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1] 우리말) 뉘

조회 수 7316 추천 수 61 2007.08.13 11:23:24
이 '뉘'라는 낱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자손에게 받는 덕."이라는 뜻입니다.
젊어서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늘그막에 와서야 뉘를 보게 되는구나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찌는 듯이 덥네요.
어제까지는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더니만...

다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짬 내기가 어려워 휴가는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는 잠시 말미를 내어 애들과 함께 찜질방에 갔습니다.
요즘은 찜질방에 수영장까지 있더군요.
애들과 재밌게 놀다 오늘 아침에야 나왔습니다. ^^*

이렇게 식구와 재밌게 놀 때면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아파트에서 살기 싫으시다며 굳이 고향에 혼자 계십니다.

오늘은 어머니 생각하면 좋은 우리말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뉘'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쓿은 쌀 속에 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채로 섞인 벼 알갱이."를 뜻합니다.
뉘가 많이 섞여서 씹을 때마다 껄끄럽다처럼 쓰죠.

이 '뉘'라는 낱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자손에게 받는 덕."이라는 뜻입니다.
젊어서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늘그막에 와서야 뉘를 보게 되는구나처럼 씁니다.

저희 어머니는
6대 독자 종갓집에 시집와서 젊어서부터 고생하셨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고향에 혼자 계시니 늘그막에 뉘를 보신다고 할 수도 없네요.

아무리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해도 오늘은 어머니께 죄송한 생각이 더 듭니다.
빨리 편지 마무리하고 어머니께 전화나 드려야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그게 희귀병이라고요?]

어제 제가 걸린 병을 여쭤봤더니 많은 분이 걱정(?)을 해 주시네요.
그 병은 쉽게 고칠 수 없는 난치병이라는 분도 계시고,
희귀병이니 잘 지키라는 분도 계시고...
오늘도 이어서 병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SBS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장애와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아와 가난 때문에 아이의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정에 그들에게 필요한 전문가 그룹을 연계하여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게 그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입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게 '희귀병'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자에게 '희귀병'이라고 하면 그건 환자를 우롱하는 겁니다.
'희귀'는 드물 희(稀)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써서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는 뜻입니다.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표 같은 게 희귀한 것이죠.
그럴 때 쓰는 낱말인 '희귀'를 써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이라는 낱말이 돼버립니다.
아무리 귀하기로서니 병까지 귀하겠어요?

백 보 천 보 양보해서 의사가 연구목적으로 세상에 별로 없는 어떤 병을 찾는다면
그건 희귀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치료약도 없고 치료방법도 모르는 병에 걸린 사람에게
희귀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게 아픈 사람을 우롱하고 조롱하고 비꼬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굳이 그런 낱말을 만들고 싶으면 '희소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희소'는
드물 희(稀) 자에 적을 소(少) 자를 써서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이므로 '희소병'은 말이 되죠.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치기 어려운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사업일 겁니다.

바로 이런 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국가기관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희귀병이라? ?..
그렇지 않아도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을 가졌다고요?
그렇게 귀한 병이라면 힘없는 국민은 안 가져도 좋으니 보건복지부나 많이 가져가시죠.
희귀병은 보건복지부에서 다 가져가시고,
우리 국민에게는
'희소·난치성질환'이 아니라
'드물고 낫기 어려운 병' 치료나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8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57
296 [2007/08/21] 우리말) 웬만하다와 엔간하다 id: moneyplan 2007-08-21 7877
295 [2007/08/20]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07-08-20 6772
294 [2007/08/19] 우리말) 농산물생산이력 id: moneyplan 2007-08-20 7985
293 [2007/08/17] 우리말) 분리수거, 분리배출 id: moneyplan 2007-08-17 6751
292 [2007/08/16] 우리말) 썩이다와 썩히다 id: moneyplan 2007-08-16 7518
291 [2007/08/15] 우리말) 엉터리 id: moneyplan 2007-08-16 6765
290 [2007/08/14] 우리말) '벼리'와 비슷한 뜻의 낱말 id: moneyplan 2007-08-14 7215
289 [2007/08/13] 우리말) 고추 이야기 id: moneyplan 2007-08-13 6802
» [2007/08/11] 우리말) 뉘 id: moneyplan 2007-08-13 7316
287 [2007/08/10] 우리말) 우뢰와 우레 id: moneyplan 2007-08-13 7030
286 [2007/08/09] 우리말) 임용되다와 임용하다 id: moneyplan 2007-08-09 7369
285 [2007/08/08] 우리말) '각각'은 '따로따로' id: moneyplan 2007-08-08 6666
284 [2007/08/07] 우리말) '노지'가 아니라 '밖', '한데' id: moneyplan 2007-08-07 6811
283 [2007/08/06] 우리말) 아직도 엑기스??? id: moneyplan 2007-08-06 6770
282 [2007/08/03] 우리말) '역활'이 아니라 '역할', '역할'이 아니라 '할 일' id: moneyplan 2007-08-03 7139
281 [2007/08/02] 우리말) '리터당'은 '리터에'로... id: moneyplan 2007-08-02 6793
280 [2007/08/01] 우리말) 리터의 단위는 특수문자나 필기체로 쓴 ℓ이 아닙니다 id: moneyplan 2007-08-01 9427
279 [2007/07/31] 우리말) 탈레반, 정말 밉네요 id: moneyplan 2007-07-31 6755
278 [2007/07/30] 우리말) 담백한 게 아니라 깔끔한 것 입니다 id: moneyplan 2007-07-31 6977
277 [2007/07/28] 우리말) 가위표와 가새표 id: moneyplan 2007-07-31 7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