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7] 우리말) 불이 아니라 달러입니다

조회 수 5191 추천 수 62 2007.02.27 02:08:36
안녕하세요.

어제치 경향신문 11면 아래를 보면,
"미국인 5.3% 월 205弗로 '연명'"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습니다.
미국인 1600만명 월205弗 ‘연명’

오늘은 이 弗을 좀 보겠습니다.

예전에 보낸 편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지금도 유럽을 구라파라고 하는 사람이 있고,
낭만(浪漫)의 말뿌리가 뭔지 모르고 쓰는 분이 계십니다.
안타깝습니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고 왜 그런 엉터리 말을 만들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미국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돈을 나타낼 때
Dollar에 $라는 단위를 만들어서 쓰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파운드를 £로 쓰고,
일본은 엔을 ¥로 씁니다.
돈의 단위를 그렇게 쓰는 것은 좋습니다. 그걸 뭐라는 게 아닙니다.

미국의 $를 보고 일본 사람들이 이 $와 비슷한 한자에서 찾은 것이 弗입니다.
소리가 비슷해서 따온 게 아니라 글자 모양이 비슷해서 가져온 것입니다.
그 밖에 아무런 뜻도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를 弗이라 쓰고 ドル[도루]라고 읽습니다.
이것을 가져가다 우리는 '불'이라고 읽습니다.
참으로 낯뜨거운 일입니다.
그냥 '달러'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언론에서 그런 '불'을 쓴다는 겁니다.

그러면 안 됩니다.

경향신문에서 그 기사 바로 밑에,
"日 위성 감시체계 시동..."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는데,
'1m급'이라고 썼네요.
600km라고 썼고...
m나 km는 필기체로 쓰면 안 됩니다.

신문은 단 한 자도 틀리면 안 됩니다.
왜냐고요?
바로 저 같은 사람들은
신문에 나온 것은 다 옳은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틀리면 안 됩니다.

오늘 경향신문에서 쫓아올 것 같아 저는 나주로 도망갑니다. ^___^*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이르다/빠르다]

어제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친구 : 야, 나 아무갠데, 잘 살지?
이번에 내 아들 수원 OO대에 붙었다. 시간 내서 너 찾아가라고 할게.
너 알다시피 내가 결혼이 좀 빨랐잖냐.
(구시렁거리며 아들 자랑...)
근데 네 아들은 지금 몇 살이야?
저 : 응...... 난, 아직...... 이제 한 살...
친구 : 푸하하하~~~ 언제 키울래? 깝깝하다~~. 나 같으면 자살한다 자살해!
저 : .........
근데 왜 전화했어?
친구 : 응. 그냥. 아들 대학 들어가서 자랑하려고
저 : (이런 XXX)......

속은 뒤집혀도 맞춤법 틀린 것은 짚어야겠네요.
친구가 결혼을 빨리했다고 했는데,
이 친구는 '빠르다'와 '이르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겁니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 그는 행동이 빠르고 민첩하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경기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말은 틀립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므로,
'경기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합니다.

또, 상사가 "이 일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빨라야 다음 주 초에나 끝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면 안 됩니다.
"일러야 다음 주 초"라고 해야 합니다.

제 속을 긁어놓은 친구도,
결혼이 빠른 게 아니라 이른 거죠.
결혼이 빠른 것은, 결혼식을 1분 만에 마친 것을 말하고(말이 되나요? )
결혼이 이른 것은, 어린 나이에 결혼한 것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제 아들은 언제 대학교에 들어가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278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8504
876 [2013/10/08] 우리말) 기역, 니은... 머니북 2013-10-08 5186
875 [2013/10/10] 우리말) 시들다 머니북 2013-10-10 4214
874 [2013/10/11] 우리말) 엠블렘 머니북 2013-10-11 5014
873 [2013/10/14] 우리말) 얻다 대고... 머니북 2013-10-14 5248
872 [2013/10/15] 우리말) 여태껏 머니북 2013-10-15 4846
871 [2013/10/16] 우리말) 비거스렁이 머니북 2013-10-16 4366
870 [2013/10/17] 우리말) 악천우 -> 악천후 머니북 2013-10-17 5065
869 [2013/10/21] 우리말) 돌부리 머니북 2013-10-21 5040
868 [2013/10/22] 우리말)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머니북 2013-10-22 5079
867 [2013/10/23] 우리말) 속알딱지 -> 소갈딱지 머니북 2013-10-23 4903
866 [2013/10/24] 우리말) 빈정상하다 머니북 2013-10-24 5256
865 [2013/10/25] 우리말) 꿀리다 머니북 2013-10-25 4843
864 [2013/10/28] 우리말) 틀리기 쉬운 높임말 머니북 2013-10-28 426340
863 [2013/10/29] 우리말) 싸다와 쌓다 머니북 2013-10-29 5131
862 [2013/10/30] 우리말) 신랄하다 머니북 2013-10-30 4957
861 [2013/10/31]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3-10-31 4882
860 [2013/11/01] 우리말) 꽃잠과 말머리아이 머니북 2013-11-01 5299
859 [2013/11/04] 우리말) 난임과 촌스럽다 머니북 2013-11-04 6325
858 [2013/11/05] 우리말) 동거동락 머니북 2013-11-06 4968
857 [2013/11/06]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머니북 2013-11-06 4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