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슬픔을 두고 가슴을 에는 슬픔이라고 합니다.
'에다'는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
곧, 예리한 연장으로 도려낸다는 뜻입니다.

이 낱말을 '에이는'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이'가 들어갈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가슴을 '에는'이면 되지 '에이는'이 아닙니다.


안녕하세요.

경찰이 어제 한 재벌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네요.
삐뚤어진 자식사랑인지,
자발없고 미욱한 어른의 치기 어린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곰비임비 일어나는 국민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수 없기에 벋대지 못했을 겁니다.
(자발없다 : 행동이 가볍고 참을성이 없다.)
(미욱하다 : 하는 짓이나 됨됨이가 매우 어리석고 미련하다.)
(곰비임비 : 물건이 거듭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남을 나타내는 말.)
(벋대다 : 쉬이 다르지 않고 고집스럽게 버티다.)

그래서 옛 성현들이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면 안 된다고 했나 봅니다.
아무리 가슴을 에는 아픔이 있어도 습습하게 참아야 했습니다.
(습습하다 : 마음이나 하는 짓이 활발하고 너그럽다.)

애들 싸움에 부모가 경찰서에 가는 것을 보니 제 마음도 아프네요.
흔히,
큰 슬픔을 두고 가슴을 에는 슬픔이라고 합니다.
'에다'는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
곧, 예리한 연장으로 도려낸다는 뜻입니다.

이 낱말을 '에이는'이라고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이'가 들어갈 아무런 까닭이 없습니다.
가슴을 '에는'이면 되지 '에이는'이 아닙니다.
괜히 '이'가 들어가서 우리글을 이상하게 만든 겁니다.
그런 게 또 있습니다.
날이 개다를 날이 개이다고 하고,
설레는 마음을 설레이는 마음이라고 하는 경웁니다.
모두 '이'가 들어가면 안 됩니다.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불임/난임]

어제와 오늘 신문에는 온통,
우리나라 출산율이 1.08명으로 세계최저 수준이라는 내용이네요.
걱정입니다.

예부터 집안에서 나오는 소리 가운데 기분 좋은 소리 세 가지를 삼희성(三喜聲)이라고 했습니다.
글 읽는 소리, 다듬이 방망이 소리, 아기 우는소리가 그것인데요.
글 읽는 소리는 자손이 공부를 잘해 출세하는 것을 뜻할 것이고,
다듬질 방망이 소리는 고부간의 갈등이 없는 화목한 집안을 뜻할 것이고,
아기 우는소리는 자손이 번성한 것을 뜻할 겁니다.
제 생각에......
삼희성 중 아기 우는소리가 줄어든다니 걱정입니다.

오늘은 애 낳기 어려운 '불임' 이야기 좀 할게요.
'불임(不妊)'은,
"임신하지 못하는 일"을 말합니다.
따라서 '불임 치료'라고 하면,
어떤 치료를 해서 임신하게 하는 게 아니라,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치료를 말하게 됩니다.
불임이 임신하지 못하는 일인데, 그걸 치료한다고 애를 밸 수 있겠어요?
치료해서 임신할 수 있는 상태라면 그건 이미 불임이 아니죠.
다만, 어렵게 임신하는 것이므로 그건 바로 '난임(難妊)'이죠.

불치병과 난치병의 차이가 그거잖아요.
불치병(不治病)은 "고치지 못하는 병"이고,
난치병(難治病)은 "고치기 어려운 병"이고...

따라서,
'불임'이라는 삭막한 낱말 대신
'난임'이라는 낱말을 쓰자는 게
쉽게 임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불치병'과 '난치병', '불임'은 사전에 올라있는 낱말이지만,
'난임'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뉴스를 보고,
'난임부부'에게 희망을 드리고자 오늘 우리말편지를 썼습니다.

어느 우주에서 난임부부를 향해 열심히 다가오고 있는 아가에게 빨리 오라 재촉하지 마세요.
제 깐엔 그 여리고 작은 발로 열심히 아주 열심히 오고 있는 중이니까요.
좀 느리긴 하지만 언젠가는 분명 엄마 품을 제대로 찾아올 겁니다.
그날을 위해 몸 관리 잘하셔서 예쁜 아기 맞이하시길 빕니다. 진 심으로...

보태기)
'자손이 번성하다'를 '자손이 번창하다'고 하면 어떨까요?

'번성'은 “잘되어 성하는 것”과 “자손이 불어 많이 퍼지는 것”을 뜻하지만,
'번창'은 “잘되어 성하는 것”이라는 뜻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손은 '번창'하는 게 아니라 '번성'하는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8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54
236 [2007/06/01] 우리말) 맹세와 다짐 id: moneyplan 2007-06-01 6810
235 [2007/05/31] 우리말) 건하다와 거나하다 id: moneyplan 2007-05-31 7109
234 [2007/05/30] 우리말) 세리머니가 아니라 뒤풀이입니다 id: moneyplan 2007-05-30 7313
233 [2007/05/29] 우리말) 일 뒤에도 점을 찍어야 합니다 id: moneyplan 2007-05-29 6168
232 [2007/05/28] 우리말) 바리바리 싸 주신... id: moneyplan 2007-05-28 6804
231 [2007/05/25] 우리말) 머드러기와 지스러기 id: moneyplan 2007-05-28 6807
230 [2007/05/23] 우리말) 자린고비 id: moneyplan 2007-05-23 7242
229 [2007/05/22] 우리말) 보릿고개와 총체보리 id: moneyplan 2007-05-22 6844
228 [2007/05/21] 우리말) 보라 id: moneyplan 2007-05-21 7415
227 [2007/05/18] 우리말) 고마움과 감사 id: moneyplan 2007-05-18 7676
226 [2007/05/17] 우리말) 하양과 하얀색 id: moneyplan 2007-05-17 7893
225 [2007/05/16] 우리말) 바리캉, 포클레인, 제록스, 스카치테이프, 나일론, 무스, 본드, 스티로폼 id: moneyplan 2007-05-16 8093
224 [2007/05/15] 우리말) 손수 만든 꽃? id: moneyplan 2007-05-15 9940
223 [2007/05/14] 우리말) '생채기'는... id: moneyplan 2007-05-14 8452
222 [2007/05/11] 우리말) 아이들이 이리저리 피해 달아나며 뛰노는 장난 id: moneyplan 2007-05-11 6848
» [2007/05/10] 우리말) 가슴을 에이는이 아니라 에는 id: moneyplan 2007-05-10 6760
220 [2007/05/09] 우리말) 천벌 받을... id: moneyplan 2007-05-09 8483
219 [2007/05/08] 우리말) 튼실, 걀걍걀걍, 발싸심 id: moneyplan 2007-05-08 7109
218 [2007/05/07] 우리말) 깜빡과 깜박 id: moneyplan 2007-05-07 7740
217 [2007/05/05] 우리말 편지를 여러분이 써주세요 ^^* id: moneyplan 2007-05-07 59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