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1] 우리말) 웬만하다와 엔간하다

조회 수 4191 추천 수 61 2007.08.21 10:46:39
'웬만하다'는 많이 아실 겁니다.
그림씨(형용사)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주로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이죠.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젊은 사람들이 웬만하면 참아요처럼 씁니다.

'엔간하다'는 '어연간하다'의 준말로 이것도 그림씨입니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꽤 가깝다."는 뜻이죠.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쓰면서 연예인을 연애인이라고 했습니다.
'연예인'은 "연예에 종사하는 배우, 가수, 무용가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연애인'은 사전에는 없지만,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남녀를 말합니다.
제가 편지를 쓰면서 아내 생각을 많이 했나 봅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데,
요즘은 좀 다릅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도 나이를 조금 먹어서...^^*

엔간해서는 하룻밤을 꼬빡 새도 다음날 거뜬했는데...
어제 을지훈련때문에 하룻밤을 새웠더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네요.
이렇게 피곤함이 쌓이면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을 텐데... 걱정입니다.

오늘은 웬만하다와 엔간하다를 갈라볼게요.

'웬만하다'는 많이 아실 겁니다.
그림씨(형용사)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주로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이죠.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젊은 사람들이 웬만하면 참아요처럼 씁니다.

'엔간하다'는 '어연간하다'의 준말로 이것도 그림씨입니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꽤 가깝다."는 뜻이죠.
그 정도면 어연간해졌으니 가 쉬어라, 어연간하면 허락해 주시지요처럼 쓰고,
그 정도면 엔간해졌으니 가 쉬어라, 엔간하면 허락해 주시지요처럼 씁니다.
어지간하다와 비슷한 말입니다.

머리가 맑지 않아서 그런지 그 말이 그 말 같네요. ^^*

학자들은
엔간하다의 말뿌리(어근)을 '어언간(於焉間)'에서 찾습니다.
부사로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이라는 뜻인데, 어느덧 이라는 낱말과 뜻이 거의 같습니다.
이 낱말이 어쩌다 "정도가 기준에 꽤 가깝게"라는 뜻을 담게 되었고,
'어연간 히'라는 부사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어연간하다는 낱말로 되었고,
'어연'이 '엔'으로 줄어 엔간하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룻밤 날을 샜다고 몸이 엔간하지 않네요.
집에 가서 좀 자야겠습니다. 그러면 머리가 웬만큼 맑아지겠죠?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나염이 아니라 날염입니다]

벌써 9월입니다.
이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합니다.

얼마 전에
도시 소비자의 단 2%만이 농촌진흥청이 있다는 것을 안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이 있습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일하는 곳을 이렇게 모르시다니...

농촌진흥청은 농사와 관련된 일만 하는 게 아닙니다.
도시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도 많이 합니다.
어떻게 하면 내 식구가 먹는 밥상을 안전하고 깨끗하게 차릴 수 있는가,
요즘 많이 찾는 참살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내산과 외국산 농산물을 어떻게 가를 수 있는가,
참살이를 위한 천연 염색은 어떻게 하는가 등...

오늘은 염색이야기로 시작해 보죠.
염색할 때, '나염'이라는 말 많이 들어보셨죠?
피륙에다 무늬가 새겨진 본?대고 풀을 섞은 물감을 발라 물을 들여,
"피륙에 부분적으로 착색하여 무늬가 나타나게 염색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대부분 '나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날염'을 잘못 쓰고 있는 겁니다.
국어사전에 보면 '나염'은 이렇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도장 찍는 것을 날인한다고 하죠?
찍을 날(捺) 자에 도장 인(印) 자 입니다.
바로 이 '찍을 날'자를 써서 날염이라고 합니다.
찍을 날(捺) 자에 물들일 염(染) 자를 쓴 게 '날염'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중에 엉터리가 참 많답니다.
우리말이 어렵다고 생각하시기 전에,
내가 얼마나 관심을 두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더불어서
내가 먹는 모든 것은 농업에서 나온 것임을 알고,
그 먹을거리를 총 책임지는 곳이 제 일터인 농촌진흥청이라는 것도 같이 알아주심이...

우리말123

보태기)
1. 피륙 : 아직 끊지 아니한 베, 무명, 비단 따위의 천을 통틀어 이르는 말.

2. '날인'은 일본어(捺印, なついん[나쯔잉])에서 온 말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아직 다듬지는 않았지만, 도장을 찍다로 다듬어서 쓰는 게 좋겠습니다.

3. ‘날염’도 捺染(なっせん[낫셍])에서 온 일본말입니다.
'무늬찍기'라고 하시는 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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