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7] 우리말) 괴팍한 성질

조회 수 5964 추천 수 101 2007.11.27 10:54:06
흔히,
어딘가에 편하게 누운 것을 보고 들어눕다나 드러눕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것을 갈라보죠.
어떤 게 맞을까요?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 기분 참 좋죠?
여수가 마침내 2012년 세계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되었습니다.
참으로 반갑고 기쁜 소식입니다. ^^*

이 기분이 오늘도 죽 이어지길 빕니다.

살다 보면 두 사람의 싸움을 말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이쪽과 저쪽의 뜻을 잘 버무려 서로 조금씩 양보하게 하면 좋죠.
그러나 성격이 좀 괴팍한 사람들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어제 제가 그런 일을 겪었습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데...

"붙임성이 없이 까다롭고 별나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는 '괴팍'입니다.
이 괴팍은 乖愎에서 왔습니다.
어그러질 괴(乖) 자와 괴퍅할 퍅(愎) 자입니다.
괴팍이 아니라 괴퍅인거죠.

표준어 규정 제2장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규정, 제2절 모음 제10항에 보면,
다음 단어는 모음이 단순화한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
괴팍은 괴팍으로,
미류나무는 미루나무로,
으례는 으레로,
켸켸묵다는 케케묵다로,
허위대는 허우대로 쓰는 게 바릅니다.
본래는 거듭홀소리(이중모음)였으나 사람들이 홑홀소리(단모음)으로 쓰니 표준어를 바꾼 겁니다.

그러나
"성격이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의 그림씨 강퍅은 강팍으로 바꾸지 않았습니다.
굳셀 강(剛) 자와 괴퍅할 퍅(愎) 자를 쓰니,
괴퍅을 괴팍으로 바꾸듯이 강퍅을 강팍으로 바꿔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성질이 엉큼하면서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의 암퍅(暗愎)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교만하고 독살스럽다."는 뜻의 오퍅(傲愎)도 그대로 오퍅이 표준어입니다.

퍅성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너그럽지 못하고 까다로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의 뜻의 이름씨입니다.

한자를 가지고 이렇게 줏대 없이 노는 표준어 규정을 보면,
퍅성이 절로 납니다.
그렇지 않나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런 칠칠맞은 녀석아!”]

봄비가 내리네요.
다음 주 월요일에 논에서 중요한 일이 있는데,
비가 오니 걱정이네요. 지금이라도 그치면 좋으련만...

오늘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쉬는 토요일입니다.
덕분에 늘어지게 늦잠자다 11시 쯤 사무실에 나왔죠.

버스를 기다리면서 신문을 읽고 있는데,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도로에 고인 물에서 발장난을 치고 있더군요.
이를 본 꼬마의 엄마가,
“이런 칠칠맞은 녀석아, 그게 뭐냐? 옷 다 버렸잖아!”
라고 꾸중을 하더군요.
당연한 듯 그 꼬마는 들은 척도 안 하고 계속 발장난을 즐겼지만...

오늘은,
‘칠칠맞다’ 이야기 좀 해 볼게요.
본래 ‘칠칠맞다’는 ‘않다’, ‘못하다’ 따위와 함께 쓰여서,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를 때 씁니다.

‘칠칠하다’는 형용사로,
“일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하다”,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라는 좋은 의밉니다.
‘검고 칠칠한 머리/숲은 세월이 흐를수록 칠칠하고 무성해졌다.’처럼 쓰죠.

따라서,
품행이나 옷차림, 행동거지 등이 깨끗하거나 얌전하지 않을 때는,
“이런 칠칠맞지 못한 녀석아!”라고 말해야 합니다.
‘칠칠맞다’고 야단을 치는 게 아니라,
‘칠칠맞지 못하다’고 야단을 치는 게 정확하기 때문이죠.

즉,
‘칠칠하다’를 부정의 뜻으로 쓸 때는,
‘칠칠찮다’, ‘칠칠하지 못하다’와 같이 써야 합니다.
그래야 말하려는 의도를 정확하게 표현한 겁니다.

여러분은,
칠칠한 사람이 좋아요,
칠칠하지 않은 사람이 좋아요?

당연히,
일처리가 민첩하고 정확한,
칠칠한 사람이 좋겠죠?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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