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월요일 아침입니다.

오늘은 제 이야기로 시작할게요.

실은 제가 작년 말에 충남대학교 교원공채에 응모한 적이 있습니다.
1차 서류심사, 2차 논문심사, 3차 공개발표까지 하고,

지난주 목요일에 4차 총장면접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를 오늘 발표하는데, 저는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을 어쩔 수 없네요.

제가 대학교 교수를 너무 쉽게 봤나 봅니다.
교수 자리가 그렇게 녹록한 자리가 아닌데...

오늘은 아쉬움을 달래며 녹록과 록록, 녹녹을 갈라볼게요.

먼저,
'녹녹하다'는 그림씨로
"물기나 기름기가 있어 딱딱하지 않고 좀 무르며 보드랍다."는 뜻입니다.
녹녹하게 반죽을 하다처럼 쓰죠.
한자어가 아니라 순 우리말입니다.

녹록(碌碌/錄錄)하다도 그림씨인데,
"평범하고 보잘것없다."는 뜻과 "만만하고 호락호락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녹록하지 않은 사람/나도 이제 녹록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처럼 씁니다.

록록하다는 북한에서 쓰는 말로,
'녹록하다'를 그렇게 씁니다.

굳이, 억지로 말을 만들어보자면,
제가 충남대학교를 녹록하게 보고 덤빈 거죠.
(녹녹하게나 록록하게가 아닙니다.)
그러니 떨어지죠. ^^*

아마도 교수가 되기에는 모든 면에서 턱없이 부족하니,
실력과 덕을 더 쌓고, 좀더 겸손해지고,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나누고 살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앞에서는 일부러 말을 만든 것이고,
저는 절대 충남대학교를 만만하게 보거나, 호락호락하게 보거나 녹록하게 보지 않습니다.
비록 저를 떨어뜨린 학교지만,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기를 빕니다.

더불어 이번에 충남대학교 교수가 되신 정 박사님의 앞날에도 큰 발전이 있기를 빕니다.

저는 오늘부터 베풂을 실천하고자
오늘 점심때 우리 과 직원을 모두 모시고 점심을 대접하겠습니다.
충남대학교 교수 떨어진 기념(?)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말 123

보태기)
움직씨 '베풀다'의 이름씨는 '베품'이 아니라 '베풂'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지’ 띄어쓰기]

며칠 전에 '홍어 안 먹은 지 오래됐다'가 아니라,
'홍어 먹은 지 오래됐다'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지'를 어떤 때는 붙여 쓰고, 어떤 때는 띄어 써야 하는지를 물어보신 분이 많으시네요.

오늘은, '지'의 띄어쓰기를 말씀드릴게요.
'지'는 때에 따라 띄어 써야 하거나 붙여 써야 합니다.

'지'는,
'-ㄴ(은, 는)지', '-ㄹ(을)지'의 형태로 쓰인 어미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로 쓰입니다.
당연히 어미일 경우에는 붙여 쓰고, 의존 명사로 쓰였을 경우에는 띄어 씁니다.

예를 들면,보면,
의존 명사로 쓰인 경우는,
"어떤 일이 있었던 때로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내는 말."이므로,
그를 만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집을 떠나온 지 어언 3년이 지났다. 강아지가 집을 나간 지 사흘 만에 돌아왔다처럼 씁니다.

어미로 쓰인 경우는,
그가 살아남았는지 모르겠네. 철수가 돌아올지 알 수 없을까?처럼 씁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어떤 일이 있었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동안"을 나타낼 때는 띄어 쓰고,
다른 경우는 모두 붙여 쓰시면 됩니다.

더 쉽게 정리하면,
'시간의 경과'를 말하면 띄어 쓰고,
'지' 앞에 '-는지, -은지, -을지'가 오면 붙여 씁니다.

보태기)
'띄어쓰기를 말씀드릴게요.'에서는,
'띄어쓰기'로 붙여 썼고,
'어떤 때는 띄어 써야 하는지를'에서는,
'띄어 써야'라고 띄어 썼습니다.

이 까닭은,
'띄어쓰기'는 한 낱말이므로, '띄어쓰기 하다'처럼 쓸 수 있지만,
'띄어 쓰다'는 한 낱말이 아니라서 띄어 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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