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3] 우리말) 선글라스 맨

조회 수 6588 추천 수 55 2007.09.03 10:17:11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단어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되었을 때는
각각의 단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따라서,
sunglass는 태양이라는 sun[선]과 유리라는 glass[글라스]가 합쳐진 말이므로,
'선글라스'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탈레반에 잡혀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이 풀려났죠? 참으로 다행입니다.
탈레반과 협상할 때, 검은색 안경을 쓴 우리나라 협상 대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누리집에 보니 '선글라스 맨'이라는 꼭지로 사진이 돌아다니고 있네요.

우리는 보통 [썬그라스]라고 하는데 왜 '선글라스'라고 쓰죠?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따로 설 수 있는 말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복합어는
그것을 이루는 말이 단독으로 쓰일 때의 표기대로 적는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곧, 외래어 단어 두 개가 모여 하나의 단어가 되었을 때는
각각의 단어 발음을 그대로 쓰는 것이죠.

따라서,
sunglass는 태양이라는 sun[선]과 유리라는 glass[글라스]가 합쳐진 말이므로,
'선글라스'라고 쓰는 게 맞습니다.

이런 게 또 있습니다.
얼마 전에 소개해 드린 highlight입니다.
high의 발음이 [하이]이고, light의 발음이 [라이트]라서,
highlight의 발음도 [하일라이트]가 아니라 [하이라이트]가 되는 겁니다.

또,
태양 sun이 [썬]이 아니라 [선]인 까닭도 외래어 표기법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외래어를 적을 때 원칙적으로 된소리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미 굳어버린 빵, 껌 따위는 어쩔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낱말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뻐스가 아니라 버스고,
빠리가 아니라 파리고,
까페가 아니라 카페고,
씨스템이 아니라 시스템이고,
싸이클이 아니라 사이클이고,
르뽀가 아니라 르포고,
써비스가 아니라 서비스입니다.

'선그라스'라는 낱말 하나로도 이렇게 할 말이 많답니다. ^^*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길 빕니다.
웃는 데는 돈이 들지 않습니다. ^____^*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표준국어대사전에따르면 '글라스'는 '유리잔'으로 다듬었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즐거운 비명?]

점심 맛있게 잘 드셨나요?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그냥 넘어가기 싫은 게 있어서...

윤달에 묘를 옮기면 좋다는 속설 때문에,
이장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네요.
http://news.media.daum.net/society/affair/200609/18/chosun/v14064535.html?_right_popular=R9

조선일보 기사인데,
이 기자는 '비명'의 뜻을 모르고 기사를 쓴 겁니다.
아니면 흔히 남들도 쓰기에 그냥 아무 생각없이 썼거나...

비명은
슬플 비(悲) 자에 울 명(鳴) 자를 써서,
"슬피 욺, 또는 그런 울음소리, 일이 매우 위급하거나 몹시 두려움을 느낄 때 지르는 외마디 소리."라는 뜻입니다.
놀라거나 슬플 때 지르는 소리지
기뻐서 지르는 소리가 아닙니다.

기뻐서 지르는 소리는,
환성(歡聲)이나 환호성(歡呼聲)입니다.
환성이 기뻐할 환(歡) 자에 소리 성(歡) 자를 쓰잖아요.

'즐거운 비명'은
'즐겁다'와 '비명'이 어울리지 않아서 틀린 말이고,
'즐거운 환호성'이라고 해도,
즐겁다와 환호성의 뜻이 겹쳐서 틀린 말입니다.

그냥 '환호성을 지른다'고 하면 됩니다.
괜히 글을 쓰면서 멋을 부리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기사를 쓰는 겁니다.

또 하나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납골당입니다.
며칠 전에 우리말편지에서 소개해 드렸듯이,
'납골당'이 아니라 '봉안묘'입니다.
기자가 기사를 쓰면서 그런 것도 확인하지 않고 쓰나요?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이라고 해서 다 옳은 게 아니고,
또 그 말들이 다 사전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잘못 쓰는 낱말은 학자들이나 언론에서 바로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단 한 줄의 기사를 쓰더라도 고민을 하면서 써야 합니다.

몇 번 강조하지만,
학자나 기자들은 자기들만의 전문용어로 '밀담'을 나누고,
전문학회에서는 어려운 말로 범벅이 된 논문을 발표하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이는 부류의 인간이 아닙니다.

내가 배운 것은 남과 함께 나누고,
사회에 있는 잘못된 곳을 꼬집을 줄 알아야 합니다.
비록 지금 당장은 어디선가 한 대 얻어맞더라도,
옳은 길이라면 꿋꿋하게 갈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학자이고 언론인입니다.

이제 곧 한글날입니다.
예전처럼 언론에서는 우리말 우리글을 쓰자고 난리를 치겠죠.
제발 이번만큼은 그런 말이 한글날로 그치지 않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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