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7] 우리말) '노지'가 아니라 '밖', '한데'

조회 수 3986 추천 수 59 2007.08.07 11:24:30
노지(露地)는
이슬 로 자와 땅 지 자를 써서
"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을 말합니다.
곧, '밖'이고 '한데'죠.


안녕하세요.

"경기 여주서 올해 첫 노지 벼 수확"이라는 꼭지의 기사가 있네요.
여러분 '노지'가 뭔지 아세요?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꼭 많은 낱말을 쓴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필요없는 말도 많고, 안 쓸수록 좋은 낱말도 많습니다.

노지(露地)는
이슬 로 자와 땅 지 자를 써서
"지붕 따위로 덮거나 가리지 않은 땅."을 말합니다.
곧, '밖'이고 '한데'죠.

따라서 '올해 첫 노지 벼 수확'은
'올해 첫 밖 벼 수확'이라는 뜻이 됩니다.

벼는 주로 밖에서 자라죠?
논이 방안에 있지는 않잖아요.
그렇다면 '밖'을 빼도 됩니다.
그냥 '올해 첫 벼 수확'이라고 하면 더 낫지 않나요?

물론 하우스에서 자라는 벼도 있기에 일부러 밖이라는 것을 강조한 걸 겁니다.

좀더 나가보죠.
제가 농업 일을 하다 보니 농업에 있는 엉터리 말이 많이 보입니다.

'수도'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지금도 농업관련 교과서에 많이 나옵니다.
水稻로 "논에 물을 대어 심는 벼."를 뜻합니다.

'육도'도 있습니다.
陸稻로 육지에서 키우는 "밭벼"입니다.

쉽고 좋은 우리말을 쓰면 좋은데 왜 굳이 어려운 한자 낱말을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나서서 우리말을 사랑해야
온 누리 사람들이 우리말, 우리글을 높이 쳐다보게 됩니다.

한자건 한글이건
'노지', '호우', '화훼'라 써 놓으면 우리말을 죽습니다.
꼭 露地, 豪雨, 花卉라고 써야만 우리말이 죽는 것은 아닙니다.
한데, 큰비, 꽃이라 써야 우리말이 삽니다.

우리 말이 죽으면 우리 얼도 죽습니다.
그럼 우리는 얼빠진 사람들이 됩니다. ^^*
얼빠진 사람들만 사는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고참의 구타]

며칠 전에 탈영했다가 자살하려 한 군인이 깨어났나요?
조금만 참지... 그걸 못 참아 인생을 송두리째 수렁 속으로 집어넣는지...
탈영 원인이 뭔지는 모르지만,
왜 선임을 두 명이나 총으로 쏘고 갔는지...

다행스럽게도 언론에서 '고참'이라고 안 하고 '선임'이라고 하네요.
참 다행입니다.
어제 약속한 대로 얼마 동안 일본어투 말을 주로 소개드릴게요.

'고참'이 뭔지 아시죠?
'오래전부터 한 직위나 직장 따위에 머물러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국립국어원에서 '선임', '선임자', '선참', '선참자'로 다등은 낱말입니다.

실은 이 '고참'은 古參(こさん, [고상])이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당연히 다른 낱말로 바꿀 수 있으면 바꿔야죠.

또, 군대 이야기하면서 자주 나오는 '구타'도 일본어 毆打(おうだ, [오우다])에서 온 말입니다.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때림'과 같은 낱말로 다듬지는 않았지만,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좋겠죠.

편지를 쓰면서도 가슴이 답답하네요.
한 은이의 인생이 불쌍해서 답답하고,
일본어 투 낱말이 우리 주위에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되어서 답답하고......

그래도 우리는 많이 웃어야겠죠?
오늘은 비가 와서 이 더위를 좀 식혀줄 것 같습니다.
지금 3초만 웃고 나서 하루를 시작합시다.

우리말123

보태기)
'고참'과 상대적인 뜻이 있는 '신참'도 일본어 新參(しんざん, [신상])에서 왔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진작 '새내기'로 다듬었습니다.
'풋내기'도 좋은데...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297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8505
1216 [2014/12/17] 우리말) 삐지다와 삐치다 머니북 2014-12-17 3976
1215 [2007/08/02] 우리말) '리터당'은 '리터에'로... id: moneyplan 2007-08-02 3977
1214 [2016/10/21] 우리말) 받침소리의 혼란 머니북 2016-11-01 3977
1213 [2017/02/09] 우리말) 안갚음과 앙갚음 머니북 2017-02-10 3977
1212 [2012/12/18] 우리말) 카랑카랑한 날씨 머니북 2012-12-18 3978
1211 [2007/07/26] 우리말) 생률이 아니라 날밤입니다 id: moneyplan 2007-07-26 3979
1210 [2008/04/17] 우리말) 눈가에 생긴 잔주름 id: moneyplan 2008-04-18 3979
1209 [2007/12/18] 우리말) 찰랑찰랑 id: moneyplan 2007-12-18 3981
1208 [2013/08/28] 우리말) 거섶 머니북 2013-08-28 3981
1207 [2007/05/15] 우리말) 손수 만든 꽃? id: moneyplan 2007-05-15 3982
1206 [2013/10/30] 우리말) 신랄하다 머니북 2013-10-30 3982
1205 [2008/10/15] 우리말) 수군수군과 소곤소곤 id: moneyplan 2008-10-15 3983
1204 [2007/08/06] 우리말) 아직도 엑기스??? id: moneyplan 2007-08-06 3984
1203 [2010/03/10] 우리말) 잔다리밟다 id: moneyplan 2010-03-10 3984
1202 [2015/08/25] 우리말) 간이 크다와 붓다 머니북 2015-08-25 3984
1201 [2009/02/08] 우리말) 월파와 달물결 id: moneyplan 2009-02-09 3985
1200 [2009/11/17] 우리말) 들러리 id: moneyplan 2009-11-17 3986
1199 [2012/05/15] 우리말) 스승의 날 머니북 2012-05-15 3986
1198 [2013/01/24] 우리말) 잊힌과 잊혀진 머니북 2013-01-24 3986
» [2007/08/07] 우리말) '노지'가 아니라 '밖', '한데' id: moneyplan 2007-08-07 3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