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1] 우리말) 점점 나아지다

조회 수 3714 추천 수 36 2007.07.11 11:41:40
근데 이 점점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漸漸(だんだん[덴덴])에서 왔죠.
비슷한 소리에 뜻도 비슷한 점차도 漸次(ぜんじ[젠지])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아내가 수술하고 병원에 누워 있는 지 벌써 이 주일 째네요.
이제 차츰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잘하면 이번 주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뭔가가 조금씩 변하거나,
어떤 사물의 상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방향으로 조금씩 진행하는 모양을 보고
'점점'이라고 합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약속 시간이 점점 가까워진다처럼 씁니다.

근데 이 점점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漸漸(だんだん[덴덴])에서 왔죠.
비슷한 소리에 뜻도 비슷한 점차도 漸次(ぜんじ[젠지])라는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차차(次次)도 일본어에서 왔다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일본어 사전에는 나오지 않네요.

이렇게 점점, 점차, 차차라는 한자말보다는
차츰, 조금씩이라는 쉽고 좋은 우리말이 더 좋습니다.
제 아내는 차츰 좋아지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

말을 하거나 글을 쓰면서
뭔가를 꾸미려고 하니까 이상한 조사가 들어가고 어정쩡한 한자 나부랭이가 들어갑니다.
있는 그대로 쓰면 훨씬 쉽고 깨끗한 글이 되고 말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느리다/늦다]

며칠 전에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제 후배가 큰 상을 하나 받았더군요.
그해에 나온 그 분야 박사학위 논문 중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아서,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그 분야에서 최우수 박사학위 논문상을 받았습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어찌나 기쁘던지, 바로 미국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근데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어?, 왜 전화를 안 받지?

한참을 고민하고서야, 미국과 우리나라가 시간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오후에 전화를 했으니까 제 후배 전화는 새벽에 울렸겠죠.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이 느린데...그걸 깜빡하고는...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15시간 느린 거 맞죠?

아니요.
15시간 느린 게 아니라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나
"움직임이 빠르지 못하고 더디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행동이 느리다, 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모두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처름 씁니다.
품사는 형용사죠.

'늦다'는,
"정해진 때보다 지나다"는 뜻으로,
그는 약속 시간에 늘 늦는다, 버스 시간에 늦어 고향에 가지 못했다처럼 씁니다.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품사는 동사입니다.

지구 자전에 따라 우리나라에 먼저 해가 뜨고,
그보다 15시간 뒤에 미국에 해가 뜨므로,
미국 시간대가 우리나라 시간대보다,
15시간 늦은 겁니다.

'느리다'는 형용사이므로,
'15시간 느리다'고 하면 말이 안 됩니다.

멀리 미국까지 유학 가서,
큰 상을 받은 자랑스러운 제 후배를 거듭 축하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338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912
1076 [2011/06/13] 우리말) 헐수할수없다 머니북 2011-06-13 3666
1075 [2013/02/04] 우리말) 목도리 친친 머니북 2013-02-04 3666
1074 [2012/05/15] 우리말) 스승의 날 머니북 2012-05-15 3667
1073 [2013/05/02] 우리말) www 20년 머니북 2013-05-02 3667
1072 [2014/12/17] 우리말) 삐지다와 삐치다 머니북 2014-12-17 3667
1071 [2011/03/21] 우리말) 끼끗하고 조쌀하다 moneybook 2011-03-21 3668
1070 [2015/01/28] 우리말) 오지와 두메 머니북 2015-01-29 3668
1069 [2016/11/18] 우리말) 개판과 이판사판 머니북 2016-11-19 3668
1068 [2008/08/30] 우리말) 토요일이라 좀 널널하죠? id: moneyplan 2008-08-31 3669
1067 [2008/10/28] 우리말) 명함 만들기 id: moneyplan 2008-10-28 3669
1066 [2011/12/06] 우리말) 딸내미와 싸움 머니북 2011-12-06 3669
1065 [2012/05/01] 우리말) 전기료와 전기세 모두 맞습니다 머니북 2012-05-02 3669
1064 [2008/12/26] 우리말) 흥청거리다와 흔전거리다 id: moneyplan 2008-12-26 3670
1063 [2012/12/05] 우리말) 거슬르다 -> 거스르다 머니북 2012-12-05 3670
1062 [2015/06/11] 우리말) 나들못 머니북 2015-06-12 3670
1061 [2008/07/15] 우리말)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증거 id: moneyplan 2008-07-15 3672
1060 [2008/11/14] 우리말) 어제 받은 편지 소개 id: moneyplan 2008-11-14 3672
1059 [2010/12/20] 우리말) 움츠리다 moneybook 2010-12-20 3672
1058 [2013/01/03] 우리말) 어안이 벙벙하다 머니북 2013-01-03 3672
1057 [2007/04/24] 우리말) 대충 잘하라는 게 어때서? id: moneyplan 2007-04-24 36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