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05] 우리말) 저는 개으릅니다

조회 수 4223 추천 수 152 2007.10.05 12:42:24
저는 지금도 헷갈립니다.
제가 게으른건지 개으른건지...^^*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좋네요.

저는 가끔 반신욕을 합니다.
마땅히 운동할 시간이 없어서 고민하던 차에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반신욕을 했더니 참 좋더군요.
다만, 제가 좀 개을러 그게 힘들죠.
어제처럼 손목운동을 좀 많이 했을 때도 힘들고...

제 개으름을 떨치고자 오늘은 개으르다를 알아볼게요.

여기까지 보시고,
어 이 친구 오늘 또 실수했군. '개으르다'가 아니라 '게으르다'인데...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죠? ^^*

지금 옆에 국어사전 있으면 '개으르다'는 찾아보세요. 그리고 바로 '게으르다'도 찾아보세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개으르다'는 그림씨로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고,
'게으르다'도 그림씨로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는
'개으르다'는 "얄밉게 게으르다"로 풀었고,
'게으르다'는 "할 일에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로 풀었습니다.
뭐 다른 게 있나요?

제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습니다.
어떤 학자는 그 둘의 다른 점을 이렇게 보셨네요.
"'게으르다'는 보기 싫을 정도지만 '개으르다'는 그래도 봐 줄 만한 정도다."라고...

게으르다는 뜻의 한자말은,
나만하다 : 懶慢
나타하다 : 懶惰
나태하다 : 懶怠
소타하다 : 疎惰
타태하다 : 惰怠
태만하다 : 怠慢
태타하다 : 怠惰
태홀하다 : 怠忽
해완하다 : 懈緩
해타하다 : 懈惰
해태하다 : 懈怠
이 있습니다.

왠지 제 이야기 같아서...... ^^*

저는 지금도 헷갈립니다.
제가 게으른건지 개으른건지...^^*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3년 전에 보낸 겁니다. 요즘 이야기가 아닙니다. ^^*


[임신부, 임산부]

혹시 담배 피우세요?
저는 조금 전에도 출근하자마자 습관적으로 그 탁한 공기를 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고 왔습니다.
끊긴 끊어야 하는데...

담뱃갑에 보면 경고 문구가 있죠.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예전과 다른 낱말이 하나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임산부’라고 썼었는데 요즘은 ‘임신부’라고 씁니다.
왜 그렇게 바꿨을까요?

임산부는 임부와 산부를 합친 말로 애를 밴 사람과 애를 갓 낳은 사람을 동시에 일컫는 말입니다.
근데 담뱃갑에 있는 경고 문구는 애 밴 여자가 담배를 피우면 태아에게도 해롭다는 의미로 넣은 것이므로,
임부는 해당되지만 산부에게는 해당이 안 되겠죠.
왜냐면, 산부는 이미 애를 낳고 뱃속에 애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임산부’라고 안 쓰고 ‘임신부’라고 씁니다.  

약 사용설명서에도 ‘임산부’와 ‘임신부’를 정확하게 구별해서 씁니다. 당연한 소리지만...

‘임신부’하니까 또 다른 게 생각나네요.
흔히 임신한 사람을 보고,
“홀몸도 아닌데 조심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근데 여기 홀몸이 잘못 쓰였습니다.

홀몸은 부모형제가 없는 고아나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을 말합니다.
즉, ‘홀’은 ‘짝’에 대립해 ‘홀아비’ ‘홀시어미’ 따위로 쓰죠.
“사고로 아내를 잃고 홀몸이 되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임신한 여자를 보고,
“홀몸도 아닌데...”라고 하면 결혼도 하기 전에 애를 밴 영 거시기한 사람이라는 말이 돼버립니다.  
홀몸과 헷갈리는 말로 ‘홑몸’이 있습니다.
‘홑’은 ‘겹’에 대립하는 말로,
딸린 사람이 없는 혼자의 몸이나, 결혼한 후 아직 아기를 갖지 않는 몸을 말합니다.
따라서, 임신한 사람에게는
“홑몸도 아닌데 조심하세요.”라고 ‘홑몸’을 써야 합니다.

제 오늘 왜 이렇게 애 밴 사람 이야기를 주절거리며 너스레를 떠느냐면,
ㅋㅋㅋ
실은 제 아내가 둘째를 뱃거든요.
‘임신부’가 되고
‘홑몸이 아닌 상태’가 된 거죠.
이번에는 눈물 콧물 별로 안 흘리고 잘 만들었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36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935
2356 [2011/03/08] 우리말) 첫날 밤과 첫날밤 moneybook 2011-03-08 3129
2355 [2008/06/17] 우리말) 엉터리 자막 두 개 id: moneyplan 2008-06-17 3130
2354 [2016/02/18] 우리말) 핑크빛과 핑큿빛 머니북 2016-02-19 3130
2353 [2013/06/18] 우리말) 개문냉방 머니북 2013-06-18 3131
2352 [2014/09/16] 우리말) 매다와 메다 머니북 2014-09-16 3131
2351 [2015/03/13] 우리말) 쑥되고 말았다 머니북 2015-03-13 3131
2350 [2017/06/14] 우리말) 우둥우둥 머니북 2017-06-14 3131
2349 [2008/05/29] 우리말) 어겹되다 id: moneyplan 2008-06-03 3133
2348 [2010/01/21] 우리말) 미닫이와 빼닫이 id: moneyplan 2010-01-21 3134
2347 [2010/10/20] 우리말) 틀린 말 몇 가지 moneybook 2010-10-20 3134
2346 [2015/01/20] 우리말)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머니북 2015-01-20 3134
2345 [2008/07/30] 우리말) 에너지를 아끼는 데 함께하고자... id: moneyplan 2008-07-31 3135
2344 [2012/02/28] 우리말) 투잡은 겹벌이로 다듬어 씁시다 file 머니북 2012-02-28 3137
2343 [2012/04/12] 우리말) 농업 속 우리말 머니북 2012-04-12 3137
2342 [2014/07/25] 우리말) 안전하지 않은 안전사고 머니북 2014-07-25 3138
2341 [2007/12/28] 우리말) 아구탕과 아귀탕 id: moneyplan 2007-12-28 3139
2340 [2010/02/02] 우리말) 쌍동이와 쌍둥이 id: moneyplan 2010-02-02 3139
2339 [2014/04/08] 우리말) 구름다리와 섬다리 머니북 2014-04-08 3139
2338 [2009/06/29] 우리말) 꿰맞추다 id: moneyplan 2009-06-29 3140
2337 [2009/03/25]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3-25 3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