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5] 우리말) 비리와 비위

조회 수 3520 추천 수 70 2007.11.15 09:29:05
비리(非理)는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입니다. 사회의 비리를 파헤쳐야죠.
비위(非違)는 "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문제 답은 '방망이'입니다.
편지 끝에서 살짝 뚱겨드렸었는데... 눈치채셨었죠? ^^*

방방이에는
두드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어떤 일에 대하여 필요하고 참고될 만한 사항을 간추려 적은 책"이라는 뜻과,
"시험을 치를 때에 부정행위를 하고자 글씨를 잘게 쓴 작은 종이쪽지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제 귀나 눈을 의심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국가 세금을 관리해야 할 국세청장이 뇌물을 받고......
유공자 업무를 보는 보훈처 차장이 유공자로 거짓 등록하고......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검찰이 떡값을 받았다고 하고......

제 할 일 다 안 하고 노는 공무원도 문제지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짓을 하고 다니는 공무원들도 큰 문제입니다.
세금으로 월급받으면서 그런 짓을 하면 백성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할까요?
어느 그늘에 들어가야 비를 피할 수 있죠?

이런 못된 공무원들이 뉴스에 나올 때면 '비리 공무원'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아닙니다. '비리 공무원'이 아니라 '비위 공무원'입니다.

비리(非理)는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입니다. 사회의 비리를 파헤쳐야죠.
비위(非違)는 "법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뇌물 받은 국세청장과
유공자로 거짓 등록한 보훈처 차장은
공무원으로서의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했을 뿐만 아니라,
법을 어긴 겁니다.

공무원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비리' 공무원이지만,
돈 받고 일을 봐 주는 공무원은 공무원의 도리를 떠나 뇌물을 받았으니 당연히 '비위' 공무원이 맞습니다.

삐딱선을 좀 타 볼까요?
'도리'는 "사람이 어떤 위치에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바른길"입니다.
그렇다면,
뇌물 받은 국세청장을 '비리 공무원'이라고 하면,
뇌물 받은 게 바른 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죄도 아니라는 말이 됩니다.
그런가요?
돈 받은 국세청장에게 할 일을 다 하지 못했다고 욕만 하고, 벌을 줄 수는 없는 건가요?
그래요?

아닙니다.
돈을 받은 국세청장은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 '비위'를 저지른 겁니다.
죄를 지은 거고,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슬슬 열을 받네요. 쩝...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바람 불고, 바람 맞고, 바람피우고... 그런 걸 바란 게 아닌데... ]

날씨가 끄물끄물하네요.

요즘 농사철이다 보니 자주 편지를 못 드립니다.
남들이 부지런하게 일할 때 저는 옆에서 바지런이라도 떨어야 월급 받죠

지난주에는 서산에 다녀왔습니다.
서산 간척지 논에서 일을 좀 했는데요.
바람 참 많이 불더군요.
더군다나 꽃샘추위에...
오늘은 그 ‘바람’ 이야기입니다.

‘바람’에는 뜻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가장 잘 아는 뜻은,
“기압의 변화로 일어나거나 기구 따위로 일으키는 공기의 움직임”이죠.

다른 뜻으로,
맞고 싶지 않은 바람은,
“남에게 속다. 허탕을 치다.”라는 뜻의 바람이고,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배우자 몰래 다른 사람과 거시기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바람이고,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도 바람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바람’입니다.
흔히들 ‘바램’이라고 하시는데 이건 ‘바람’을 잘못 쓰신 겁니다.

우리가 ‘바람’을 ‘바램’이라고 쓰는 데는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노사연이 부른 ‘만남’이라는 노래에 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잊기엔 너무한 나의 운명~~~”
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너무나 많이 부르는 노래다보니
국민의 입에 아예 익어버렸어요.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제 생각에는 여기서부터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바램’이 아니라 ‘우리의 바람’인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라다’에서 온 ‘바람’이지 ‘바램’이 아닙니다.
‘자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어서 ‘자람’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라다’에 명사를 만드는 ‘-(으)ㅁ’이 붙으면 ‘바람’이 됩니다.
‘자라다’와 ‘-았-’이 결합하면 ‘자랐다’가 되는 것처럼
‘바라다’에 ‘-았-’이 결합하면 ‘바랐다’가 되는 거죠.

조금은 익숙하지 않으실 수 있지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바램’이 아니고 ‘바람’입니다.

참고로,
‘바램’은 ‘바래다’의 명사형으로,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는 뜻입니다.
빛 바랜 편지/색이 바래다/종이가 누렇게 바래다처럼 씁니다.

우리 국민 모두,
아니 제가 아는 사람만이라도
우리말을 바로 쓰는 걸 보는 게 바로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오늘도 즐겁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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