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3/23] 우리말) 귓속말과 귀엣말

조회 수 4277 추천 수 85 2007.03.26 11:35:34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네 살배기 딸아이가 제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이더군요.
"아빠, 오늘 엄마가 나만 비타민 준다고 했어. 찌질이는 안 주고..."
여기서 찌질이는 20개월 된 둘째입니다. 하도 울어서 찌질이라고 합니다.
딸아이는 동생 모르는 비밀이 있어서 좋은가 봅니다. ^^*

제 딸내미가 제 귀에 대고 하는 말, 곧,
"남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하는 말"을 뭐라고 할까요?
귓속말이 맞을까요, 귀엣말이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둘 다 표준어입니다.
다만, 굳이, 억지로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귓속말은 귀 속에다 하는 말이고,
귀엣말은 귀에다 대고 하는 말이고......^^*

어쨌든,
둘 다 표준어이므로 아무거나 쓰셔도 됩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물이나 기름기 따위가 매우 찌르르 흐르는 꼴"을 '질질'이라 하고,
이 낱말의 센말이 '찔찔'입니다.
제 아들은 하도 울어서 '찔찔이'라고 했고 발음하기 편하게 '찌질이'로 바꿔 부릅니다.
'찌질이'는 사전에 없는, 저희 집에서만 쓰는 낱말입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맥줏집]

아침 뉴스를 들으니,
우리나라 기자가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군요.
하루빨리 무사히 풀려나길 기원합니다.

제가 우리말편지에서 가끔 기자를 탓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펜을 든 기자는 언제 어디서건 굳건해야 합니다.

어제는 12시 넘어서 밤늦게 퇴근하면서
같이 퇴근하는 동료와 맥줏집에 들러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
그것도 맘 맞는 친구들과 마치는 맥주는 보약일 겁니다.

맥주를 파는 집을 '맥주집'이라고 할까요, '맥줏집'이라고 할까요?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제가 제일 불만인 게 사이시옷 규정입니다.
언어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어놓고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영 떨떠름합니다.

언제 기회 되면 사이시옷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간단한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이시옷은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만 씁니다.
이 두 낱말은 꼭,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여야 합니다.

이것만 아셔도 '피잣집'이 아니라 '피자집'이고,
'핑큿빛'이 아니라 '핑크빛'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는 것처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에만 사이시옷을 쓰지,
외래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거든요.

이 중, 한자어+한자어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 맞고, '갯수'가 아니라 '개수'가 맞습니다.

맥주는 麥酒로 한자어입니다.
사이시옷은 맥주 다음에 고유어가 올 때만 쓸 수 있습니다.
맥주 다음에 한자어가 오면 한자어+한자어인데,
이런 경우는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따라서,
'맥주+집'은 한자어+고유어로 '맥줏집'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맥주+병(甁)은 한자어+한자어이므로 '맥줏병'이 아니라 '맥주병'으로 써야 맞습니다.
맥주+잔(盞)도 마찬가지 이유로 '맥주잔'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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