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7/16] 우리말) 엉터리 말 몇 개

조회 수 7690 추천 수 48 2007.07.16 09:50:06
토요일 오후 2시 49분 MBC 라디오에서 한 진행자가 "눈에서 노란자위가 나오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말도 천박하지만 노란자위가 아니라 노른자위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지난 주말에 들은 엉터리 말과 자막 몇 개 소개할게요.

토요일 오후 2시 49분 MBC 라디오에서 한 진행자가 "눈에서 노란자위가 나오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말도 천박하지만 노란자위가 아니라 노른자위입니다.

토요일 밤 KBS2 긴급구조 119에서 '산자의 법칙 제 7장'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일요일 아침 8시 13분 KBS2에서 '제 2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KBS 누리집에 들어가면 불쑥창(팝업창)이 뜨는데,
'제 6회 로보콘 코리아'라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한자어 수사 앞에 붙는 '제'는 '차례, 순서'를 나타내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접두사는 뒷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제7 장, 제2 대, 제6 회가 맞습니다.
거기에, 순서를 나타내는 경우나 숫자와 어울리어 쓰이는 경우에는 붙여 쓸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제7장, 제2대, 제6회로 쓸 수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5시 넘어서 하는 VJ특공대에서는 '맛의 진검승부'라는 꼭지를 내 보냈는데,
우리나라 국어사전에 '진검'이라는 낱말도 없고 '진검승부'라는 낱말도 없습니다.
승부는 일본에서 온 말이고,
진검승부는 진짜 칼로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을 말할 겁니다.
끝짱보기죠.
맛있는 음식에 진검승부를 붙이니 왠지 좀 어색하지 않나요?
바로 뒤에 '낭만 DJ'라는 꼭지가 있었습니다.
낭만은 영어 romance를 일본 사람들이 소리 나는 대로 '浪漫'이라고 쓰고,
'ろうまん[로우망]'이라고 읽습니다.

일요일 저녁 7시 43분 MBC 경제야 놀자에서 한 진행자가 "구라를 튼다"는 말을 했습니다.
생방송이 아닌데 이런 말을 그대로 내 보낸 것을 보면,
시청자를 만만하게 보고 있나 봅니다.

일요일 저녁 8시 넘어서 하는 KBS 도전골든벨에서는
사회자가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고,(이 자리를 빌려가 맞습니다.)
문제를 내면서 "빠르면 2010년부터 새로운 열차가 나온다"라고 했으며,(이르면 2010년부터가 맞습니다.)
46번 문제에서는 '야채'라고 했습니다.
야채보다는 채소가 채소보다는 푸성귀가 훨씬 좋습니다.

별 생각 없 이,
일부러 꼬집겠다는 심보로 방송을 듣거나 본 게 아닌데도 이렇습니다.

제발 정신좀 차리고 방송하길 빕니다.
허공에 쏴 대는 전파라고 언죽번죽 지껄여도 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엎어지다/자빠지다/넘어지다/쓰러지다]

제 아들은 아직 13개월도 안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 겨우 13개월이고,
또 어떻게 보면 벌써 13개월이고...

이녀석은 요즘 혼자서도 잘 걷는데요.
조금만 높은 턱이 나와도 올라가지 못하고 바로 넘어집니다.
그러면 저는 그러죠.
"야 딸! 땅 파였나 좀 봐라!"
아들 다친 게 먼저가 아니라...

오늘은,
제 아들을 생각하며,
엎어지다, 자빠지다, 넘어지다, 쓰러지다의 차이를 알아볼게요.
여기에 참 재밌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엎어지다'는,
"서 있는 사람이나 물체 따위가 앞으로 넘어지다"는 뜻입니다.
앞으로 넘어지는 겁니다.

'자빠지다'는,
"뒤로 또는 옆으로 넘어지다"는 뜻입니다.
앞이 아니라 뒤나 옆으로 넘어지는 겁니다.

'넘어지다'는,
"사람이나 물체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다."는 뜻으로,
방향이 어디가 되어도 좋습니다.
앞으로 엎어져도 넘어지는 것이고,
옆으로 자빠지거나, 뒤로 자빠져도 넘어지는 것입니다.

'쓰러지다'는,
"사람이나 물체가 힘이 빠지거나 외부의 힘에 의하여 서 있던 상태에서 바닥에 눕는 상태가 되다"는 뜻입니다.
이건,
엎어졌건, 자빠졌건, 넘어졌건 간에,
서 있던 상태에서 바닥에 누운 상태가 된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다릅니다.
그래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지,
'자빠지면 코 닿을 데'가 아닙니다.
자빠지면 코가 땅에 닿지 않고 귀나 뒤통수가 먼저 땅에 닿잖아요.

저는 제 아들이,
엎어지건, 자빠지건, 넘어지건 간에,
쓰러져도 세워주지 않습니다.

그냥 두면,
조금 울다 혼자 잘도 일어서더군요.

또 비가 오네요.
걱정입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쌓여 있거나 서 있는 것이 허물어져 내려앉다"는 뜻의 낱말은,
'무너지다'인데,
엎어지거나, 자빠지거나, 넘어진 물건은,
일으켜 세우면 되지만,
무너진 물건은 세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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