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12] 우리말) 섞사귐

조회 수 7741 추천 수 51 2007.09.13 09:42:21
우리말에 '섞사귐'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위나 처지가 다른 사람끼리 사귀는 일"을 뜻합니다.
화광동진과 느낌은 좀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뜻은 같다고 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편지를 두 번 보냅니다. ^^*

이틀 전에 보낸 편지를 보고 제 잘못을 짚어주셨네요.


글 가운데 ‘2-30년’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삼십 년'이나 '20~30년'이라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앞엣것이 더 좋습니다. 말하듯 쓰는 게 읽기도 쉬운 수가 많으니까요.
'2년에서 30년까지'로 잘못 읽을 사람이야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써 주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그리고
'-'가 아니라 '~'여야 합니다.
[참고] 한글 맞춤법, 문장 부호, Ⅴ. 이음표,
         3. 물결표(~)
           (1) ‘내지’라는 뜻에 쓴다.
                 9월 15일~9월 25일



고맙습니다.
이렇게 제 잘못을 바로잡아 주셔야
저를 믿고 우리말편지를 받아보시는 분들이 실수하지 않습니다.


참,
아침에 보낸 편지에서
농촌진흥청에 놀러 오시라고 말씀드렸더니,
농촌진흥청이 뭐 하는 곳이며, 어디에 있느냐고 물으시는 분이 많으시네요.

남자들 군대 갈 때 병무청에서 신체검사 받고 가죠?
그 병무청은 국방부 소속입니다.
문화관광부 아래에 문화재청이 있고,
법무부 밑에 검찰청이 있으며,
산업자원부 아래에 중소기업청이 있듯이,
농림부 아래에 농촌진흥청이 있습니다.

둥지는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인로 150번지입니다.

이곳에서 오늘부터 주말까지
농촌진흥청이나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농민과 도시 소비자를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드립니다.

그 잔치에 오시면 저를 꼭 찾아주십시오.

이왕 편지를 썼으니,
오늘은 한 꼭지 더 보내겠습니다.

어제, 아들을 때린 사람들을 찾아가 폭행한 재벌 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가 내려졌죠?
그러면서 화광동진이라는 고사성어를 써가며 2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내렸습니다.
설마하니 재벌 봐주기는 아니겠죠? 아닐 거라 믿습니다.

재판장님이 재벌 회장님께 말씀하신 화광동진(和光同塵)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말입니다.
본뜻은, 빛을 부드럽게 하여 티끌 속에 같이 한다는 뜻으로,
"자기의 지혜와 덕을 감추고 사회에 어울려 지낸다는 뜻"입니다.
재벌 회장으로서의 특권의식을 버리고 보통사람과 함께 땀을 흘리라는 말씀일 겁니다.

우리말에 '섞사귐'이라는 게 있습니다.
"지위나 처지가 다른 사람끼리 사귀는 일"을 뜻합니다.
화광동진과 느낌은 좀 다를지라도 궁극적인 뜻은 같다고 봅니다.

아무쪼록
재벌 봐주기 재판이 아니기를 빌며,
재벌 회장님도 섞사귐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유감에 유감]

어제치 조선일보(2006. 9. 26.) A2 맨 아래 오른쪽에 보면,
'바로잡습니다'라는 꼭지의 작은 기사가 있습니다.
내용은
'22일자 A1면 기사 중 '검찰총장이 21일 공개적으로 유감(有感)의 뜻을 밝히고'에서 '유감'의 한자는 '有感'이 아니라 '遺憾'이므로 바로잡습니다.'입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좋게 한글로 쓰면 될 것을 뭐 잘 보일 게 있다고 굳이 한자를 덧붙여서 그런 망신을 자초하는지...
이런 게 바로 멍청한 짓입니다.

국어사전을 뒤져보면 유감은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으로,
유감을 품다, 유감의 뜻을 표하다, 내게 유감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우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합니다처럼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더 나아가
유감천만(遺憾千萬)을 실어놓고,
"섭섭하기 짝이 없음"이라 풀어놨습니다.
곧, 유감은
어떠한 상황이 마음에 차지 않아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 있을 때 쓰는 말이라는 겁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런 풀이가 있으니,
떨떠름하기는 해도 써도 되는 말이기는 합니다.

좀 삐딱하게 나가볼까요?
유감은 흔히 정치인들이 쓰는 말입니다.
이 유감은
앞에 보인 것처럼 내가 남에게 섭섭한 마음이 있을 때도 쓰고,
남이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을 때도 씁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 유감이란 말을 언죽번죽 지껄이며
서로 대충 봐주고 일을 흐리멍덩하게 넘기는 것이죠.
이런 것을 보면
한자말은 남을 속이고 자기를 감추는 데 잘도 쓰입니다.
그러면서 그런 한자를 쓰는 게 무슨 대단한 것이나 된것처럼 행세하죠.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두루뭉술하게 돌리지 말고 솔직하게 사과하면 됩求?
일부러 이상한 한자말을 써서
어떻게 보면 사과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또 어떻게 보면 자기 위신을 세우려 하면 안 됩니다.

저 같으면 유감을 이렇게 바꿔쓰 겠습니다.

우리말 홀대, 외래어 홍수 유감 -> 우리말 홀대, 외래어 홍수 씁쓸
대법원장 '검찰.변호사 비하성 발언'관련 유감표명 -> 대법원장 '검찰.변호사 비하성 발언'관련 사과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어 유감으로 생각한다 -> 국민에게 비칠 수 있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자신들의 느낌에 의해 기사를 쓴 것은 유감 -> 자신들의 느낌에 따라 기사를 쓴 것에 불만
보도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면서 -> 보도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내며
유감을 표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삿속 시정 유감천만 -> 장삿속 시정 떨떠름

요즘 우리말편지가 자꾸 길어지네요.
될 수 있으면 짧게 쓰려고 하는데, 글을 쓰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길어집니다. 할 말이 많아서...
저도 모르게 우리말편지가 길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아니, 아니, 다시 할게요.
저도 모르게 우리말편지가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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