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19] 우리말) 농산물생산이력

조회 수 7985 추천 수 62 2007.08.20 10:11:16
이 낱말을 농업에 붙이면,
'농산물생산이력'이 됩니다.
곧, 내 손에 있는, 또는 지금 밥상에 놓여 있는 이 먹을거리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농산물생산이력입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제가 탑라이스를 꼭지로 편지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잘 모르고 탑라이스 이름을 비꼬아서 그거 뒷마무리하느라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으니,
내친김에 탑라이스 이야기를 좀더 풀어 볼게요.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오늘은 비꼬는 이야기 아닙니다. ^^*

탑라이스가 좋은 쌀이라는 것을 설명할 때는 꼭 세 가지 이야기가 들어갑니다.
첫째, 좋은 품종을 골라, 둘째, 잘 키워(재배관리), 셋째, 쌀의 품질까지 관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좋은 벼 품종을 골라 만든 쌀이나,
쌀 성분을 검사해 보니 좋다는 게 아니라,
좋은 벼 품종을 골라, 잘 키워, 맛좋은 쌀을 만든 겁니다.
그게 바로 '탑라이스'입니다.
어떤 지역에서 난 벼가 아니라, 품종이 좋은 볍씨로 잘 키운 맛있는 쌀을 뜻합니다.

그래서 탑라이스 누리집에 가면 '생산이력'이라는 게 있습니다.
<a href="http://toprice.rda.go.kr/" target='blank'><font color="blue"><u> http://toprice.rda.go.kr/</u></font></a>
탑라이스 누리집에 있는 생산이력은
탑라이스 쌀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그 이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이력에는 어디 사는 누가 벼를 키웠는지(생산자 정보),
벼 품종은 무엇이며 어디서 재배했는지(상품정보),
이 벼를 거둬들여 어떤 정미소에서 누가 쌀로 만들었는지(집하장 정보),
이 쌀을 누가 어떻게 포장해서 파는지(출하정보),
이러한 모든 정보를 누가 관리하는지(정보관리자)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습니다.
이게 바로 탑라이스의 이력입니다.

오늘은 이력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력(履歷)은
신 이(履) 자와 지낼 력(歷) 자를 써서
신발을 끌고 다닌 과정과 역사를 말합니다.
곧, 사람이 (신을 신고) 살면서 했던 모든 일을 뜻하는 것이죠.
지금은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뜻합니다.

이러한 이력과 비슷한 뜻의 영어가 traceability입니다.
발자국(trace)을 따라가는 것(ability)이라는 뜻이죠.
본래 이 낱말은 측정하는 곳에서 나왔습니다.

보기를 들어 보면,
제가 어떤 물건의 길이를 재는 자를 하나 샀습니다.
이 자에는 눈금이 있는데, 이 눈금은 사람이 그냥 막 찍 는 게 아니라
공장에 있는 기계로 일정하게 찍은 것일 겁니다.
당연히 그 기계는 길이를 정확하게 찍을 수 있어야겠죠.
그러나 그것을 누가 보장하죠? 자에 눈금을 찍는 기계가 정확하다는 것을 어떻게 믿죠?
더군다나 자주 쓰다 보면 기계가 닳아서 눈금이 조금씩 어긋날 수도 있는데,
천년만면 정확하다고 볼 수 있나요?

그래서 그런 장치는 정해진 시간마다 '교정'을 받습니다.
정확한 자를 가지고 와서 그 자로 다른 자에 눈금을 찍는 기계를 정확하게 맞추는 것이죠.
그러면 앞에서 말한 정확한 자는 정말로 '정확'한 자일까요?
이 자도 길이 참값을 나타내는 자에서부터 그 길이를 따 왔을 겁니다.
바로 이처럼 어떤 측정장비에서 그 측정장비를 교정해 주는 바로 앞 단계의 계측장비를 찾아가는 게 traceability입니다.

우리말 이야기하면서 별 이야기 다 하네요. ^^*

어쨌든,
이런 traceability를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이력'이라는 한자말과 같게 쓰고 있습니다.

이 낱말을 농업에 붙이면,
'농산물생산이력'이 됩니다.
곧, 내 손에 있는, 또는 지금 밥상에 놓여 있는 이 먹을거리가
어떤 이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농산물생산이력입니다.

농산물생산관리정보시스템에 가시면 그런 이력을 확인하실 수 있고,
<a href="http://www.atrace.net/" target='blank'><font color="blue"><u> http://www.atrace.net/ Control </u></font></a>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많이 돌리고 있습니다.
춘천시 생산이력정보시스템(http://trace.checrc.or.kr/),
성주군 농산물 이력관리(<a href="http://sjmelon.go.kr/trace/manage/manage01_01.jsp?site_code=trace&lan_code=kor&mnu_uid=343" target='blank'><font color="blue"><u> (http://sjmelon.go.kr/trace/manage/manage01_01.jsp?site_code=trace&lan_code=kor&mnu_uid=343) </u></font></a>
따위가 이런 겁니다.

탑라이스는 바로 이런 생산이력을 알려줍니다.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이죠.

벼를 찧어 쌀로 만든 뒤에,
쌀 속에 든 단백질 함량이 6.5% 가 넘으면 안 되고,
싸라기같이 완벽하지 못한 쌀이 5% 이내가 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쌀의 품질이 그렇다고 다 탑라이스는 아닙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좋은 볍씨를 골라 정해진 기준에 따라 잘 키워 만든 쌀이어야 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로,
요즘 쇠고기 이야기 많이 나오죠?
미국산이 싸네 어쩌네...

농산물생산이력 가운데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www.mtrace.net)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소를 키우는 것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여
만에 하나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재빠르게 그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을 수 있게 만든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에 들어가시면,
지금 밥상에 올라 있는 이 쇠고기에 대한 모든 정보가 나옵니다.
소가 언제 어디서 태어났고,
누가 어디서 뭘 먹이면서 어떻게 키웠고,
어디서 누가 잡아서,
어떤 유통과정을 거쳐 내 손에 오게 되었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곧,
농업 생산자가,
모든 것을 숨김없이 제대로 보여주고,
그에 따라 농산물 제값을 받자는 겁니다.

소비자도,
내가 먹고, 내 식구가 먹는 모든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알 수 있다면,
굳이 값을 깎지 않고 사겠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농산물생산이력'입니다.

이런 일을 농촌진흥청,
바로 제 일터에서 합니다. ^^*

참고로, 어디까지나 참고로,
미국산 쇠고기는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곧, 그 쇠고기에 대한 이력을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여기까지만... 더 쓰면... ^__^*

오늘 편지는 좀 길었는데요.
탑라이스가 왜 좋은지를 설명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탑라이스도 좋고, 우리나라에서 난 농산물도 좋습니다.
요즘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여 정직하게 농사짓고, 정직한 값만 받습니다.

참,
건강하게 사시는 가장 좋은 비결이 뭔지 아세요?
바로 이 땅에서 제철에 난 음식을 많이 먹는 거라네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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