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30] 우리말) 반거들충이

조회 수 3866 추천 수 158 2007.11.30 09:04:42
'반거들충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을 뜻하죠.
게으른 놈은 언제나 반거들충이 밖에 안 된다처럼 씁니다.


안녕하세요.

벌써 금요일입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시간만 흘러가네요.
다음 주는 12월이고... 왠지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해 놓은 일이 없어서...

'반거들충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무엇을 배우다가 중도에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을 뜻하죠.
게으른 놈은 언제나 반거들충이 밖에 안 된다처럼 씁니다.

제가 그런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서 일하다 잠시 이곳으로 와서 일 좀 배운다는 게 벌써 2년입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하는데...
이곳 일에 재미를 붙여 한두 해 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서 돌아가면 연구 감각이 많이 떨어진텐데...
반거들충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모도리'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빈틈없이 아주 여무진 사람", "조금도 빈틈없이 썩 모이게 생긴 사람."입니다.
그는 아주 당찬 모도리여서 남에게 사기당하지는 않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제가
모도리는 못되더라도 반거들충이는 되지 않아야 하는데...
11월의 마지막, 곧 한 해의 마지막 달을 맞으려니 괜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러면서 나이가 드는 거겠죠? 쩝...^^*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라면이 불기 전에 빨리 먹자!]

저는 요즘 아내가 없어서 끼니를 다 밖에서 해결하는데요.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친구와 같이 라면을 사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더군요.

라면이 나오는 동안 저는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읽던 것은 마저 읽어야 하기에,
라면이 나온 후에도 잠시 동안 신문을 읽고 있었습니다.
젓가락은 손에 들고...

이를 본 친구가,
“야, 라면 다 불기 전에 빨리 먹자. 곧 2인분 되겠다. ”라고 하더군요.
그렇죠. 라면은 불으면 맛이 없잖아요.
라면이 불어 2인분이 되기 전에
신문을 집어치운 친구가 고맙기도 하지만,
그래도 틀린 말을 고쳐야죠.

“라면 다 불기 전에 빨리 먹자.”가 아니라,
“라면 다 붇기 전에 빨리 먹자.”가 맞습니다.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라는 뜻의 낱말은,
‘불다’가 아니라, ‘붇다’가 그 원형입니다.

또,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라는 뜻도 있죠.
‘개울물이 붇다/체중이 붇다/식욕이 왕성하여 몸이 많이 불었다.’처럼 써야 합니다.
개울물이 불다/체중이 불다 가 아닙니다.

헷갈리죠?
‘체중이 붇다’에서는 ‘붇’을 쓰고,
‘몸이 많이 불었다’에서는 ‘불’을 쓰니...

우리 한글에는 ㄷ 불규칙 활용이라는 게 있습니다.
ㄷ 불규칙 활용은
어간 끝소리 ‘ㄷ’이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ㄹ’ 받침으로 소리 나고,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할 때에는 그대로 ‘ㄷ’ 받침으로 소리 납니다.
즉, ㅇ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ㄹ’로 소리나고,
그 외 자음 앞에서는 ‘ㄷ’으로 소리납니다.

따라서 ‘걷다’는
‘걷고, 걷는, 걸어서, 걸으면’ 따위로 씁니다.

“샘 따위에서 물을 떠내다”라는 뜻이 있는 ‘긷다’도
‘길어, 길으면, 길어서, 길으니, 긷고’처럼 활용합니다.

‘ㄷ 불규칙 용언’은 이 밖에도
‘깨닫다, 듣다, 묻다, 일컫다’ 따위가 있습니다.

라면의 부피가 커지는 ‘붇다’도,
‘불어, 불으니, 불으면’처럼 써야 합니다.

요즘 저도 체중이 좀 불었습니다.
몸이 붇기 전에는 몰랐는데, 불으니 좀 무겁네요.

오늘 저는 못자리하러 갑니다.
올 한 해 농사 잘되도록 빌어 주세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2019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25721
2316 [2007/11/08] 우리말) 영어 교육 id: moneyplan 2007-11-08 3728
2315 [2007/11/09] 우리말) 두껍다와 두텁다 id: moneyplan 2007-11-09 3639
2314 [2007/11/10] 우리말) 베스트 셀러 id: moneyplan 2007-11-12 3628
2313 [2007/11/12] 우리말) 꽃내음 풀내음 id: moneyplan 2007-11-12 3690
2312 [2007/11/13] 우리말) 알밤(문제를 냈습니다 ^^*) id: moneyplan 2007-11-13 3297
2311 [2007/11/14] 우리말) 커닝 종이쪽지 id: moneyplan 2007-11-14 3427
2310 [2007/11/15] 우리말) 비리와 비위 id: moneyplan 2007-11-15 3648
2309 [2007/11/16] 우리말) 에두르다 id: moneyplan 2007-11-17 3929
2308 [2007/11/19] 우리말) 보람 id: moneyplan 2007-11-19 3311
2307 [2007/11/20] 우리말) 낙엽은 진 잎으로... id: moneyplan 2007-11-20 3570
2306 [2007/11/21] 우리말) 편지에서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7-11-21 3552
2305 [2007/11/22] 우리말) 날떠퀴 id: moneyplan 2007-11-22 4006
2304 [2007/11/23] 우리말) 빗밑이 재다 id: moneyplan 2007-11-23 4003
2303 [2007/11/26] 우리말) 드러눕다 id: moneyplan 2007-11-26 3602
2302 [2007/11/27] 우리말) 괴팍한 성질 id: moneyplan 2007-11-27 3533
2301 [2007/11/28]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7-11-28 3507
2300 [2007/11/29] 우리말) 노털과 노틀 id: moneyplan 2007-11-29 3854
» [2007/11/30] 우리말) 반거들충이 id: moneyplan 2007-11-30 3866
2298 [2007/12/01] 우리말) 날아놓다 id: moneyplan 2007-12-01 3667
2297 [2007/12/03] 우리말) 엘레지 id: moneyplan 2007-12-03 3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