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19] 우리말) 구설과 구설수

조회 수 3708 추천 수 78 2007.10.19 10:06:30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다릅니다.
구설은 좋지 않은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농촌진흥청 국정감사를 잘 마쳤습니다.
뒷마무리할 게 한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산은 넘었습니다.
그 핑계로 어제는 4차대전까지 치렀습니다. ^^*

요즘 들어 바빠서 뉴스를 거의 못 봤습니다.
이제 정신을 좀 차리고
아침에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소개하고 싶은 낱말이 나오네요.

'구설'과 '구설수'입니다.
한 연예인이 방송에서 욕을 해 구설에 올랐고,
며칠 전에 이를 사과했네요.

감 잡으셨겠지만,
구설과 구설수는 엄연히 다릅니다.

구설(口舌)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로
남의 구설에 오르다, 괜한 구설을 들을지도 모른다처럼 씁니다.

구설수(口舌數)는
"남에게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을 듣게 될 신수."입니다.
신문에 난 오늘의 운수를 보니 구설수가 있더라처럼 씁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다릅니다.
구설은 좋지 않은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입니다.

따라서,
어떤 연예인은 올해 '구설수'가 있어
요즘 누리꾼의 '구설'에 오른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구설과 구설수는 분명히 다른데도
사전을 보면 엉뚱하게 풀어놨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구설수'의 보기에
구설수에 오르다, 구설수에 휘말리다, 시빗거리로 되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다라는 보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말 큰사전에도
구설수에 오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구설'에 오르는 것이지, '구설수'에 오르는 게 아닙니다.
'수'가 운수를 나타내는 것인데,
어떻게 '나쁜 말을 들을 운수'게 오른다는 거죠?

이런 것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새벽' 아시죠?
먼동이 트려 할 무렵입니다.
다들 그렇게 알고 계십니다.

그러나 사전에 보면
"(이른 시간을 나타내는 시간 단위 앞에 쓰여) '오전'의 뜻을 이르는 말."이라 풀어놓고,
새벽 한 시, 나는 새벽 세 시경에 병원에서 태어났다를 보기로 들어놨습니다.

날이 막 밝을 무렵이 아니라 밤 1 2시가 넘으면 바로 새벽인 겁니다.
새벽 12시 1분...이라 써도 틀렸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런것을 두고
우리말의 쓰임을 여러 가지로 만들었다고 봐야 할지,
사전이 엉터리라고 봐야할지......

이런 것을 보면 어지럽습니다.
그러니 우리말이 어렵다는 말을 듣지 싶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궁금한 게 또 있습니다.
제가 지금 어지러운 게
이런 우리말을 생각해서 어지러운 것인지,
아니면 어젯밤 술이 덜 깨서 어지러운지......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글을 쓸 때 될 수 있으면 옆으로 새지 않으려고 힘씁니다.
그래야 읽는 사람들이 쉽게 글을 따라올 수 있거든요.

지금도
구설과 구설수 이야기를 하면서
이왕이면 그런 말보다는 '입방아에 오르다'가 더 좋다는 것을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글이 꼬일 것 같아서 구설과 구설수만 푼 겁니다.
그러고 나서 맨 뒤에서 '입방아'을 소개한 겁니다.
우리말이 구설보다 못해서 나중에 소개한 게 결코 아닙니다. ^^*

어찌어찌 하다보니 오늘 편지는 무척 늦었네요.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셔요, 세요, 까요]  

성탄절을 잘 보내셨는지요.
저는 서울, 부천을 싸돌아다니면서 잘 놀았습니다.
덕분에 새로 산 차 뒤범퍼를 말아먹는 엄청난 사고도 치고...
다른 사람이 들이 받았으면 타박이라도 하련만,
저 혼자 후진하다 그랬으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고... 쩝...

오늘은 ‘오’와 ‘요’의 구별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아래 내용 중 틀린 부분을 찾아보세요.
(1) ㄱ.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ㄴ. 어서 오십시요.
   ㄷ. 자리에 앉아 주십시요
(2) ㄱ. 그대는 나의 빛이오, 생명입니다.
   ㄴ. 이분은 부장이오, 저쪽이 상담실입니다.
위 보기 (1)은 ‘-오’를 써야 할 자리에 ‘-요’를 쓴 것이고,
(2)는 ‘-요’를 써야 할 자리에 ‘-오’를 쓴 것입니다.
‘오’와 ‘요’의 문법적 차이는,
‘오’는 홀소리로 끝나는 줄기에 붙어, ‘하오’ 할 상대에게 의문·명령·설명을 나타내는 맺음말이고,
‘요’는 ‘이다’·‘아니다’의 줄기에 붙어, 사물이나 사실을 나열할 때에 쓰이는 연결형어미입니다.

어렵죠?
문법적인 내용은 다 잊어버리고 쉽게 가시죠.
‘셔요, 세요, 까요’ 이 세 가지에만 ‘요’를 쓰고 나머지는 다 ‘오’를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쉽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십시오.

오늘도 보람찬 하루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9021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4552
976 [2011/12/01] 우리말) 물때썰때 머니북 2011-12-01 3761
975 [2017/06/05] 우리말) 답 그리고 정답 머니북 2017-06-05 3761
974 [2009/04/21] 우리말) 밥힘과 밥심 id: moneyplan 2009-04-24 3762
973 [2011/07/04] 우리말) 설뚱하다 머니북 2011-07-04 3762
972 [2007/06/12] 우리말) 산통을 깨다 id: moneyplan 2007-06-12 3763
971 [2008/03/26] 우리말) 삐끼와 여리꾼 id: moneyplan 2008-03-26 3763
970 [2011/03/14] 우리말) 해망쩍다 moneybook 2011-03-15 3763
969 [2012/08/21] 우리말) 간식과 새참 머니북 2012-08-21 3763
968 [2013/03/08] 우리말) 감장하다 머니북 2013-03-08 3763
967 [2011/06/07] 우리말) 밴댕이와 벤뎅이 moneybook 2011-06-07 3764
966 [2007/07/04] 우리말) 과반수와 반수 id: moneyplan 2007-07-04 3765
965 [2010/12/16] 우리말) 웃옷 moneybook 2010-12-16 3765
964 [2007/06/25] 우리말) 제 아들이 ㄴㄱ네요 id: moneyplan 2007-06-25 3766
963 [2008/09/02] 우리말) 햇빛과 햇볕 id: moneyplan 2008-09-02 3766
962 [2012/12/31] 우리말) 운김 머니북 2013-01-02 3766
961 [2008/08/20] 우리말) 일의 순서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차례 id: moneyplan 2008-08-20 3767
960 [2007/06/19] 우리말) 다대기가 아니라 다지기입니다 id: moneyplan 2007-06-19 3768
959 [2007/11/29] 우리말) 노털과 노틀 id: moneyplan 2007-11-29 3769
958 [2008/10/13] 우리말) 꼬리와 꽁지 id: moneyplan 2008-10-14 3769
957 [2008/10/17] 우리말) 옴니암니 id: moneyplan 2008-10-17 37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