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19] 우리말) 설거지와 설것이

조회 수 6200 추천 수 118 2007.03.19 10:41:31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는 어제 오랜만에 설거지를 좀 했습니다.
하도 오랜만에 하다 보니 좀 어설프더군요.
자주 해야 하는데... 그래야 늙어서 구박받지 않을 텐데......

오늘은 설거지 이야기나 좀 해 볼게요.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설거지만 가지고도 할 말이 무척 많답니다. ^^*

먼저,
설거지와 설것이 어떤 게 맞죠?
"음식을 먹은 뒤에 그릇을 씻어서 치우는 일"은 '설것이'가 아니라 '설거지'입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뒷설거지, 비설거지죠.

'설겆이'는 본래 '설겆다'라는 낱말에 '이'가 붙어서 된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설겆-'이라는 말이 '설거지'외에는 어디에도 쓰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한글 맞춤법에서 말뿌리(어원)를 밝혀 적지 않고 '설거지'로 소리나는 대로 적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 말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다음은
'설거짓물'과 '설거지물'입니다.
어떤 게 맞죠?

이건 발음을 따져야 합니다.
'설거지물'을
[설거진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짓물'로 쓰는 게 맞고,
[설거지물]로 발음한다면 '설거지물'로 쓰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발음하세요?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설거지물'은 [설거지물]로 발음합니다.
1988년 국립국어원에서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면서
다른 사전들의 발음 정보와 서울 사람들의 실제 발음을 고려해서 그렇게 판단한 겁니다.
그에 따라 사이시옷을 받쳐 적지 않은 '설거지물'이 맞춤법에 맞는 표기입니다.
그런 보기를 더 보면 '머리말'입니다.
발음을 [머린말]로 한다면 '머릿말'로 적어야 하겠지만,
그 발음이 [머리말]이 표준어 규정에 맞으므로 '머리말'로 적습니다.

더 나갑시다. ^^*
설거지물을 개숫물이라고합니다.
이를 어떤 사전에 보면 '開水물'이라고 풀어놨습니다.
이는 크게 잘못된 겁니다.

개수는 그릇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입니다.
그래서 '개수+물'은 그릇을 씻는 물로 곧, 설거지물이 되는 거죠.
이를 한자쟁이들이 開水물로 풀어놓은 겁니다.
그래놓고 그런 것을 사전에 올려놓으면 그게 곧 표준어가 되어버립니다.
큰 잘못입니다.
바로 그런 덜떨어진 한자쟁이 학자들 때문에,
'우레'를 '우뢰(雨雷)'라고 사전에 올려 표준어를 만든 겁니다.
우레는 천둥이라는 뜻의 순 우리말인데, 왜 한자 雨雷를 억지로 만드냐고요.
제발 사전을 만들 때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만들길 빕니다.

이번주도 정신차리고 삽시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유첨]

저는 하루에도 수십 건의 공문서를 처리하는데요.
문서를 처리하다 보면 제가 모르는 낱말이 가끔 보입니다.
그 중 하나가 '유첨'입니다.

선임들에게 '유첨'이 뭐냐고 물었더니,
"첨부물이 있다"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그러나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그런 낱말이 없고,
일본어 사전을 찾아봐도 그런 낱말은 없더군요.

나이 드신 선배님을 찾아가서,
유첨의 뜻과, 한자라면 어떻게 쓰냐고 여쭤봤더니,
첨부물이 있다는 뜻으로, '有添'으로 쓴다고 하는데...
그렇게 자주 쓰는 낱말이라면 국어사전에 분명 올라있을텐데...

우리말편지를 받으시는 분 중,
'유첨'에 대해 아시는 분은 저에게 편지를 좀 보내주세요.
제가 다른 분들께 전해드릴게요.

그리고 말 나온 김에,
'첨부'는 "안건이나 문서 따위를 덧붙임"이라는 뜻으로
국어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입니다.

그러나 이 낱말은 첨부(添付, てんぷ[댐부])로 일본어투 한자입니다.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지는 않았지만...

제 생각에 곧 '덧붙임'이라는 말로 바꿔서 쓰도록 권하실 겁니다.
제 말이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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