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6] 우리말) 도세 시작했으니...

조회 수 4297 추천 수 54 2007.03.07 02:21:33
안녕하세요.

요즘 어머니가 집에 와 계시는데,
칠십 평생을 시골에서만 사신 어머니가 쓰시는 말씀 가운데는 아름다운 우리말도 많고
우리말 같은 일본말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도세'입니다.
도세 왔으니 큰딸도 만나고 가야겠다, 도세 시작했으니 끝장을 봐야지, 도세 그렇게 된 것을 어떻게 하겠나...처럼 씁니다.

이 도세(何うせ)는 일본말입니다.
어차피, 어떻든 이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우리말처럼 들린다고 다 우리말이 아닙니다.
가짜도 많습니다. ^^*

날씨가 무척 춥네요.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계시다]

얼마 전에,
'-이 되겠습니다', '-같아요'는 조심해서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오늘은 '계시다'를 소개드릴게요.

방송에서 가끔,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
라는 말을 쓰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있다'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먼저,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는 뜻이 있습니다.
너는 집에 있어라처럼 쓰죠.
이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계시다'고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는 집에 계십니다처럼 써야 하는 거죠.

둘째,
"어떤 물체를 소유하거나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다."는 뜻이 있습니다.
나에게 1000원이 있다./이 물건은 주인이 있다처럼 씁니다.
이 뜻으로 '있다'를 어른에게 쓸 경우,
'있으시다'고 해야 합니다.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계셨나요?'가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소질이 있으셨나요?'라고 해야 합니다.
소질, 곧, 자격이나 능력 따위를 가진 상태이므로, '있으시다'고 해야지 '계시다'고 하면 안 되죠.

보태기)
이 편지를 읽으시고 어떤분이 답장을 보내오셨습니다.

설명이 마음에 차지 않군요.
마치 '이것이 법이니 무조건 따라야 한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법이 생겨났는지를 알려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사람이나 동물이 어느 곳에서 떠나거나 벗어나지 아니하고 머물다'라는 뜻의
'있다'의 높임법이 '계시다'인 것은,
그렇게 '있는' 그 사람의 행위(있음)를 높이기 위함인 듯합니다.
곧 그 '있다'가 그 사람에게 딸린 행위(그 사람이 주체적으로 한 행위)이기 때문에
그 행위를 높여 '계시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그와 달리 '소질이 있다'에서 '있다'의 '있다'는 '소질'에 딸린 것이기 때문에
'있다'는 그대로 두고 '-시'라는,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씨끝(어미)을 붙이는 것인 듯합니다.

사람이 먼저고 법은 나중이 아닐까요?
우리 조상들이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법이 먼저 있어서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말을 한 게 아니라,
그렇게 말을 해야만 했던 까닭이 있어 그런 법을 만든 것이지요.
법을 만든 본뜻을 알면 법을 더 잘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지를 읽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 몇 마디 적었습니다.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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