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09] 우리말) 소고기와 쇠고기

조회 수 7658 추천 수 58 2007.04.09 10:07:34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제 이곳 수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맨 밑에 벚꽃 사진을 붙입니다.

먼저,
어제 일요일 오전 8시 59분쯤 KBS 성장드라마에서
'제 5화'라고 제와 5를 띄어 썼습니다. '제5화'가 맞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43분, KBS1에서 광릉수목원에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물은 서식하는 게 아니라 자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릉수목원은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뀐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7시 8분, 벚꽃 구경하면서 주차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가 맞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FTA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네요.
다른 것은 모르고
쇠고기 시장 개방 가운데, 소고기와 쇠고기를 알아볼게요.

여기에도, 이 작은 낱말 하나에도 재밌는 게 많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지난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쇠고기만 표준어였고 소고기는 사투리였습니다.
고기가 소의 부속물이라서 '소의 고기'가 되고 이를 줄여 '쇠고기'가 된 거죠.
그러다가 사람들이 소고기라고 많이 발음하니까 나중에 소고기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쇠고기와 소고기가 복수표준어가 된 거죠.
사실 복수표준어이긴 하지만,
쇠고기가 원칙이고 소고기는 그렇게 써도 되는 것으로 인정한 겁니다.

재밌는 것은,
쇠고기와 소고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나니,
쇠로 시작하는 복합명사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가죽/쇠가죽, 소똥/쇠똥, 소꼬리/쇠꼬리, 소갈비/쇠갈비, 소기름/쇠기름, 소머리/쇠머리, 소뼈/쇠뼈 따위도 모두 표준어가 된 겁니다.

여기까지도 봐 줄만 합니다.
그런데 '소의'의 줄임말인 '쇠'가 철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쇠머리가 '소의 머리'인지,
단단한 '쇠 머리'인지 헷갈리게 된겁니다.
이건 또 어떻게 갈라야죠?

우리말123


보태기)
1.
소달구지는 쇠달구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달구지의 소의 부속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의 달구지'가 말이 안 되듯이,
쇠달구지도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달구지이지 소달구지도 아닙니다. ^^*

2.
아침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파경]

점심 먹고 들어와 인터넷 뉴스를 보니,

'이승환-채림 부부 파경'이라는 기사가 있네요.

http://news.media.daum.net/entertain/broadcast/200603/31/newsen/v12225065.html

제발 '이혼'이 아니라 '파경'이길 빌면서,
파경 이야기를 좀 드릴게요.
점심 먹고 나서 나른한 김에...

'파경(破鏡)'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1. 깨어진 거울.
2. 이지러진 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사이가 나빠서 부부가 헤어지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있습니다.

'파경'이라는 낱말은 태평광기(太平廣記)에 나옵니다.

남북조시대 남조(南朝)의 마지막 왕조인 진이 망해갈 때,
태자사인(太子舍人)인 서덕언(徐德言)이 아내와 헤어지면서,
'전쟁중이라 나라가 망할 수도 있소. 이 나라가 망하면 얼굴이 빼어나고 재주가 좋은 당신을
적들이 그냥 두지 않고 높은 사람이 첩으로 데려갈 것이오.
만약을 위하여 이 거울을 쪼개어 반쪽을 주니,
소중히 간직하다가 당신이 살아 있으면 내년 정월 보름날 장안 시장에서 만납시다.
나도 살아 있다면 그날 반드시 시장으로 가겠소'라고 말합니다.
그 후, 두 사람은 깨어진 거울 반쪽씩을 품속 깊이 간직하고 헤어지죠.
전쟁 통에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 부부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 후,
진이 멸망하고 서덕언의 아내는 남편의 예상대로 수나라의 건국 공신인 월국공 양소(楊素)의 집으로 팔려갑니다.
한편, 남편은 겨우 몸만 살아남아 약속한 시간에 시장에 나갔습니다.
그곳에서 깨진 반쪽의 거울을 파는 한 사나이를 보고 자신의 아내가 살아있음을 알게 되죠.
아내가 보낸 그 사내에게 그 거울에 얽힌 사연을 얘기한 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나머지 반쪽과 합친 다음
거울의 뒷면에 다음과 같이 시를 적어 그 사나이에게 돌려보냈습니다.

거울은 사람과 함께 갔으나 - 鏡與人俱去(경여인구거)
거울은 돌아오고 사람은 돌아오지 않네. - 鏡歸人不歸(경귀인불귀)
항아의 그림자는 다시없고 - 無復姮娥影(무부항아영)
밝은 달빛만 헛되이 머무네. - 空留明月輝(공유명월휘)

이 거울을 받아든 서덕언의 아내는 그 이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울기만 했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에 감동한 양소는 그들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노자도 후히 주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죠?

이번에 '파경'을 맞았다는 채림 씨도,
아무쪼록 거울을 합치는 날이 빨리 오길 빕니다.

아래는 작년이던가... 심은하 씨가 결혼할 때 쓴 우리말편지를 덧붙입니다.

오후도 잘 보내세요.
많이 웃으시면 복이 많이 들어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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