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오후에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오늘부터 특허대전을 하는데 농촌진흥청도 참여하기에 미리 가서 전시 준비를 좀 했습니다.
어제 그곳에서 구세군 냄비를 처음 봤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도웁시다."라는 말씀이 지금도 귀에 선하네요.
많은 사람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길 빌며 오늘은 '냄비'를 알아볼게요.
'냄비'는
일본어 鍋(なべ[나베])에서 왔습니다.
나베를 남비로 받아들여 죽 써오다가 1988년 맞춤법 규정을 바꾸면서
남비를 버리고 냄비를 표준어로 선택했습니다.
좀 깊게 들어가 볼까요?
표준어규정 제9항에 따르면,
'ㅣ'역행 동화 현상은 표준발음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아지랭이'가 아니라 '아지랑이'가 맞습니다.
그러나 다음 낱말은 역행 동화가 적용된 형태를 표준어로 삼습니다.
이에 따라 '신출나기'가 아니라 '신출내기'가 맞고,
'남비'가 아니라 '냄비'가 맞으며,
'풋나기'가 아니라 '풋내기'가 맞습니다.
자선냄비에 따뜻한 정이 많이 깃들고
더불어 사회도 같이 따뜻해지길 빕니다.
저는 오늘도 서울에 가야 합니다.
멀리 마포구까지 가야하니 지금 집을 나서야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쨌건 냄비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나베-> 남비->냄비
우리말에 노구솥이라는 게 있습니다.
"놋쇠나 구리쇠로 만든 작은 솥"이 바로 노구솥입니다.
80년쯤 전에 우리나라에 구세군 냄비가 처음 들어올 때
남비를 쓰지 않고 노구솥을 썼더라면...
구세군 노구솥... 좀 이상한가요?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어제는 외부에서 손님이 오셔서
늦게까지 주(酒)님과 함께했습니다.
한 노래 제목처럼
‘이 밤의 끝을 잡고’ 몸부림을 쳤던 하루였습니다.
이 밤의 끝을 잡고...
여러분은 이 문장을 어떻게 읽으세요?
[끄슬]? [끄츨]? 아니 [끄틀]인가?
우리 국어에는, 연음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앞 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 형태소가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 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 법칙이죠.
이 법칙에 따라, ‘하늘이’가 [하느리]로 소리 납니다.
이 연음법칙에 따라,
‘끝을’을 [끄틀]로 읽어야 합니다.
[끄슬]이나 [끄츨]로 읽을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끄’ 밑에 ㅌ은 있어도 ㅅ이나 ㅊ은 없잖아요.
그럼 당연히 [끄틀]로 읽어야지 [끄슬]이나 [끄츨]로 읽으면 안 되죠.
‘꽃이 예쁘다’도, [꼬치] 예쁜 것이고,
빚을 많이 지면 생활이 힘든 것도, [비즐] 많이 진 겁니다.
이것을 [꼬시] 예쁘다나,
[비슬] 많이 진다고 발음하면 안 됩니다.
아무리 술 취해도 발음은 똑바로 해야겠죠?
그나저나, 오늘 저녁에는 아내가 아들턱 낸다고 몇 집을 초대한 것 같던데...
몇 시에나 끝날지...
오늘은 이 밤의 [끄틀]잡고 몸부림 치고싶지 않네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