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5] 우리말) 여덟 시 삼 분

조회 수 3581 추천 수 92 2007.10.25 10:05:11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시는 것처럼 저는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있습니다. 가끔 기억을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분명히 최 기자님과 술 마신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쩝......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면서 이 방에 들어왔는데, 다행히 제 딸내미가 그것을 풀어주네요.
실은 지금 목포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는 딸내미가 보고 싶네요. ^^*

딸 아이는 제 일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아침에 집에서 같이 나섭니다.
어제 아침에 차 속에서 시계를 가리키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습니다.
딸내미가
"팔 시 삼 분"이라고 말하데요.

"음. 점 앞에는 시이고 뒤는 분인데 앞에는 하나, 둘처럼 읽고, 뒤에는 일, 이, 삼으로 읽는단다.
그래서 지금(8:3)은 여덟 시 삼 분[여덜시 삼분]이라고 읽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읽어야 해요? 팔 시 삼 분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읽을 때는 그렇게 읽는단다."
"아빠 그럼 팔 시 세 분이라고 해도 안돼?"
"팔 시 세 분? 아, 여덟 시 삼 분을 그렇게 읽으면 안 되냐고? 안 되지..."
"왜 안되는데요?"
"음... 그건 말이다.... 아빠가 공부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신호등 바꿨다. 빨리 가자."

아침부터 진땀 뺐었습니다. ^^*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 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8243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3797
2336 [2014/04/08] 우리말) 구름다리와 섬다리 머니북 2014-04-08 3132
2335 [2015/05/08] 우리말) 한글 특징 머니북 2015-05-08 3133
2334 [2017/02/14] 우리말) 자글거리다 머니북 2017-02-14 3134
2333 [2017/03/15] 우리말) 꽃보라 머니북 2017-03-15 3134
2332 [2009/08/06] 우리말) 중과 가운데 id: moneyplan 2009-08-06 3137
2331 [2010/12/27] 우리말) 새날이 도래 moneybook 2010-12-27 3137
2330 [2009/06/08] 우리말) 정확과 적확 id: moneyplan 2009-06-08 3139
2329 [2009/06/29] 우리말) 꿰맞추다 id: moneyplan 2009-06-29 3139
2328 [2010/04/28] 우리말) 떨구다와 떨어뜨리다 id: moneyplan 2010-04-28 3140
2327 [2008/03/20] 우리말) 날찍 id: moneyplan 2008-03-20 3141
2326 [2009/02/04] 우리말) 웨하스와 웨이퍼 id: moneyplan 2009-02-04 3142
2325 [2010/06/03] 우리말) 데구루루 moneybook 2010-06-03 3142
2324 [2015/11/04] 우리말) 벗바리 머니북 2015-11-05 3142
2323 [2016/12/28] 우리말) 올 한 해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를 모았습니다. 머니북 2016-12-29 3144
2322 [2010/12/09] 우리말) 미친 존재감 moneybook 2010-12-09 3145
2321 [2012/05/23] 우리말) 덕분에와 때문에 머니북 2012-05-23 3145
2320 [2010/08/18] 우리말) 언어예절 moneybook 2010-08-18 3146
2319 [2010/11/30] 우리말) 구제역 moneybook 2010-11-30 3146
2318 [2015/02/08] 우리말) 리더십과 리더쉽 머니북 2015-02-09 3146
2317 [2009/01/08] 우리말) 정한수와 정화수 id: moneyplan 2009-01-08 3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