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2] 우리말) 마다하다와 마다다

조회 수 10245 추천 수 80 2008.01.22 09:52:35
앞에서 '마다하겠습니까'와 '삼가야 합니다'를 썼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삼가야 합니다'를 '삼가해야합니다'로 쓰면 안 됩니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는 뜻의 움직씨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기 때문입니다.

'마다'는 좀 복잡합니다.
"거절하거나 싫다고 하다."는 뜻의 낱말은 '마다하다'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인수위원회에서 만든 조직개편안이 국회로 갔습니다.
뼈대는 작은 정부입니다. 군살을 빼서 작은 정부를 만들겠다는 겁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래서 국민 잘살게 해준다는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다만,
그게 공청회 한번 없이
몇몇 인수위원들의 며칠 고민으로 이루어졌기에
앞날이 걱정되는 것입니다.
인수위원들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삼가야 합니다.
깊게 고민해서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
농업을 포기하고 기초연구를 포기한 정부가 나중에 어떻게......

앞에서 '마다하겠습니까'와 '삼가야 합니다'를 썼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삼가야 합니다'를 '삼가해야합니다'로 쓰면 안 됩니다.
"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는 뜻의 움직씨는 '삼가하다'가 아니라 '삼가다'이기 때문입니다.

'마다'는 좀 복잡합니다.
"거절하거나 싫다고 하다."는 뜻의 낱말은 '마다하다'입니다.
이는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른 겁니다.

몇몇 사전에는
'마다다'를 "싫다고 거절하다"로, '마다하다'를 "마다고 말하다"로 나누어서 실은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립국어원에서는
현대 국어에서 "싫다고 거절하다"를 거의 다 '마다하다'로 쓴다고 본 겁니다.
그래서 기본형을 '마다하다'만 잡은 것입니다.
이에 따라 활용형도 '마다하지'가 됩니다.

인수위원회가 힘써서 국민을 잘살게 해 준다는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다만, 고민 좀 하고 생각 좀 하면서 정책을 세우라는 겁니다.
저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인수위원회를 보면 이대근 씨가 주연한 '완장'이라는 연속극이 생각납니다.
누구든 '완장'찼다고 게정부리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저만 잘했다고 천산지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천산지산 : 이런 말 저런 말로 많은 핑계를 늘어놓는 모양)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농촌진흥청이 없어진다는 말을 듣고
동료 직원이 쓴 글입니다.
읽으면서 코 끝이 찡해져 함께하고자 올립니다.


따온곳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64545.html


부끄러워 말아라 내 딸들아

진수,진아야 너희들 놀랐겠구나

얼마 전 인수위에서 발표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아빠가 다니는 "농촌진흥청"이 정부조직 중에서 유일하게 폐지대상이 되었다는 보도에 상심이 크리라 생각한다. 너희들 비록 20평 밖에 안되는 지방의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항상 자랑스러워 했던 것은 우리 아빠가 만든 벼 품종을 국민의 20% 정도가 먹고 산다는 점을. 내 자신이 너희들이 말귀를 알아들을때 부터 아빠가 다니는 직장은 나라에서도 가장 훌륭하고 가난한 농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곳이라고 항상 말했었기 때문이지.

하지만 인수위에서는 우리가 속한 조직을 정부에서는 필요치 않은 존재로 분류하고, 인터넷에 올라온 어느 글을 보니 우리를 무능하고,농민의 등이나 쳐먹는 그런 집단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구나.이것이 사실이면 아빠는 너희들에게 큰 거짖말쟁이가 되겠구나.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그 분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농촌진흥청은 과거에도 그랬고,지금도,앞으로도 국가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국가조직임이 분명하다.

왜 그런지 설명해 줄게.우리가 만든 벼 품종들은 언뜻 보기에 반도체 라든지 다른 공산품에 비해 하찮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건 틀린 판단이야. 벼농사 짓는 농업인들께서 익히 알고 있는 "동진벼"를 예로 들면,그 이전의 품종들에 비해 암만 낮게 잡아도 10% 이상의 농가소득을 올려 주었지.품종이 육성되고 20 여년간 해마다 20~30만 ha 정도 재배되었으니 1년에2~3천억,20년간 합하면 5~6조원은 족히 되는데,단일품목으로 이런 부가가치를 창출한 공산품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이 업적으로 동진벼를 육성하신 선배님이 국가로 부터 받은 보상금이 얼마냐 하면 백만원 정도 될거야.그것도 팀동료들과 조금씩 나누면 10만원 남짓 되겠지.한번 계산해봐,그 선배님이 퇴직할때까지 받은 봉급을 모두 합해서 국가가 손익계산을 한다면 3000년 이상의 투자가치가 나오게 되지. 그러나 우리는 절대 불만을 말하지는 않아.왜냐하면 "농촌진흥청" 직원은 국가공무원 이기 때문이야.농업연구직 공무원은 모든 연구성과를 개인이 아닌 농민을 위해 바치고 그것을 긍지로 여기며 살아가지.

이제 알겠니? 아빠도 존경하는 선배님 보다는 못하지만 까마득히 펼쳐질 너희 후손들이 기억해 줄 자랑스런 업적을 쌓았다고.어느 분이 잘 모르고 말한 세금만 축내는 그런 삯군 직업인이 아니라고.아! 분하고 원통하여 눈물이 난다.

그런데 국가에서는 우리 조직이 공무원 신분이 아닌 무슨 출연연구기관으로 가서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능률적으로 잘 할거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잘 모르고 하는 소리지. 벼품종 하나 만들려면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강산이 한번 변하는 기간 아니니? 알다시피 국가기관과 출연연구기관은 근본 부터 다르단다.국가기관에서는 공공적 성격을 띈 과제를 장기적 목표를 세우고 접근하는데 반해,민영화 된 출연연구기관에서는 눈앞의 단기적 목표와 성과를 중요시 하기 때문에 강산이 변해야 나오는 그런 연구과제에 투자를 하겠니?

결국 품종육성과 같은 장기적인 연구기간을 요하는 사업을 못하게 되면 그 피해는 가난한 농업인에게 돌아가고,외국 품종이 판을 치게 되면 국가 전체의 농업기반이 무너지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농업연구는 국가 주관으로 이끌어 가고 있는게 현실이지.

너무 긴 말을 하였구나.이제 너희들은 놀라지도 말고 부끄러워 하지도 말아라. 국가에서도 그렇게 현실성 없이 틀린 결정은 아니 내리리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아빠는 언제나 너희들이 존경하는 그런 일을 계속하고 싶구나.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울궈먹다 >> 우려먹다]

며칠 전 뉴스를 보니,
어떤 간 큰 사람이 고위 공무원에게 전화해서,
“당신이 바람피운 것을 알고 있으니 어디로 돈을 넣어라 그렇지 않으면...”이라고 사기를 쳤는데,
많은 사람이 실제로 돈을 보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기를 쳐서 돈을 울궈먹은 사람이나,
그렇다고 제 발 저려 돈을 준 사람이나...쯧쯧...
불쌍하긴 마찬가지네요.

위에서처럼,
어떤 구실로 달래거나 위협해서 제 이익을 챙기거나 무엇인가를 억지로 얻어내는 것을 ‘울궈낸다’라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울궈내다’라는 말은 사전에 없습니다.
이것은 원래 ‘우리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것으로
표준어 형태로는 ‘우려내다, 우려먹다’입니다.
따라서 ‘돈을 울궈내다’가 아니라 ‘우려내다, 우려먹다’로 해야 합니다.

‘우리다’라는 말에는 다른 뜻도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물에 담가서 그것의 성분이나 맛을 풀어서 낸다는 뜻이 있죠.
이 차는 여러 번 우려먹어도 맛과 향이 좋군요.
물속에 담가 두었다가 쓴 맛을 우려내야 해요.
한약은 여러 번 우려먹어도 괜찮다.
쇠뼈를 세 번이나 우려먹었다처럼 씁니다.

한 가지 뜻이 더 있는데,
바로, 이미 썼던 내용을 다시 써먹다는 뜻입니다.
‘그 친구는 도대체 똑같은 얘기를 몇 번이나 우려먹는지 모르겠군.’처럼 씁니다.

저도 그동안 먼저 배웠다는 코딱지만 한 지식을 많이도 우려먹었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그래야 또 얼마 동안 우려먹죠

오늘도 많이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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