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1] 우리말) 파래, 퍼레, 파란색, 파랑색

조회 수 6390 추천 수 50 2007.03.21 09:41:23
안녕하세요.

어제 책을 걸고 문제를 냈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하시네요.
앞으로도 가끔 이런 기회를 만들겠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들판을 보면 벌써 푸른 기운이 돌죠?
커다란 자연 앞에 혼자 서 있는 제 모습이 그려지고,
이런 것을 생각하면 자연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파란 들판......
들판 색이 '파란색'일까요, '파랑색'이까요?
파래진 들판과 퍼레진 들판에서
'퍼레진'이 맞을까요, '퍼래진'이 맞을까요?

먼저,
파란색과 파랑색은
파란색이 맞습니다.
'파랑'이 색을 표현하는 낱말인데 여기에 또 '-색'을 붙이면 안 됩니다.
파란색, 빨간색, 노란색이 맞습니다.

우리 국어 맞춤법에 모음조화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모음조화'는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을 말합니다.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ㅡ, ㅣ'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죠.
깎아, 숨어, 알록달록, 얼룩덜룩, 글썽글썽, 졸졸, 줄줄 따위가 그런 보기입니다.

이에 따라,
파랗다에서 온 파래지다를 '퍼레지다'로 쓸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
노래/누레, 까매/꺼메, 빨개/뻘게로 쓰셔야 합니다.
노래진 호박이나 누레진 호박이라고 써야 하는 거죠.

별로 맘에는 안 들지만,
맞춤법 규정이 그렇습니다.
조화를 이루고자 만든 맞춤법이라는 데 영 맘에 안 듭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봄 내음 >> 봄 향기]

많이 춥죠?
추위나 더위에는 많이를 쓰지 않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부사는 '상당히'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지난 주말과 오늘은 상당히 추운 겁니다.
내일부터는 날씨가 많이 풀릴 거라고 하네요.
요즘 봄 맞죠?
봄에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
'봄 내음 물씬'이라는 게 있습니다.

'봄 내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또 어떤 향인지도 모르겠지만,
'내음'은 표준어가 아닙니다.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은 '냄새'지 '내음'이 아닙니다.
'봄 냄새'보다 '봄 내음'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고,
'고향 냄새'보다는 '고향 내음'이 왠지 더 정감 있게 느껴지더라도,
표준어로,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은 '냄새'지 '내음'이 아닙니다.

'봄 내음 물씬'이라는 말보다는,
'봄 향기 가득'이라는 말이 더 나을 겁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내음'이 사투리라서 쓰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쓰더라도 사투리인 것을 알고 쓰자는 겁니다.

봄만 되면 제가 자주 지적하는 게,
'입맛 돋구는 나물'입니다.
이것은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로 그 설명을 대신하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35530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1091
256 [2014/02/07] 우리말) 불임이 아니라 난임 머니북 2014-02-10 7113
255 [2014/11/21] 우리말) 발밭다 머니북 2014-11-21 7119
254 [2017/01/02] 우리말) 끄트머리와 실마리 머니북 2017-01-02 7120
253 [2017/11/27] 우리말) 오늘까지만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머니북 2017-11-27 7126
252 [2007/06/26] 우리말) 판사는 ㄷㄹ지고 ㄷㄸ야합니다 id: moneyplan 2007-06-26 7127
251 [2015/11/10] 우리말) 개비/피우다 머니북 2015-11-10 7128
250 [2006/11/20] 우리말) 사바사바? 짬짜미! id: moneyplan 2006-11-20 7136
249 [2008/11/10] 우리말) 농촌진흥청에 놀러오세요. ^^* id: moneyplan 2008-11-10 7141
248 [2011/10/06] 우리말) 메우다와 메꾸다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1-10-06 7142
247 [2008/12/05] 우리말) 강추위 id: moneyplan 2008-12-05 7149
246 [2016/03/07] 우리말) 우리말의 소중함 머니북 2016-03-09 7149
245 [2007/01/31] 우리말) 회의자료 지참 --> 회의자료를 가지고 id: moneyplan 2007-01-31 7155
244 [2008/07/14] 우리말) 아름답다 id: moneyplan 2008-07-14 7156
243 [2006/11/14] 우리말) 바람떡/개피떡 id: moneyplan 2006-11-14 7159
242 [2006/11/24] 우리말) 싸다와 쌓다 id: moneyplan 2006-11-24 7165
241 [2016/08/25] 우리말) 물, 말 머니북 2016-08-29 7170
240 [2015/01/05] 우리말) ‘어줍다’와 ‘어쭙잖다’ 머니북 2015-01-05 7171
239 [2013/09/11] 우리말) 바른말 표어 공모 머니북 2013-09-11 7175
238 [2017/04/03] 우리말) 까다롭다/까탈스럽다 머니북 2017-04-04 7188
237 [2009/06/18] 우리말) 걸판지다와 거방지다 id: moneyplan 2009-06-19 7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