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9] 우리말) 노털과 노틀

조회 수 7215 추천 수 87 2007.11.29 10:41:46
여기서 궁금한 점.
중국어에서 왔기에 중국어 소리에 가깝게 [라오터울]이나 [로털]이 표준어일 것 같은데,
왜 중국 소리와 거리가 먼 '노틀'이 표준어죠?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무척 포근할 거라네요.

저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저보다 어린 사람과는 젊음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제 또래와는 고민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고,
어르신과는 삶의 노련함을 배울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어르신과 함께합니다. ^^*

나이드신 분을 흔히 노털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노인[老]을 떠올려서 머리[털]가 하얗게 되신 분을 그렇게 부르나 봅니다.

그러나 노털은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우리가 많이 쓰는데도 사전에 없는 낱말입니다. 왜 그럴까요?

표준말은 노털이 아니라 노틀입니다.
그리고 이 낱말은 노인의 몸에 난 털을 떠올려서 만든 게 아니라
중국어 老頭兒[laotour]에서 온 말로 "늙은 남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老頭兒'는 '노인(老人)'을 뜻하는 '老頭'에 끝가지 '兒'가 덧붙은 꼴입니다.
소리는 [라오터울]정도로 납니다.

여기서 궁금한 점.
중국어에서 왔기에 중국어 소리에 가깝게 [라오터울]이나 [로털]이 표준어일 것 같은데,
왜 중국 소리와 거리가 먼 '노틀'이 표준어죠?

오늘 편지는
어르신을 속되게 이르는 낱말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노털이 표준어가 아니라 노틀이 표준어라는 것을 말씀드린 겁니다.
저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저 꽃 진짜 이쁘다!]

요즘 날씨 참 좋죠?
점심 먹고 잠시 짬을 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면
저처럼 온몸으로 봄을 맞이 하고 싶어하는 분들과 자주 만납니다.
가까이 가서 꽃도 보고, 향기도 맡아보고...

이것저것 꽃 구경하면서 조용히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게 됩니다.
“야, 야, 야! 저 꽃 봐봐, 진짜 이쁘지!”
“응. 그러네, 너무 이쁘다.”
“저 개나리는 색이 진짜 찐하다. 그치?”
“맞아 맞아, 진짜 진짜 찐하다!”

눈은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기뻐하는데,
제 귀는 무척 힘들어하더군요.

‘진짜’는 물건이 본디의 참것임을 뜻하는 명사로,
‘가짜’의 반대말입니다.

‘진짜’라는 말 대신에 ‘참, 정말, 꽤, 무척’이라는 멋진 말도 있습니다.
‘참’은 사실이나 하는 일이 이치에 맞음을 뜻하는 명사이면서,
‘정말, 과연, 아주’라는 뜻이 있는 부사입니다.

‘정말’은 거짓이 없는 말임을 뜻하는 명사이면서,
‘과연, 틀림없이’라는 뜻이 있는 부사입니다.

아무 때나 ‘진짜’라는 말만 써서 우리말의 품위를 떨어뜨리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참, 정말, 꽤, 무척’ 같은 우리말을 골라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야, 야, 야! 저 꽃 봐봐, 진짜 이쁘지!”
“야, 야, 야! 저 꽃 봐봐, 참 예쁘지!”

“응. 그러네, 너무 이쁘다.”
“응. 그러네, 참 곱다.”

“저 개나리는 색이 진짜 찐하다. 그치?”
“저 개나리는 색이 무척(또는 꽤) 진하다. 그렇지?”

“맞아 맞아, 진짜 진짜 찐하다!”
“맞아, 참 진하고 곱다!”

위에 있는 문장과 아래 있는 문장 중
어떤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아래에 있는 문장이 더 좋은데......

날씨가 참 좋네요.
오늘도 많이 웃는 행복한 하루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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