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02] 우리말) 강추위와 强추위

조회 수 3707 추천 수 166 2007.11.02 09:10:55
'강추위'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흔히 '强추위'라고 생각하시는데,
순 우리말에 '강추위'가 있습니다.
이름씨로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뜻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낸 문제의 답은 '구적'입니다.
어제 선물을 보내드렸으니 아마 오늘쯤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은 새벽에 서울에 가야 합니다.
그래서 좀 일찍 일어났습니다. 아무리 바빠도 우리말 편지는 보내고 가야 하기에...^^*

요즘 춥죠?
올 겨울 들어 오늘이 가장 춥지는 않겠죠?

그러나
설사 오늘 아침 기온이 0도가 되더라도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올겨울'에는 1월과 2월도 들어가거든요.
그래서 '이번 겨울'이라고 해야 맞습니다.
이번 겨울 들어 오늘 아침에 가장 춥다고 하면 말이 됩니다.

'강추위'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흔히 '强추위'라고 생각하시는데,
순 우리말에 '강추위'가 있습니다.
이름씨로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으면서 몹시 매운 추위"를 뜻합니다.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 큰사전에는 '강추위'만 올라 있습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강추위'와 함께 '强추위'도 올라 있습니다.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라는 뜻이라네요.

사전이 이렇게 오락가락하면,
강추위는 눈이 오면서 추운 것일까요, 눈이 오지 않으면서 추운 것일까요?

제 생각에는
한글학회 사전이 바른 것 같습니다.
'강'은 "호된" 또는 "심한"의 뜻을 더하는 앞가지(접두사)입니다.
강마르다(물기가 없이 바싹 마르다), 강밭다(몹시 야박하고 인색하다) 따위가 그런 겁니다.
"다른 것이 섞이지 않은"의 뜻을 더하는 앞가지로도 쓰입니다.
강술(안주 없이 마시는 술), 강풀(물에 개지 않은 된풀) 따위가 그런 겁니다.

그나저나
올겨울, 아니 이번 겨울 들어 첫눈은 언제쯤 내릴까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주말 잘 쉬셨나요?
저는 오랜만에 양재 꽃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애와 함께 봄기운을 맘껏 들이키고
간 김에 수선화도 하나 사왔습니다.

난을 선물할 일이 있어서
난 집에 들러서 이것저것 가격을 좀 물어봤습니다.
“이게 얼마죠?”
“10만 원입니다.”
“그럼 이건 얼마죠?”
“그건 15만 원입니다.”
“어! 같아 보이는데 왜 값은 달라요?”
“같다뇨! 틀립니다. 이건 꽃대가 세 개고 이건 다섯 개고...”

어제 꽃집 주인과 나눈 대화입니다.
이것저것 물어보는데도,
꽃집 주인은 꼭 이것과 저것은 ‘틀리다’면서 가격차이의 정당성을 강조하더군요.
그 말이 참 거슬렸어요.
이것과 저것은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
‘틀리다’는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는 뜻이고,
‘다르다’는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꽃집 주인은,
“이 꽃과 저 꽃은 틀립니다.”라고 하면 안 되고,
“이 꽃과 저 꽃은 다릅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오늘 아침에,
소장님께서 저를 찾으시더군요.
잔뜩 긴장하고 소장실에 들어갔더니,
다른 기관에서 이러저러한 연구를 했는데,
제가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시더군요.
그때, 제가 하는 말이,
“예, 이 두 개는 틀립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말이 제 입에서 떠나는 순간,
아!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건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만 이미 말은 제 입을 떠났고...

‘틀리다’와 ‘다르다’의 차이를 알면서도,
곧잘 틀리는 게 바로 이 말입니다.
생각을 좀 하면서 말을 뱉어야 하는데,
그냥 되는대로 뱉다보니... 쩝...

이번 주도 반성으로 시작하는
기분 좋은 한줍니다.

행복하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1257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18122
2336 [2007/02/06] 우리말) 내 사랑 현아 씨! id: moneyplan 2007-02-07 4470
2335 [2007/02/10] 우리말) 모순과 비각 id: moneyplan 2007-02-12 4469
2334 [2007/02/05] 우리말) 충남대학교는 녹록하지 않습니다 id: moneyplan 2007-02-05 4465
2333 [2012/02/20] 우리말) 탕비실은 준비실로 머니북 2012-02-20 4462
2332 [2006/12/23] 우리말) 우리말편지가 책으로 나왔습니다 id: moneyplan 2006-12-26 4460
2331 [2011/05/30] 우리말) '님'의 의존명사와 접사 쓰임 moneybook 2011-05-30 4455
2330 [2011/11/03] 우리말) 찌뿌둥과 찌뿌듯 머니북 2011-11-04 4454
2329 [2008/01/30] 우리말) 좀이 쑤시다 id: moneyplan 2008-01-30 4452
2328 [2007/01/02] 우리말) 담배를 꼭 끊어보겠다는 큰 보짱이 있습니다 id: moneyplan 2007-01-02 4444
2327 [2007/03/28] 우리말) 나리가 이울어갑니다 id: moneyplan 2007-03-28 4440
2326 [2007/01/16] 우리말) 낫잡다/낮잡다 id: moneyplan 2007-01-16 4439
2325 [2016/04/05] 우리말) 대로/데로 머니북 2016-04-05 4434
2324 [2007/01/22] 우리말) 쉼표와 마침표 id: moneyplan 2007-01-22 4434
2323 [2006/10/12] 우리말) 굽실대다 id: moneyplan 2006-10-12 4427
2322 [2011/07/21] 우리말) 아부재기 머니북 2011-07-21 4426
2321 [2017/10/31] 우리말) '세종대왕과 소통' 발표자료 머니북 2017-11-06 4422
2320 [2013/02/21] 우리말) 걷어붙이다 머니북 2013-02-21 4422
2319 [2011/11/08] 우리말) 한때와 한 때 머니북 2011-11-08 4415
2318 [2007/02/07] 우리말) 애호박/늙은 호박 id: moneyplan 2007-02-07 4415
2317 [2013/05/21] 우리말) 빨빨거리다 머니북 2013-05-21 4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