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10] 우리말) 나침판과 나침반

조회 수 7952 추천 수 88 2007.12.10 10:02:47
자침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써서 만든,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를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소리도 '나침반'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나침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나침판도 표준어에 넣었습니다.
지금은 나침반과 나침판 모두 표준어입니다.



안녕하세요.

서해바다가 걱정이네요.

요즘 고등학교 3학년의 고민이 많을 겁니다.
교육은 백 년 앞을 내다봐야 한다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고,
죄없이 흔들여야 하는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뭐가 뭔지 보이는 게 없어 지금은 바잡을 수밖에 없지만,
(바잡다 : 조마조마하고 두렵고 염려스럽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자글대고 있을 수만도 없습니다.
(자글대다 : 걱정스럽거나 조바심이 나거나 못마땅하여 마음을 졸이다.)

어떤 대학을 갈 것인가 보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더 크게 생각하며 앞날을 설계하길 바랄 뿐입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나침반을 써서 방향을 찾습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여러분의 나침반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말씀 많이 듣고 바른 결정 내리길 빕니다.

자침이 남북을 가리키는 특성을 써서 만든,
"항공, 항해 따위에 쓰는 지리적인 방향 지시 계기"를 '나침반'이라고 합니다.
소리도 '나침반'입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나침판'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1998년에 사전을 만들면서 나침판도 표준어에 넣었습니다.
지금은 나침반과 나침판 모두 표준어입니다.
다만, 나침반은 羅針盤이지만 나침판은 羅針板이 아닌 그냥 '羅針판'입니다.

우리말에서 "판판하고 넓게 켠 나뭇조각"을 판자(板子)라고 합니다.
널빤지라는 우리말을 쓰면 좋겠지만, 많은 이들이 판자라고 합니다.
이것을 떠올리셔서 넓은 것은 다 '판'을 쓴다고 생각하셔서 나침판이라고 하시나 봅니다.

여러분 운전하세요?
차를 운전할 때 운전석 앞에 차의 상태를 알려주는 눈금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걸 뭐라고 하세요?
계기판? 계기반?

그건 계기반(計器盤)이 맞습니다.
밑받침 반(盤) 자를 써서 "계량기에 눈금이나 문자나 숫자가 들어 있는 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계기판이라고 하지 계기반이라고는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라 국립국어원에서는 계기판(計器板)과 계기반을 모두 표준어로 받아들였습니다.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좀더 나갈까요?
계기판을 영어로 dashboard[대시보드]나 dash panel[대시 패널]이라고 합니다.
dash는 물 따위가 튀기다는 뜻입니다. 바퀴 뒤에 있는 흙받이가 dash입니다.
따라서 dashboard는 흙받이 판 정도 되겠죠. 말 뿌리가 그렇다는 뜻입니다. ^^*

이제 계기반과 dashboard를 합쳐서 일본말로 읽어볼게요.
일본어로 보면 dash를 ダッシュ[닷슈]로 쓰고 계기반의 盤을 ばん[방]이라 쓰고 읽습니다.
한꺼번에 읽어보면 [닷슈방] 정도 됩니다.
다시 보면,
dash[대시]를 [다시]로 읽고 盤을 ばん[방]이라 읽으면 '다시방'이 됩니다.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지만
제 생각에 다시방이 이렇게 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뿌리는 아닌 것 같죠?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의 진로를 이야기하면서 나침반을 꺼냈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

아무쪼록 많이 고민하고 깊게 고민하시길 빕니다.
고민을 많이 하면 하는 동안은 힘들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됩니다. ^^*

지금보니 서해바다에서 문제를 일으킨 배도 나침반 문제였나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차돌배기? 차돌바기? 차돌박이? 차돌빼기?]

다행스럽게도 산불이 잡혀가네요.
타들어가는 나무를 보면 제 마음도 타들어 갑니다.

어제는 청주로 봄나들이(?)를 다녀온 그 탄력으로,
강남에 진출해서 목을 좀 축였습니다.
한 고깃집에서 차돌박이를 시켜놓고 투명한 액체와 씨름을 좀 했죠.

오늘은 그 차돌박이 이야깁니다.

표준어에서 [배기]로 소리가 나는 말은
‘-배기’로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배기’는 ‘그 나이를 먹은 아이’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한 살배기, 세 살배기’처럼 쓰죠.

표준어에서 [바기]로 소리가 나는 것은
‘-박이’로 적습니다.
‘-박이’는 ‘박다’의 의미가 살아 있는 경우에 쓰는 것으로,
‘점박이, 덧니박이, 외눈박이, 오이소박이, 붙박이, 장승박이, 토박이’ 따위죠.

끝으로,
[빼기]로 소리 나는 것은 ‘-빼기’로 적습니다.
‘고들빼기, 곱빼기, 코빼기’ 따위죠.
다만,
‘뚝배기, 학배기, 언덕배기’ 이 세 가지는 [-빼기]로 소리 나지만 ‘배기’로 적습니다.

잔소리가 좀 길었네요.
정리하면,
우리말에서 ‘-박이’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무엇이 박혀 있는 사람이나 짐승 또는 물건이라는 뜻입니다.
‘박다’의 의미와 밀접하게 관련 있죠.
그렇지 않은 경우는,
‘배기’ 아니면, ‘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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