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5/03] 우리말) 하고많은 사람 가운데서...

조회 수 4285 추천 수 84 2007.05.03 09:26:27
'하고많다[하고만타]'는 한 낱말이라서 붙여 쓰고,
'많고 많다'는 한 낱말이 아니라서 띄어 씁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곳 농촌진흥청 본청으로 옮긴 지 벌써 15개월이 넘었네요.
없는 실력에 가방끈이라도 늘이려고 학교만 다니다
졸업하고 연구소로 바로 들어가서 행정이라는 것을 전혀 몰랐는데,
이곳에 와서 행정 일을 제대로 배우고 있습니다.

근데
갈수록 일이 어렵고 힘드네요.
제가 눈치가 그리 없는 것도 아니고 일의 벼리를 잘 못 잡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일에 치여 사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때는 누군가를 원만하기도 합니다.
하고많은 사람 중에 왜 내가 잡혀(?) 왔는지...
그 많고 많은 사람 다 놔두고 왜 내가...

오늘은 일이 좀 덜 떨어지고 쉬운 일만 떨어지길 빕니다. ^^*

"수효나 분량, 정도 따위가 일정한 기준을 넘다"는 뜻의 낱말이 '많다'입니다.
이를 반복한 '많고 많다'도 비슷한 뜻입니다.
이 '많고 많다'와 같은 뜻의 그림씨(형용사)가 '하고많다'입니다.

다만,
'하고많다[하고만타]'는 한 낱말이라서 붙여 쓰고,
'많고 많다'는 한 낱말이 아니라서 띄어 씁니다.
하고많은 것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
많고 많은 것 가운데서 왜 하필이면 썩은 것을 골랐느냐처럼 씁니다.

오늘도 또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해야겠죠?
많고 많은 사람 가운데서 뽑혀(?) 왔으니,
하고많은 일도 척척 해 낸다는 소릴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

우리말123

보태기)
가방끈을 늘이다 : 짧은 가방끈을 길게 만들다.
가방끈을 늘리다 : 가방끈을 여러 개로 만들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인구에 회자되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먹고,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다고 먹고...
목요일은 목이 터지게 먹어야 한다고 먹고,
금요일은 금방 먹고 또 먹어야 한다고 먹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한 잔,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한 잔...
지구상에 있는 술을 몽땅 마셔버려야 더 먹자는 말을 안 하겠죠?
오늘 금요일인데......

오늘은 술안주와 관련 있는 '회자'를 소개드릴게요.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명시(名詩)'처럼 쓰죠.

여기에 나온 '회(膾)'는 생선회가 아닙니다.
"소의 살코기나 간, 처녑, 양 따위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인 '육회'를 말합니다.

'자(炙)'는,
구운 고기를 뜻하는데, 이것도 생선이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구운 것을 말합니다.

'회'나 '자' 모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회자'는 중국 고사에서 나옵니다.
당나라 때 어떤 총명한 어린이가 시를 지었는데,
그 시가 워낙 뛰어나고 좋아서,
많은 사람이 읊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의 시가 여러 사람의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는 데서,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말이 나오게 된 거죠.

그 후로,
사람들이 육회와 불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듯이,
훌륭한 글이나 좋은 이야기 따위가 사람들의 입에 널리 퍼져 오르내리는 것을 가리킬 때,
'인구에 회자된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쯤 '회자'되어볼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522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0676
1956 [2014/07/03] 우리말) 동고동락 머니북 2014-07-04 4180
1955 [2014/07/02] 우리말) 여지껏과 여태껏 머니북 2014-07-02 4392
1954 [2014/07/01] 우리말) 미어지다 머니북 2014-07-01 3829
1953 [2014/06/30] 우리말) 등쌀과 등살 머니북 2014-06-30 3974
1952 [2014/06/27] 우리말) 머니북 2014-06-27 4124
1951 [2014/06/26] 우리말) 탄하다와 탓하다 머니북 2014-06-26 3694
1950 [2014/06/25] 우리말) 끌탕 머니북 2014-06-26 3556
1949 [2014/06/24] 우리말) 체신과 채신 머니북 2014-06-24 3756
1948 [2014/06/23] 우리말) 허전거리다 머니북 2014-06-23 3835
1947 [2014/06/20] 우리말) 노랫말의 반칙 머니북 2014-06-20 4071
1946 [2014/06/19]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4-06-19 4086
1945 [2014/06/18] 우리말) 하룻강아지 머니북 2014-06-18 3842
1944 [2014/06/17] 우리말) 사과탕 머니북 2014-06-17 3910
1943 [2014/06/16] 우리말) 비비다 머니북 2014-06-16 3543
1942 [2014/06/12] 우리말) 빠개다와 뽀개다 머니북 2014-06-12 4245
1941 [2014/06/11] 우리말) 문문하다 머니북 2014-06-11 4225
1940 [2014/06/09] 우리말) 비설거지와 표심설거지 머니북 2014-06-10 5067
1939 [2014/06/05] 우리말) 무투표 당선 머니북 2014-06-05 3601
1938 [2014/06/03] 우리말) 한 표에 얼마? 머니북 2014-06-03 5281
1937 [2014/06/02] 우리말) 들차다 머니북 2014-06-02 3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