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9] 우리말) 보람

조회 수 3302 추천 수 80 2007.11.19 09:20:16
책을 읽다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을 두고
책갈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입니다.
그 책장과 책장 사이, 곧 책갈피에 은행 잎이나 단풍잎을 끼워 놓을 수 있지만,
끼워진 그것은 책갈피가 아니라 갈피표입니다.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올 들어 가장 춥죠?
아니요.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것 같습니다. ^^*

오늘 아침 7시 46분 MBC 뉴스 끝머리에 "많이 춥죠?"라고 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에는 '많이'를 쓰지 않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오늘 아침,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추운 겁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없더군요.
예쁜 녀석 몇 개 골라 책에다 꽂아두려고 했는데...

흔히,
책을 읽다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을 두고
책갈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입니다.
그 책장과 책장 사이, 곧 책갈피에 은행 잎이나 단풍잎을 끼워 놓을 수 있지만,
끼워진 그것은 책갈피가 아니라 갈피표입니다.

갈피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가 그 갈피죠.
다른 하나는,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으로
일의 갈피를 못 잡다, 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씁니다.

갈피표를 보람이라고도 합니다.
보람에는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뜻도 있지만,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로 갈피표죠.

연말에는 내년 수첩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첩에 보면 쓰던 곳을 알 수 있게 박아 넣은 줄이 있습니다.
그 줄은 '보람줄'입니다.

저는 꾸준히 우리말 문제를 내서 여러분께 갈피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그 갈피표를 여러분이 '보람(갈피표)'으로 쓰시는 게 곧 제 '보람(기쁨)'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금실 좋은 부부]

어제는 해남에서 오신 손님과 곡차를 한 잔 했습니다.
한 10년 정도 차이 나는 선배님인데,
가족간의 사랑과 화목을 강조하시더군요.
그러면서 부부간의 사랑을 많이 이야기하셨습니다.

오늘은 그 부부간의 사랑에 대해서 좀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 어린 제가 사랑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좀 거시기하고,
저는 그저...

흔히 부부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금실 좋은 부부’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금실 하면,
금으로 된 실(金絲)을 연상하시는 분이 계시는데,
금실은 금으로 된 실이 아니라,
‘금슬(琴瑟)’에서 나온 한자어입니다.
거문고 금, 비파 슬이죠.
거문고와 비파처럼 잘 어울려 궁합이 딱 맞는 부부를 말합니다.

현행 맞춤법상
‘琴瑟’이 거문고와 비파 자체일 때는 ‘금슬’,
부부간의 사랑은 ‘금실’로 씁니다.

우리글에서,
‘ㅅ, ㅈ, ㅊ’ 다음에 오는 ‘ㅡ’는 ‘ㅣ’로 쉽게 변합니다.
‘금슬’ 대신 ‘금실’을 표준말로 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러분도 금실 좋은 부부시죠?
오늘은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면서
장미꽃 한 송이라도...

오늘도 날씨가 참 좋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049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589
2216 [2008/05/15]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8-05-15 3304
2215 [2009/03/05] 우리말) 임과 님 id: moneyplan 2009-03-05 3304
2214 [2010/01/28] 우리말) 빈손으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일 id: moneyplan 2010-01-28 3304
2213 [2010/06/14] 우리말) 소개 moneybook 2010-06-14 3304
2212 [2010/09/14] 우리말) 머드러기와 도사리 moneybook 2010-09-14 3304
2211 [2016/04/14] 우리말) 수도가 -> 수돗가 머니북 2016-04-16 3304
2210 [2017/02/13] 우리말) 화가 나면? 머니북 2017-02-13 3304
2209 [2015/09/25] 우리말) 추석과 한가위 머니북 2015-09-30 3305
2208 [2016/05/02] 우리말) 토끼풀과 클로버 머니북 2016-05-02 3305
2207 [2008/04/10] 우리말) 곰바지런한 국회의원 id: moneyplan 2008-04-10 3306
2206 [2008/08/12] 우리말) 올림픽 선수 이름 로마자 쓰기 id: moneyplan 2008-08-13 3306
2205 [2010/03/30] 우리말) 철들다 id: moneyplan 2010-03-30 3306
2204 [2013/05/28] 우리말) 민들레 2 머니북 2013-05-28 3306
2203 [2010/10/04]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moneybook 2010-10-04 3307
2202 [2011/01/07] 우리말) 책 소개(우리 삶에 가장 소중한...) moneybook 2011-01-07 3307
2201 [2014/05/29] 우리말) 연필깎기 머니북 2014-05-29 3307
2200 [2015/12/16] 우리말) 손이 시리다 머니북 2015-12-16 3307
2199 [2010/05/03] 우리말) 가축 id: moneyplan 2010-05-03 3308
2198 [2007/10/31] 우리말) 가시버시 id: moneyplan 2007-10-31 3309
2197 [2008/07/02] 우리말) 하이브리드 id: moneyplan 2008-07-02 3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