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07] 우리말) 여투다와 모투다

조회 수 4169 추천 수 67 2007.12.07 10:35:53
정리하면,
여투다와 모투저기다는 '저축'이라는 뜻이고,
모투다는 사투리로 뭔가를 그냥 모으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오후 4시 42분에 MBC라디오에서 진행자가 '쌔비다'는 낱말을 썼습니다.
그것도 일 분 사이에 세 번이나...
왜 방송위원회 같은 곳에서는 간접광고만 나무라고 엉터리 말을 쓰는 것은 나무라지 않죠?

남 탓 하지 않고 제 이야기나 하렵니다.
남들도 이렇게 바쁘게 사나 모르겠습니다.
어제 새벽 1시 넘어 집에 들어갔다가 7시에 다시 나오고,(술 퍼먹고 그런 게 아니라 일하다가 ^^*)
오늘 새벽 1시에 잠시 집에 들어왔다가 지금 6시에 대전으로 출장가고...
대전에서 9시부터 12시까지 회의하고 곧바로 수원으로 올라가서 오후 2시부터 회의...
6시에 대천으로 출장...

몇 푼 되지도 않은 월급 받아 이렇게 길바닥에 깔고 다니니 언제 돈 모을지...
그래도 아직 젊고 해야 할 일이 있기에 힘든지 모르고 돈 드는지 모르고 이렇게 돌아다니긴 하지만...

우리말에 '여투다'는 이름씨가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 쓰고 나머지를 모아 두다"는 뜻으로 '저축'과 같은 말입니다.

'조리차'라는 낱말(이름씨)도 있습니다.
"알뜰하게 아껴 쓰는 일"을 뜻해,
조리차를 하면서도 집을 장만했다처럼 씁니다.

저는 조리차도 못하고 여투지도 못하는데... 걱정입니다.

'모투다'는 낱말을 하세요? 아니, 그런 말을 쓰세요?
쓰신다면 모으다는 뜻으로 쓰실 텐데,
국립국어원에서는 전남 지방의 사투리로 보고 있고,
한글학회에서는 모으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사전에 올렸습니다.
'모투다'는 표준어이건 아니건 그 뜻은 "모으다"입니다.
'여투다'와는 뜻이 조금 다릅니다.

'모투저기다'는 움직씨도 있습니다.
"돈이나 물건을 아껴서 조금씩 모으다."는 뜻으로 여투다와 거의 같은 뜻입니다.
모투저긴 돈은 함부로 쓸 수 없다처럼 씁니다.

정리하면,
여투다와 모투저기다는 '저축'이라는 뜻이고,
모투다는 사투리로 뭔가를 그냥 모으다는 뜻입니다.

글을 쓰는 저도 헷갈리네요.

그나저나 눈이 많이 내렸을 텐데 어떻게 운전하고 대전까지 갈지 걱정이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겹말]

오늘도 날씨가 참 좋다네요.
말 그대로 화창한 봄날씹니다.

오늘은 겹말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 볼게요.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로
‘처(妻)의 집’을 뜻하는 ‘처가(妻家)’에 다시 ‘집’을 붙인 ‘처갓집’,
‘오래 묵은 나무’를 뜻하는 ‘고목(古木)’에 ‘나무’를 붙여서 ‘고목나무’라고 하는 것 따윕니다.
역전앞도 마찬가지죠.

이런 겹말은 될 수 있으면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몇 가지 보기를 들어보죠.
판이하게 다르다 >> 판이(判異 )가 비교 대상의 성질이나 모양, 상태 따위가 아주 다르다는 뜻이므로, 뒤에 다르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그냥 ‘판이하다’고 하면 됩니다.
결실을 맺다 >> 결실(結實)은 식물이 열매를 맺거나 맺은 열매가 여물다는 뜻이므로 뒤에 ‘맺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피해를 입다 >> 피해(被害)는 생명이나 신체, 재산, 명예 따위에 손해를 보다라는 뜻이므로, 뒤에 ‘입다’를 붙이면 안 됩니다.
남은 여생 >> 여생(餘生)이 남은 생이므로, 앞에 ‘남은’을 붙이면 안 됩니다.
과반수가 넘는 >> 과반수(過半數)에 이미 반을 넘다는 뜻이 들어 있으므로, 뒤에 ‘넘는’을 붙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다 >> 형언(形言)은 형용해 말하다는 뜻이므로 앞에 ‘말’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옥상 위에 >> 옥상(屋上)이 지붕 위라는 뜻이므로 뒤에 ‘위에’를 붙이시면 안 됩니다. 더군다나 옥상은 일본에서 온 말입니다.
사전에 예방하다 >> 예방(豫防)이 미리 대처하여 막는 일이므로, 앞에 ‘사전’을 붙이실 필요가 없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 요약(要約)이 요점을 잡아 간추린다는 뜻이므로, ‘간단히’를 붙이면 안 됩니다.

이 밖에도,
계약을 맺다, 따뜻한 온정 따위도 모두 겹말입니다.

앞에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렇게 써서는 안 되는 겹말은 모두 한자어입니다.
어쭙잖게 한자를 섞어 쓰려고 하다 보니 말이 겹치게 된 겁니다.
그냥 쉬운 우리말로 쓰면 될걸......

그러나 언어가 살아있다 보니,
사람들이 자주 쓰면 어느덧 표준어가 되고,
사전에도 실립니다.
처갓집, 고목나무, 단발머리 따위는 겹말이지만,
관용으로 허용하여, 국어사전에 올림말로 올라있습니다.
쩝...

그렇지만,
누가 뭐래도,
간결하고 명료한 글이 설득력이 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저는 오늘 청주에 갑니다.
이 좋은 날씨에 봄나들이 가는 기분으로 잘 다녀오겠습니다.

오늘은 시간 나시면 하늘 한 번 쳐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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