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0/25] 우리말) 여덟 시 삼 분

조회 수 4176 추천 수 92 2007.10.25 10:05:11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안녕하세요.

아시는 것처럼 저는 술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있습니다. 가끔 기억을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도 분명히 최 기자님과 술 마신 기억은 있는데 어떻게 집에 들어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쩝......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면서 이 방에 들어왔는데, 다행히 제 딸내미가 그것을 풀어주네요.
실은 지금 목포에 와 있습니다. 그래서 떨어져 있는 딸내미가 보고 싶네요. ^^*

딸 아이는 제 일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아침에 집에서 같이 나섭니다.
어제 아침에 차 속에서 시계를 가리키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습니다.
딸내미가
"팔 시 삼 분"이라고 말하데요.

"음. 점 앞에는 시이고 뒤는 분인데 앞에는 하나, 둘처럼 읽고, 뒤에는 일, 이, 삼으로 읽는단다.
그래서 지금(8:3)은 여덟 시 삼 분[여덜시 삼분]이라고 읽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읽어야 해요? 팔 시 삼 분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읽을 때는 그렇게 읽는단다."
"아빠 그럼 팔 시 세 분이라고 해도 안돼?"
"팔 시 세 분? 아, 여덟 시 삼 분을 그렇게 읽으면 안 되냐고? 안 되지..."
"왜 안되는데요?"
"음... 그건 말이다.... 아빠가 공부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신호등 바꿨다. 빨리 가자."

아침부터 진땀 뺐었습니다. ^^*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 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457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30030
1056 [2017/09/06] 우리말) 달걀과 계란 머니북 2017-09-07 4179
1055 [2009/03/11] 우리말) 노란자와 노른자 id: moneyplan 2009-03-11 4180
1054 [2011/07/08] 우리말) 영금 머니북 2011-07-08 4180
1053 [2012/07/03] 우리말) 천장과 천정(2) 머니북 2012-07-03 4180
1052 [2007/10/17] 우리말) 가풀막지다 id: moneyplan 2007-10-17 4181
1051 [2007/10/29] 우리말) 비거스렁이 id: moneyplan 2007-10-29 4181
1050 [2011/08/24] 우리말) 잘코사니 머니북 2011-08-24 4181
1049 [2017/06/05] 우리말) 답 그리고 정답 머니북 2017-06-05 4181
1048 [2017/08/22] 우리말) 반려견 머니북 2017-08-23 4181
1047 [2017/08/25] 우리말) 자주 틀리는 맞춤법 머니북 2017-08-31 4181
1046 [2012/07/05] 우리말) 오늘도 문제를 냈습니다 머니북 2012-07-05 4182
1045 [2007/03/26] 우리말) 고객관리하라고요? id: moneyplan 2007-03-26 4183
1044 [2008/09/23] 우리말) 일몰보다는 해넘이가... id: moneyplan 2008-09-23 4183
1043 [2008/11/04] 우리말) 사춤 id: moneyplan 2008-11-04 4183
1042 [2009/12/16] 우리말) 개사료와 개밥 id: moneyplan 2009-12-16 4183
1041 [2010/07/07] 우리말) 얼굴2 moneybook 2010-07-07 4183
1040 [2014/08/22] 우리말) 빨간색/빨강색 머니북 2014-08-22 4183
1039 [2008/03/06] 우리말) 양식이 아니라 서식입니다 id: moneyplan 2008-03-06 4184
1038 [2008/09/29] 우리말) 억지 춘향과 억지 춘양 id: moneyplan 2008-09-29 4184
1037 [2008/11/01] 우리말) 잊혀진 계절이 아니라 잊힌 계절 id: moneyplan 2008-11-03 4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