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9] 우리말) 건들건들

조회 수 10062 추천 수 93 2007.08.29 10:28:37
자, 여기서 또 문제를 내겠습니다.

요즘처럼
첫가을에 비가 내리다가는 금방 개고
또 비가 내리다가는 다시 개고 하는 장마를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겁니다.


안녕하세요.

참으로 반가운 소식입니다.
탈레반에 잡혀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르면 오늘부터 풀려난다고 하네요.
기분 좋은 소식입니다.

어제 문제의 답은 '살피꽃밭'입니다.
답과 함께 주소를 보내주신분이 열 분도 안 되네요.
그래서 오늘도 문제를 내겠습니다. ^^*

아침에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양동이로 퍼붓듯이 비가온다."라고 하시네요.
해남은 비가 많이 내리나봅니다.
어제는 그리 더웠는데...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하네요.
이맘 때는 초가을이라고 해도 되나요?
더위가 지나가길 비는 마음으로 가을 이야기 좀 할게요.

'건들'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문화어(북한 표준말) 부사로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오는 모양"을 뜻합니다.
거의 같은 뜻의 표준말은 '건들건들'입니다.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살랑 부는 모양"이죠.
거기서 온 '건들거리다'는 "바람이 부드럽게 살랑살랑 불다"는 뜻입니다.

건들, 건들건들, 건들거리다가 어떤 뜻인지 쉽게 아시겠죠?
이러한 낱말에서 온,
'건들바람'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요즘같은 첫가을에 선들선들 부는 바람을 이르는 말로,
건들바람에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서늘한 기운이 돈다처럼 씁니다.

'건들팔월'도 있습니다.
8월은 건들바람처럼 어느덧 획 지나간다는 뜻으로 일컫는 말이죠.

건들칠월도 뜻이 비슷한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어정칠월을 표준어로 삼았습니다.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7월이 획 지나가 버린다는 뜻이겠죠.

'어정칠월 동동팔월'이라는 익은말(속담)도 있습니다.
농가에서 칠월 달은 어정어정하는 사이에 지나고,
팔월 달은 가을걷이 때문에 동동거리는 사이에 지나간다는 말입니다.

자, 여기서 또 문제를 내겠습니다.

요즘처럼
첫가을에 비가 내리다가는 금방 개고
또 비가 내리다가는 다시 개고 하는 장마를 뭐라고 하는지를 맞히시는 겁니다.
딱히 요즘이 장마는 아니지만,
문제를 내다보니...^^*

어제 답을 맞히신 분이 백 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주소를 쓰지 않으신 분도 계셨습니다.
오? 천?답과 함께 주소를 보내주십시오.
모두 백 분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낱말을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낱말은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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