 있습니다.
그에 따라 사투리던 멍게가 우렁쉥이와 함께 표준어 대접을 받고 있죠.
아마도,
국립국어원에서 2008년에 사전을 새로 만들 때는
개피떡과 함께 바람떡도 표준어 대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혹시 모르죠.
"방언이던 단어가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표준어이던 단어가 안 쓰이게 된 것은, 방언이던 단어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표준어규정 24항에 따라
개피떡이 사라지고 '바람떡'이 표준어 자리를 꿰찰지...
바람떡... 저는 '바람떡'이 '개피떡'보다 좋은데...
그나저나,
점심 드시고 나서 출출하시면 세 시쯤 저희 방으로 바람떡 드시러 오세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편지입니다.
복습 삼아 다시 보내드리는 겁니다.
[미망인]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그런지,
부고가 많네요.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어찌 하늘의 큰 뜻을 거역할 수 있겠습니까만,
그래도 가까이 있는 분이 돌아가신다는 것은 큰 아픔이고 슬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가장이 돌아가시면, 남아있는 가족은...
어제 받은 부고 중에,
맨 밑에 미망인 아무개라는 게 있더군요.
미망인...
미망인(未亡人)은,
옛날 춘추전국시대때나 있었던 말로,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란 뜻의,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에는
왕처럼 높은 사람이 죽으면 그 부인뿐만 아니라 시종들까지 모조리 저승길로 쳐 밀어넣던 못된 짓거리를 했다고 합니다.
당연히 기원전 중국에서나 있었던 이야기죠.
한때,
인도에서는 ‘사티(Sati)’라는 풍습이 있어,
남편이 죽으면 그 부인을 생화장했다고도 합니다.
당연히 지금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죠.
위와 같은 경우에나 쓰일 수 있는 말이,
미망인입니다.
남편을 따라 당연히(?) 죽어야 하는데, 죽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 바로 ‘미망인’입니다.
그런 낱말을,
남편이 죽어 힘들어하는 부인에게 꼭 써야할까요?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혹시라도,
장례가 끝난 후,
망자의 부인이 자신의 이름으로 돌리는 감사편지 끝에,
‘죄스럽다’는 뜻으로 어쩌면 쓸 수 있을지 모르고,
‘전몰군경미망인회’처럼 스스로를 가리킬 때는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남들이 망자의 부인에게는 절대로, 절대로 쓸 수 없는 말입니다.
남편이 죽은 사람에게 미망인이라고 하면,
“네 남편은 벌써 죽었는데, 너는 아직 안 죽고 뭐하냐?”라는 뜻의 망발입니다.
절대로 써서는 안 될 말이죠.
그나저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큽니다.
늘 건강조심하세요.
보태기)
‘미망인’ 대신에,
남편의 생사에 관계없이 ‘부인’, ‘아내’로 부르는 쪽이 무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