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축구 경기 보셨나요?
오랜만에 보는 시원한 경기였습니다.
그런 재밌는 경기를 보고 흔히
"박진감 넘치는 시합이다."라고 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시합'은 문제가 있는 말입니다.
먼저,
박진감(迫眞感)은,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라는 뜻으로
그 소설은 박진감 있는 구성과 탄탄한 주제 의식으로..., 그 상황 설명은 박진감이 있었다처럼 씁니다.
곧, 현실이나 사실처럼 느낄 수 있는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어젯밤에 있었던 축구 경기는 실제로 있었던 일이잖아요.
실제로 있었던 일에는 박진감이라는 낱말을 쓰지 않습니다.
한글학회 우리말큰사전에는,
박진감을 迫進感이라 써 놓고
"세차게 밀고 나아가는 느낌."이라 풀었습니다.
그래놓고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迫眞感이 맞는지 迫進感이 맞는지는 국어학자들이 풀어주실 일이긴 하지만,
저라면 아예 한자를 쓰지 않겠습니다.
그러면 중간이라도 가죠.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잖아요.
굳이 모르는 한자를 억지로 쓰면서 망신을 자초하지는 않겠습니다. ^^*
내친김에,
시합(試合)도 문제입니다.
시합은 しあい[시아이]라는 일본말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겨루기'로 다듬었습니다.
축구 시합이 아니라 축구 경기나 축구 겨루기입니다.
그나저나 어제 축구는 참 재밌었습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상’ ‘하’ 띄어쓰기]
오늘은 '상(上)'과 '하(下)'의 띄어쓰기입니다.
띄어쓰기 원칙을 다시 강조하면,
우리말은 낱말별로 띄어 씁니다.
품사(명사, 대명사, 수사, 동사, 형용사 따위)도 낱말로 보고 띄어 쓰되, 조사만 붙여 씁니다.
한 낱말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기준은
그 낱말이 사전에 올라 있으면 한 낱말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 낱말이 아닙니다.
이제 '상(上)'과 '하(下)' 띄어쓰기를 보면,
'상'과 '하'에 '위'나 '아래'의 뜻이 있을 때는 의존 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모양', '상태', '그것과 관계된 처지',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공간에서 한 위치'를 뜻하면 접미사이므로 붙여 씁니다.
곧,
"물체의 위나 위쪽, 아래나 아래쪽을 이르는 말."로 쓰일 때는,
지구 상의 생물/지갑을 도로 상에서 주웠다처럼 띄어 씁니다.
이런 경우, '상'을 '위'로, '하'를 '아래'로 바꿔도 말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된 처지" 또는 "그것에 따름"의 뜻을 더하는 추상적인 의미의 접미사인 경우는,
관계상/미관상/사실상/외관상/절차상처럼 붙여 씁니다.
"구체적인 또는 추상적인 공간에서의 한 위치"의 뜻일 때도 접미사이므로,
인터넷상/전설상/통신상처럼 붙여 씁니다.
정리하면,
'상'이나 '하'를 '위'나 '아래'로 바꿀 수 있을 때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쓰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접미사이므로 붙여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