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09] 우리말) 가검물을 채취해...

조회 수 4640 추천 수 54 2007.03.09 10:16:54
안녕하세요.

천안서 또 조류독감이 나왔다고 하네요.
http://news.media.daum.net/society/welfare/200703/08/yonhap/v15978322.html

그 기사를 보니 '살처분'이라는 낱말이 보이네요.

또,
국내 첫 조류독감 의심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도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703/08/kukminilbo/v15982661.html

이 기사에도 여전히 '살처분'이라는 낱말이 보이네요.

'살처분'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지난번에 말씀드렸으니,
오늘은 다른 것을 좀 짚어 볼게요.
기사 가운데,
'...백신 접종을 했으며 가검물을 채취해 정밀검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쓴 가검물을 좀 보죠.

사전에 나온 뜻을 보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가검물(可檢物)을 올리고 "병균의 유무를 알아보기 위하여 거두는 물질."이라고 풀었네요.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은
가검물을 올리긴 했되 "검삿감"이라 풀어놨습니다.

가검물을 풀어보면,
병균이 있는지 없는지 보고자 검사하는 환자의 구토물, 피, 땀, 똥 따위를 말합니다.
닭의 가검물은 닭똥이나 되겠죠.

중요한 것은,
이 가검물은 이미 90년대 초에 정부에서 순화용어로 올려놨다는 겁니다.
가검물은 어려운 행정용어이므로 '검사대상물'로 바꿔서 쓰라는 거죠.
그런 낱말을 왜 언론에서 쓰고 관공서에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계속 쓰려면 아예 순화용어를 만들지 말든지...
왜 돈 들이고 공 들여서 말을 다듬어 놓고도 쓰지 않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관공서와 언론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큽니다.
그만큼 책임도 커야합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소꼽장난 >> 소꿉장난]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주말 내내 딸내미와 소꿉장난하며 놀았습니다.
평소에는 퇴근이 늦어 같이 놀아줄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소꿉놀이를 하며 노는 장난"을 흔히,
'소꼽장난'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소꿉장난'이 맞습니다.

'소꿉'은,
"아이들이 살림살이하는 흉내를 내며 놀 때 쓰는, 자질구레한 그릇 따위의 장난감."을 말합니다.

학교 다니실 때, 모음조화를 배우셨죠?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낱말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으로,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입니다.
'깎아', '숨어', '알록달록', '얼룩덜룩', '갈쌍갈쌍', '글썽글썽', '졸졸', '줄줄' 따위가 그런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모음조화는 우랄어족과 알타이어족에 속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나타납니다.
이 모음조화는,
음-양에 따라 큰말, 작은말의 느낌을 만들면서 우리 생활에서 그런대로 잘 지켜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 모음조화에 따르면,
'소꼽'이 맞습니다.

그러나 모음조화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소꿉장난, 오순도순, 단출하다, 깡충깡충 따위가
모음조화를 따르지 않는 예욉니다.
(소꼽장난, 오손도손, 단촐하다, 깡총깡총이라고 쓰면 틀립니다.)

국어학자들이 표준말이나 맞춤법을 정할 때 언어현실을 얼마나 인정하고 반영하느냐에 따라,
표준말이나 맞춤법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미 굳어진 말이라고 해서 어떤 것은 표준어로 인정하고 어떤 것은 인정하지 않고...
그리고 또 어떤 것은 예외라면서 그냥 따르라 하고...

별로 맘에는 들지 않지만,
어쨌든 현행 맞춤법에 따르면,
'소꼽장난'이 아니라 '소꿉장난'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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