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05] 우리말) 잔불과 뒷불

조회 수 3500 추천 수 57 2007.07.05 10:13:52
잔불도 사전에 올릴만한 낱말이지만,
뒷불이라는 멋진 낱말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가슴이 아프네요.

이번에는 꼭 될 걸로 생각했는데...
지난 4년을 얼마나 고생하면서 준비했는데...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나 봅니다.

당연히 평창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어제 우리말편지까지 써 놨는데...
선물까지 잔뜩 준비했었는데...

다른 것으로 우리말편지 밥상을 차려야겠네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경기도 시흥에 있는 어느 절에 불이 나서 대웅전이 다 탔다고 하네요.
불 이야기나 할게요.

불을 끄고 난 뒤 타다 남은 작은 불을 '잔불'이라고 합니다.
연기와 열기 때문에 잔불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잔불 진화 작업은 밤새 계속됐습니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이 잔불은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화력이 약한 총알"로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것을 '잔불'이라고 합니다.
그 뜻밖에 없습니다.

큰불이 있으니 잔불도 있는 게 당연할 것 같은데,
어쨌든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비슷한 뜻으로,
뒷불이라는 게 있습니다.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을 뜻합니다.

잔불도 사전에 올릴만한 낱말이지만,
뒷불이라는 멋진 낱말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면서도 힘이 빠지네요.
밖에 나가서 애꿎은 연기나 마셔야겠네요. 쩝...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자귀나무]

안녕하세요.

여기는 햇볕이 좋네요.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저는 오늘 밖에 나가서 밥을 먹었는데,
들어오면서 멋진 나무를 하나 봤습니다.

우리말과는 별로 연관이 없지만,
멋진 꽃 이야기 하나 보냅니다.

자귀나무라고 들어보셨어요?
잎사귀는 신경초인 미모사나 아까시나무처럼 생겼는데,
좌우 잎 수가 짝수로 이루어져 서로 상대를 찾지 못한 외톨이(?) 잎이 없습니다.
곧, 아까시나무 잎은 맨 끝에 나온 잎이 짝이 없는데 자귀나무 이파리는 끝에 나온 잎에도 짝이 있습니다.
벌써 뭔가 부부간의 정을 다루는 꽃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으세요?

이 자귀나무는,
낮에는 잎을 펴서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그 잎을 마주 닫아 증산을 줄입니다.
잎의 표면적을 되도록 줄이는 거죠.
마주보고 있는 잎과 잎이 서로 딱 붙어 잠자는 모습이
마치 부부가 한 이불 속에서 서로 꼭 껴안고 잠든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 유정수(有情樹) 따위로도 불렀습니다.
그래서 집안에 이 나무를 심는 사람들이 많죠.

그러나 한편에서는,
잎사귀가 딱 붙어서 자는 모습이 마치 귀신 같다고 해서
자귀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농사에서 꼭 필요한 소가
이 나무 잎사귀를 무척 좋아하는데,
그걸 보고,
이 나무가 소에게는 마치 쌀과 같다하여,
'소쌀나무'라고 부르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농사꾼이잖아요. )

또,
10월이 되면 콩깍지 모양의 열매가 열리는데,
가을바람에 꼬투리가 부딪치면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시끄러운 여자에 비유해,
여설목(女舌木)이나 여설수라고도 불렀습니다.

외국에서는,
꽃이 비단처럼 곱다고 해서,
자귀나무를 silk tree라고 합니다.

더 재밌는 것은,
밤에는 이렇게 잎과 잎을 딱 붙여 자는데,
낮에는 아무리 어두워도 잎과 잎을 붙이지 않습니다.
이것은 아마도...아마도...
절제된 부부생활을 하라는 깊은 뜻이 있지 않을는지...
< br>오늘은,
아내에게 아니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보세요.
뜬금없이......
전화해서 자귀나무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부금실이 좋아지실 겁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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