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1] 우리말) 뉘

조회 수 3555 추천 수 61 2007.08.13 11:23:24
이 '뉘'라는 낱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자손에게 받는 덕."이라는 뜻입니다.
젊어서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늘그막에 와서야 뉘를 보게 되는구나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찌는 듯이 덥네요.
어제까지는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더니만...

다들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저는 짬 내기가 어려워 휴가는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저녁에는 잠시 말미를 내어 애들과 함께 찜질방에 갔습니다.
요즘은 찜질방에 수영장까지 있더군요.
애들과 재밌게 놀다 오늘 아침에야 나왔습니다. ^^*

이렇게 식구와 재밌게 놀 때면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아파트에서 살기 싫으시다며 굳이 고향에 혼자 계십니다.

오늘은 어머니 생각하면 좋은 우리말 하나 소개해 드릴게요.

'뉘'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쓿은 쌀 속에 등겨가 벗겨지지 않은 채로 섞인 벼 알갱이."를 뜻합니다.
뉘가 많이 섞여서 씹을 때마다 껄끄럽다처럼 쓰죠.

이 '뉘'라는 낱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자손에게 받는 덕."이라는 뜻입니다.
젊어서는 그렇게 고생을 하더니 늘그막에 와서야 뉘를 보게 되는구나처럼 씁니다.

저희 어머니는
6대 독자 종갓집에 시집와서 젊어서부터 고생하셨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고향에 혼자 계시니 늘그막에 뉘를 보신다고 할 수도 없네요.

아무리 부모의 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해도 오늘은 어머니께 죄송한 생각이 더 듭니다.
빨리 편지 마무리하고 어머니께 전화나 드려야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그게 희귀병이라고요?]

어제 제가 걸린 병을 여쭤봤더니 많은 분이 걱정(?)을 해 주시네요.
그 병은 쉽게 고칠 수 없는 난치병이라는 분도 계시고,
희귀병이니 잘 지키라는 분도 계시고...
오늘도 이어서 병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SBS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장애와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아와 가난 때문에 아이의 치료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정에 그들에게 필요한 전문가 그룹을 연계하여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게 그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입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게 '희귀병'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자에게 '희귀병'이라고 하면 그건 환자를 우롱하는 겁니다.
'희귀'는 드물 희(稀) 자에 귀할 귀(貴) 자를 써서
"드물어서 매우 진귀하다"는 뜻입니다.
1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표 같은 게 희귀한 것이죠.
그럴 때 쓰는 낱말인 '희귀'를 써서 '희귀병'이라고 하면,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이라는 낱말이 돼버립니다.
아무리 귀하기로서니 병까지 귀하겠어요?

백 보 천 보 양보해서 의사가 연구목적으로 세상에 별로 없는 어떤 병을 찾는다면
그건 희귀병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치료약도 없고 치료방법도 모르는 병에 걸린 사람에게
희귀병에 걸렸다고 하면 그게 아픈 사람을 우롱하고 조롱하고 비꼬는 게 아니고 뭐겠습니까?

굳이 그런 낱말을 만들고 싶으면 '희소병'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겁니다.
'희소'는
드물 희(稀) 자에 적을 소(少) 자를 써서
"매우 드물고 적음"이라는 뜻이므로 '희소병'은 말이 되죠.

보건복지부는 "저소득층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고치기 어려운 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사업일 겁니다.

바로 이런 것부터 고쳐야 합니다.
국가기관에서 사업을 벌이면서 희귀병이라? ?..
그렇지 않아도 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세상에 별로 없는 귀한 병"을 가졌다고요?
그렇게 귀한 병이라면 힘없는 국민은 안 가져도 좋으니 보건복지부나 많이 가져가시죠.
희귀병은 보건복지부에서 다 가져가시고,
우리 국민에게는
'희소·난치성질환'이 아니라
'드물고 낫기 어려운 병' 치료나 많이 지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32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898
1416 [2012/06/14] 우리말) 관심은 가지는 게 아니라 두는 것 머니북 2012-06-15 3577
1415 [2007/10/18] 우리말) 누룽지와 눌은밥 id: moneyplan 2007-10-18 3577
1414 [2017/02/22] 우리말) 역시 머니북 2017-02-22 3576
1413 [2013/10/07] 우리말) 책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 머니북 2013-10-07 3576
1412 [2008/12/24] 우리말) 내년과 이듬해 id: moneyplan 2008-12-24 3576
1411 [2015/11/27] 우리말) 숫눈과 숫눈길 머니북 2015-11-27 3575
1410 [2010/07/14] 우리말) 빠르면 오늘 소환? [1] moneybook 2010-07-14 3575
1409 [2015/02/16] 우리말) 새털과 쇠털 머니북 2015-02-16 3574
1408 [2008/07/03] 우리말) 메기탕과 매기탕 id: moneyplan 2008-07-03 3574
1407 [2007/09/10] 우리말) 파란하늘 id: moneyplan 2007-09-10 3574
1406 [2007/08/14] 우리말) '벼리'와 비슷한 뜻의 낱말 id: moneyplan 2007-08-14 3574
1405 [2007/07/25] 우리말) 공멸은 피해야 합니다 id: moneyplan 2007-07-25 3574
1404 [2012/05/14] 우리말) 남의나이와 남의눈 머니북 2012-05-14 3573
1403 [2013/10/23] 우리말) 속알딱지 -> 소갈딱지 머니북 2013-10-23 3573
1402 [2009/05/04] 우리말) 동무와 벗 id: moneyplan 2009-05-06 3573
1401 [2008/07/22] 우리말) 나지막하다 id: moneyplan 2008-07-22 3573
1400 [2007/12/12] 우리말) 김치 냉장고를 샀습니다 ^^* id: moneyplan 2007-12-12 3573
1399 [2007/06/14] 우리말) 담합이 아니라 짬짜미 id: moneyplan 2007-06-15 3573
1398 [2016/10/21] 우리말) 받침소리의 혼란 머니북 2016-11-01 3572
1397 [2016/10/10] 우리말) ‘빠르다’와 ‘이르다’ 머니북 2016-11-01 3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