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리는 말씀은 그냥 웃자고 드리는 겁니다.
그렇다고 사전에 없는 낱말은 아니고...
사전을 찾아보거나 뒤져보면 다 나옵니다. ^^*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무척 춥네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어제는 애들과 함께 이천 누나 집에 다녀왔습니다.
가는 길에 아들 녀석이 "아빠, 쉬 마려워요."라고 하기에,
"조금만 참아라, 고모 집에 가서 누자..."라고 다독였죠.
집에 가자마자 마당에 오줌을 누더군요. ^^*
어제 본 아들 녀석 고추를 떠올리니 생각나는 게 있네요. ^^*
엘레지가 뭔지 아시죠?
엘레지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두 가지 뜻이 나옵니다.
먼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슬픈 노래라는 뜻이 있습니다.
이 엘레지는 프랑스말(lgie, elegy)에서 왔다고 합니다.
"슬픔을 노래한 악곡이나 가곡."이라는 뜻입니다.
원래는 "슬픔의 시, 죽은 이에 대한 애도의 시"를 뜻하였으나
18세기경부터 슬픔을 나타내는 악곡의 표제로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가수 이미자 씨를 엘레지의 여왕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슬픈 노래를 자주 불러서 그런 별명이 붙었나 봅니다.
우리말큰사전에서는 비가, 만가, 애가로 풀어놨네요.
다른 뜻으로
구신(狗腎)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한방에서 개의 거시기를 이르는 말입니다.
정리하면,
엘레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프랑스말에서 온 외래어로는 슬픈 노래라는 뜻이 있고,
순 우리말로는 개의 거시기라는 뜻이 있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죠?
그렇지만 누군가 해운대 엘레지나 황혼의 엘레지를 부르면 저는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든답니다.
해운대에 돌아다니는 개와 가을에 쓸쓸히 가랑잎을 밟는 개를 떠올립니다.
제가 이상한가요? ^^*
고맙습니다.
이번 주도 많이 웃으시길 빕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르다/빠르다]
날씨가 참 좋네요.
저는 오늘 논에 이삭거름 주러 갑니다.
패암이 잘 되길 빌어주세요.
오늘은,
어제 제가 친구와 통화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친구 : 오랜만이네, 부탁이 있어서... 모 잡지사에 낼 원고인데 좀 봐주게...
제훈 : 그럴게. 지금 전자우편으로 보내다오.
친구 : 이미 보냈어. 좀 바쁜데, 언제까지 봐 줄 수 있어?
제훈 :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
친구 : 좋아.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저는 이 짧은 통화를 하면서 제 입을 몇 번 때렸습니다.
‘빨라야’가 아니라 ‘일러야’인데...
오늘은 ‘빠르다’와 ‘이르다’의 차이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라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다, 약효가 빠르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올해는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공연이 시작되기에는 시간이 일러서인지 온 사람이 아무도 없다.’처럼 씁니다.
제가 어제 전화하면서 제 입을 때린 이유는,
“요즘 나도 좀 바빠서... 일러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어야 했는데,
“요즘 나도 좀 바빠서... 빨라야 다음 주 초쯤 될 것 같은데...”라고 말했으니...
이미 제 입을 떠난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는 없고,
그저 제 입을 때리는 수밖에...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
경제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것도,
경제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옳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참 맑고 화창하네요.
그래도 반소매만 입기는 좀 이르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보태기)
패암 : 곡식의 이삭이 패어 나오는 일. 또는 그 이삭. 보리의 패암이 잘되었다. 벼의 패암이 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