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6/19] 우리말) 가족과 식구

조회 수 4819 추천 수 192 2007.06.19 09:59:12
식구나 가족이나 다 우리말입니다.
한자 낱말이라고 해서 버릴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가족은 집에서만 쓸 수 있고, 식구는 집에서도 쓰고 일터에서도 쓸 수 있기에
저는 '식구'가 더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높으신 분들 방을 들락거렸더니 정신이 없네요.

어젯밤 12:17분에 SBS 야심만만에서 '사상 최고 난이도'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난이도(難易度)는 '난도'와 '이도'가 합쳐진 낱말입니다.
난도가 어려움의 정도고, 이도는 쉬운 정도니
난이도는 '어려움과 쉬움의 정도'입니다.
그래서
'사상 최고 난이도'는
'사상 최고 쉽고 어려운 정도'라는 말이 됩니다.
이게 무슨 말이죠? 쉽고 어려운 정도가 어떻게 사상 최고가 되죠?
굳이 쓰시려면 '사상최고 난도'가 맞고,
더 쉽게,
'가장 어려운'이라고 쓰시면 됩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식구 이야기를 좀 할게요.
오늘은 '식구'와 '가족'을 갈라보겠습니다.

1.
식구나 가족이나 다 한자입니다.
다만 식구(食口)는 중국식 한자이고 가족(家族, かぞく[가쇽])은 일본식 한자입니다.

2.
식구는
"한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과
"한조직에 속하여 함께 일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곧, 식구라는 낱말은 집에서도 쓰고 일터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가족은
"부부와 같이 혼인으로 맺어지거나, 부모˙자식과 같이 혈연으로 이루어지는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는 뜻과
"같은 호적 내에 있는 친족."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가족은 함께 일하는 일터 동료에게는 쓸 수 없습니다.

다만,
"가족 사이처럼 친밀한. 또는 그런 것."에 '가족적'이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동갑내기 모임은 가족적이어서 항상 기다려진다처럼 쓰실 수 있습니다.

3.
제 생각.
식구나 가족이나 다 우리말입니다.
한자 낱말이라고 해서 버릴 까닭은 없습니다.
다만, 가족은 집에서만 쓸 수 있고, 식구는 집에서도 쓰고 일터에서도 쓸 수 있기에
저는 '식구'가 더 좋습니다.
가족이 일본식 한자라서 어쩔 수 없이 식구를 고른 게 아닙니다. ^^*

저는 제 식구가 좋습니다.
집에 있는 아내와 아들딸이 좋고,
일터에서 함께 손발을 맞추는 동료가 좋습니다.

여러분,
사랑? 爛求? ^______^*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아들과 딸은 띄어 써야 맞지만,
'아들딸'은 "아들과 딸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한 낱말이니 붙여 씁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금, 줄, 선]

우리와 비긴 프랑스가,
어제 이운재 골키퍼가 잘 막은 골을 두고,
골라인 안에서 받았다며 말이 많네요.
정작 당사자인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축구대표팀은 잠잠한데
다른 나라 누리꾼들이 물고 늘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걸 오늘 국제축구연맹에서 멋지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Patrick Vieira powered in a header from close range and must have thought he had scored.
However, the scrambling Lee Woon-Jae managed to keep the ball out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
파트리크 비에라가 골라인 근처에서 강력한 헤딩슛을 날렸고, 거의 골라인을 넘어 점수를 얻은 듯 보였다.
그러나 공이 골라인을 넘기 전에 이운재가 볼을 쳐냈다.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을 우리말로 하면 뭐가 될까요?

오늘은 금, 줄, 선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금'은,
'긋다'에서 온 말로,
"접거나 긋거나 한 자국"입니다.
연필로 금을 긋다처럼 씁니다.
'금'은 이쪽에서 저쪽까지 그은 흔적이죠.

'줄'은,
"무엇을 묶거나 동이는 데에 쓸 수 있는 가늘고 긴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줄로 묶다, 줄을 감다, 줄을 당기다처럼 씁니다.
'줄'은 뭔가를 묶는 일종의 도구죠.

'선(線)'은,
"그어 놓은 금이나 줄"로,
선을 긋다, 선이 똑바르다처럼 씁니다.
"철선이나 전선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도 쓰여,
진공청소기의 선이 짧아서 베란다는 청소할 수가 없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선'은 '금'과 '줄'의 뜻을 다 가지고 있는 낱말입니다.

그럼,
'before it had crossed the line'에 나온,
line은 금, 줄, 선 중 어떤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줄'은 아니고,
'금'이나 '선'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금, 줄, 선이 같은 것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르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981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5337
1996 [2017/06/23] 우리말) 천장인가 천정인가 머니북 2017-06-24 4994
1995 [2010/05/27] 우리말) 성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이름을... id: moneyplan 2010-05-27 4992
1994 [2012/07/09] 우리말) 빈소와 분향소 머니북 2012-07-09 4991
1993 [2008/05/31] 우리말) 가는 5월이 아쉬워...(핏줄 쓰이다) id: moneyplan 2008-06-03 4991
1992 [2007/04/12] 우리말) 어벌쩍 넘기다 id: moneyplan 2007-04-12 4991
1991 [2011/08/17] 우리말) 착하다(2) 머니북 2011-08-17 4990
1990 [2015/11/17] 우리말) 싼 게 비지떡 머니북 2015-11-18 4988
1989 [2007/01/06] 우리말) 단출, 차지다, 더 이상 id: moneyplan 2007-01-08 4988
1988 [2007/07/03] 우리말) 갑절과 곱절 id: moneyplan 2007-07-03 4987
1987 [2009/07/16] 우리말) 외래어표기법 받침 id: moneyplan 2009-07-16 4985
1986 [2014/03/03] 우리말) 뒤돌아보다/되돌아보다 머니북 2014-03-03 4983
1985 [2008/03/05] 우리말) 시들음과 시듦 id: moneyplan 2008-03-05 4983
1984 [2012/08/23] 우리말) 제발 피로회복을 하지 맙시다 머니북 2012-08-23 4981
1983 [2014/02/10] 우리말) 발자국 소리 머니북 2014-02-10 4981
1982 [2012/03/14] 우리말) 축하합니다와 축하드립니다 머니북 2012-03-14 4979
1981 [2006/10/09] 우리말) 돈 될 천 원짜리 지폐 id: moneyplan 2006-10-09 4979
1980 [2014/02/03] 우리말) 설 잘 쇠셨나요? 머니북 2014-02-03 4978
1979 [2013/11/15] 우리말) 잠 이야기 머니북 2013-11-15 4978
1978 [2017/04/19] 우리말) 젬뱅이와 손방 머니북 2017-04-21 4977
1977 [2011/05/23] 우리말) 주기, 주년, 돌 moneybook 2011-05-23 4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