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2/24] 우리말)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조회 수 4199 추천 수 88 2007.12.24 10:31:34
이왕이면 정숙이나 침묵이라는 한자말 보다는 고요하고 조용하다는 우리말로 번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삶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가져올 때 이왕이면 우리 것으로 바꾸어서 쉽게 우리 삶에 녹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방끈 긴 사람들의 책임이 무겁고, 번역하시는 분들의 어깨가 무거운 겁니다. 제 생각에...


안녕하세요.

잘 쉬셨어요?

일요일 아침 9:27 KBS2 자막에 '몇 월 몇 일'이라고 나왔습니다. '몇 월 며칠'이 맞습니다.
어젯밤 대조영 끝나면서 '4.5Km'라고 나왔습니다. '4.5km'가 맞습니다.
어젯밤 KBS2 비타민에서 '야식'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일본말 やしょく[야쇽]보다는 우리말 밤참이 낫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야식'을 '밤참'으로 다듬었습니다.
그 방송에서 '뇌졸중' 이야기도 했는데, 출연자들이 모두 '뇌졸증'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이야기입니다.

오랜만에 영어 공부 좀 해 볼까요?

영어 Silent는 우리말로 '침묵(沈默)'이죠?
따라서 Silent night은 '침묵의 밤' 정도 될 겁니다.
holy는 그림씨로 '신성(神聖)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holy night은 '신성한 밤' 정도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예수님 오신 날 찬송가로 많이 부르는
'Silent night, holy night'은
'침묵의 밤, 신성한 밤'이라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어떤 분이 처음 이 영어 찬송가를 번역하면서
'침묵(沈默)의 밤, 신성(神聖)한 밤'이라 하지 않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라고 했습니다.

참 좋습니다.

더 나가볼까요?

All is calm, all is bright.
모든 것은 정적이고, 모든 것이 빛난다고 하지 않고,
어둠에 묻힌 밤이라 했습니다.

Round yon Virgin, Mother and Child.
Holy infant so tender and mild,
성모 마리아와 가족이 둘러앉아 연약하고 온후한 어린아이를 두고 기도한다라고 하지 않고,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릴 때라고 했습니다.

Sleep in heavenly peace,
천국 같은 평화 속에서 잠들었다 하지 않고,
아기 잘도 잔다고 했습니다.

silent를 조용한이라 해도 되고, 정숙한 이라고 해도 되고, 고요한 이라고 해도 됩니다.
침묵이라 해도 되고, 묵묵하다고 해도 되며, 말 없다고 해도 됩니다.
더 나가서는 묵음이라 해도 됩니다.
어떻게 번역을 하건 말은 다 알아듣습니다.

그러나
이왕이면 정숙이나 침묵이라는 한자말 보다는 고요하고 조용하다는 우리말로 번역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과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우리 삶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가져올 때 이왕이면 우리 것으로 바꾸어서 쉽게 우리 삶에 녹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가방끈 긴 사람들의 책임이 무겁고, 번역하시는 분들의 어깨가 무거운 겁니다. 제 생각에...

그냥 찬송가 한 번 불러보고 싶네요.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주의 부모 앉아서 감사 기도드릴 때
아기 잘도 잔다 아기 잘도 잔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차 시간표]

주말 잘 보내셨나요?
부모님께 안갚음은 하셨죠?

지난 주말에 집에 손님이 오셨습니다.
기차로 오셔서 수원역까지 마중을 나갔죠.
아직 기차가 도착하기 전이라,
벽에 붙어 있는 여러 가지 글을 읽고 있는데,
엉터리가 꽤 많더군요.

기차 출발과 도착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오른쪽 맨 위에, ‘현재 시각 : 22:32’ 이라고 쓰여 있었고,
그 밑에는,
출발역, 도착역, 도착시각, 출발시각 따위가 나타나더군요.

전광판 밑에 있는 화판에는,
‘수원역 열차 도착 시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이것도 역시 출발역, 도착역, 도착시각, 출발시각 따위가 나와 있더군요.

사람들이 나오면서 승차권을 반납하는 곳에 보니,
A4 용지에 ‘기차 시간표’를 써서 붙어 놨더군요.

간단하게 세 가지 보기만 들었는데요.
여기서 ‘시간’과 ‘시각’이 제 멋대로 쓰였습니다.

‘시각’은 시간의 어느 한 점을 의미하고,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시각은 한 점이고, 시간은 점들의 집합인 선이라고 할 수 있죠.
그걸 모르고 ‘시각’과 ‘시간’을 혼동해서 쓰고 있는 겁니다.

하나씩 짚어보면,
전광판에 있는 ‘현재 시각’은 맞습니다.
지금 현재는 시간의 어느 한 점이 22:32 이므로,
‘시각’이 맞죠.
그 밑에 있는,
도착시각, 출발시각도 맞습니다.
열차가 특정 시각에 도착하지,
22:30부터 22:35 사이에 도착이라는 행위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출발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시각’이 맞습니다.

전광판 밑에 있는 화판에 쓰인,
‘수원역 열차 도착 시간표’는 틀렸습니다.
열차가 도착하는 ‘시각’을 표로 만든 것이므로,
‘도착 시각표’가 맞습니다.

사람들이 나오면서 승차권을 반납하는 곳에 있는
‘기차 시간표’도 틀렸죠.
어떤 기차가 수원역에 언제 들어와서 언제 나가는지 그 ‘시각’을 표로 만들어 놓은 것이므로,
‘기차 시각표’가 맞습니다.

그럼 우리가 알고 있는 시간표는 뭐죠?

우리는 학교 다닐 때 교실 앞에 있는 시간표를 많이 봤습니다.
그건 ‘시간표’가 맞습니다.
1교시는 9:00부터 10:00까지,
즉, 9시라는 ’시각’부터 10시라는 ‘시각’까지의 사이가 1교시이므로,
1교시는 1‘시간’인 거죠.
그런 ‘시간’을 표로 만들어 놓은 거니까 당연히 ‘시간표’가 맞죠.
우리가 이 시간표에 너무 익숙해져서,
‘시각’과 ‘시간’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각’은 시간의 어느 한 점을 의미하고,
‘시간’은 어떤 시각에서 다른 시각까지의 사이를 의미한다는 겁니다.

운전하시면서 라디오 들으시죠?
그때 들리는 낭랑한 아나운서 목소리!
“지금 시각은 11시 57분입니다.”
절대 ‘지금 시간은’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금 시각’입니다. 잘 들어보세요.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시작하시면,
이번 주 내내 좋은 일만 생길 겁니다.
제가 보장할게요.

늘 많이 웃으시고, 늘 행복하게 지내시길 빕니다.

보태기)
1.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시간’이 ‘시각’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2.
‘안갚음’은 순 우리말로,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을 말합니다.
즉,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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