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1/10] 우리말) 집가심

조회 수 4358 추천 수 91 2007.01.12 12:29:47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희 집 이삿날입니다.
비록 전세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조금 더 큰집으로 갑니다.
집을 사서 가면 좋으련만 그런 돈은 없고...
제 깜냥에 그렇게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저는 일터에 나가지만
장모님과 아내는 하루종일 집가심을 해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집가심'이 뭔지 아세요?

먼저 '가심'은
"깨끗하지 않은 것을 물 따위로 씻는 일"을 뜻합니다.
따라서 '입가심'은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 내는 것"을 뜻하고,
'볼가심'은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시장기를 면하는 일"을 뜻합니다. 볼에 있는 시장기를 떼는 거겠죠. ^^*
그럼 당연히 '집가심'은
"집안을 청소하는 것"을 말하겠죠?
본래는
"초상집에서 상여가 나간 뒤에 무당을 불러 집 안의 악한 기운을 깨끗이 가시도록 물리치는 일."을 뜻했는데,
지금은 그런 뜻보다는 집안 청소라는 뜻으로 더 쓰입니다.

입가심은 알지만,
설마 볼가심, 집가심이라는 낱말이 진짜로 있냐고요?
있습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인데,
집가심이 들어있어서 골랐습니다.

하늘이시여!
비 좀 그만 내리게 해 주십시오.

끊임없이 내리는 비에,
바자운 마음으로 힘없이 더그매만 쳐다보는
(바잡다 : 두렵고 염려스러워 조마조마하다.)
(더그매 : 지붕과 천장 사이의 빈 공간)
가년스럽고 떼꾼한 날피들이 보이지 않나요?
(가년스럽다 :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데가 있다.)
(떼꾼하다 : (몹시 지쳐서) 눈이 쑥 들어가고 생기가 없다.)
(날피 : 가난하고 허랑한 사람)
모두 각다분하게 사는 사람들인데,
(각다분하다 : 일을 해 나가기가 힘들고 고되다.)
이번 비로 방나고 말았습니다.
(방나다 : 집안의 재물이 모두 다 없어지다.)
사그랑이 하나도 남은 게 없습니다.
(사그랑이 : 다 삭아서 못 쓰게 된 물건)

비나리치며 가살스럽고 강밭게 산 떼꾸러기 같은 우리를
(비나리 : 남의 환심을 사려고 아첨함)
(가살스럽다 : 언행이 얄망궂고 되바리지다, 보기에 가량맞고 야살스러운 데가 있다.)
(강밭다 : 몹시 인색하고 야박하다.)
(떼꾸러기 : 늘 떼를 쓰는 버릇이 있는 사람)
비사치면 좋으련만......
(비사치다 :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고, 에둘러 말하여 은근히 깨우치다.)

서그럽고 늡늡하게 용서해 달라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서그럽다 : 마음이 너그럽고 서글서글하다.)
(늡늡하다 : 성격이 너그럽고 활달하다.)
이 순간 넘어가려고 엉너리 부리지도 않겠습니다.
(엉너리 :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다만, 목새 사이로 집가심 흉내라도 내게 해 주십시오.
(목새 : 물에 밀려 한 곳에 쌓인 보드라운 모래)
(집가심 : 집을 깨끗하게 치우고 쓸어내는 일)

조붓한 속창아리를 가진 인간이 잔밉겠지만,
(조붓하다 : 조금 좁은 듯하다)
(잔밉다 : 몹시 얄밉다.)
스스로 치룽구니고 어리보기임을 알아 조라떨지 않을 테니,
(치룽구니 : 어리석어서 쓸모가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어리보기 : 얼뜨고 둔한 사람,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조라떨다 : 일을 망치도록 경망스럽게 굴다.)
이제는 비를 멈춰 주십시오.

하늘이시여,
제발 비를 멈춰 주세요.

우리말123

보태기)
1. 여기에 쓴 단어는 모두 요즘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단어입니다.
고어가 아닙니다. 잘 살려 써야할 아름다운 우리말이죠.
사전에서 낮잠 자는 이런 단어는
우리가 부려 쓰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 단어 뜻 풀이는,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764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211
2674 [2013/10/28] 우리말) 틀리기 쉬운 높임말 머니북 2013-10-28 424364
2673 [2014/01/10] 우리말) 사물 존대 동영상 머니북 2014-01-10 144039
2672 [2007/02/22] 우리말) 어제 받은 답장 몇 개 [8] id: moneyplan 2007-02-22 99763
2671 [2006/12/19] 우리말) 봇물을 이루다? id: moneyplan 2006-12-19 55848
2670 [2010/01/12] 우리말) 한판과 한 판 id: moneyplan 2010-01-12 52242
2669 [2011/12/15] 우리말) 따 논 당상 --> 떼어 놓은 당상 머니북 2011-12-16 20391
2668 [2011/11/25] 우리말) 십여 명 머니북 2011-11-25 19677
2667 [2008/03/07] 우리말) 발췌, 발취, 발초 id: moneyplan 2008-03-07 18279
2666 [2012/08/08] 우리말) 석패 머니북 2012-08-08 18162
2665 [2011/11/29] 우리말) 재시합과 재경기 머니북 2011-11-29 17885
2664 [2011/12/08] 우리말) 소반다듬이 머니북 2011-12-08 17443
2663 [2011/12/19] 우리말) 종군위안부 머니북 2011-12-19 17161
2662 [2011/11/18] 우리말) 댓글 소개 머니북 2011-11-18 16317
2661 [2006/08/18] 우리말) '당분간'이 아니라 '얼마 동안' id: moneyplan 2006-08-18 16305
2660 [2013/03/06] 우리말) 세꼬시는 뼈째회로 쓰는 게 좋습니다 머니북 2013-03-06 15767
2659 [2012/08/10] 우리말) 도합과 모두 머니북 2012-08-10 15289
2658 [2011/11/24]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1-11-24 14194
2657 [2013/03/06] 우리말) 개그맨, 한글 박사가 되다 방송인 정재환 머니북 2013-03-06 14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